“매일 첫시간, 신자들 위해 기도”
본당에서의 사목 경험 부족하지만
신자들 목소리 겸허하게 경청할것
젊은사제-교구장 다리역할에 충실
“신자들을 위해 하루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기도로 열 수 있는 은총을 청하고 싶습니다.”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임명 소식이 전해진 후 처음으로 기자와 만난 조규만 주교는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2시간을 꼬박 자신의 백성들을 위해 기도를 바치는 일로 하루를 열었다는 벨기에 보두앵(H.M. Baudouin) 국왕의 일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보두앵 국왕처럼 매일 매일의 첫 시간을 교구민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다짐을 봉헌하고자 합니다.”
조주교가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보두앵 국왕은 낙태 허용 법안에 반대해 거리낌 없이 왕직을 내던질 정도로 신심이 깊었던 이로 알려져 있다.
사제로서의 정체성을 다지기 위해 이탈리아 유학 시절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미사를 봉헌해왔다는 조주교는 주교로서 새로운 여정에 나서기에 앞서 가장 먼저 신자들을 위해 기도를 바치겠다는 다짐으로 주님과 교회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성모님이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예수님 잉태 소식을 듣고 수락하실 때의 심정이 이런 것이었을까요?”
교황대사로부터 주교 임명 소식을 전해 듣고 수락 여부를 묻는 물음에 조주교는 기쁘기보다 당황스러웠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지난 2004년 봄 주교회의 사무처장으로 오기전까지만 하더라도 주교들에 대해 불만도 적지 않았다는 그이기 때문이다. 이후 가까이서 주교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주교직의 어려움에 새로이 눈을 뜨게 됐다는 조주교는 주교직 수락 후 도와달라는 기도에 매달렸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주님께서는 당신이 부르신 이를 위해 조금씩 조금씩 준비해주신다’는 말에 위로를 얻었다는 조주교는 간곡히 신자들의 기도를 청했다.
“아예 모르기 때문에 아는 척 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귀 기울일 수 있는 겸허한 자세를 지니라는 주님의 안배로 여기고 싶습니다.” 본당 사목 경력이라고는 사제수품 후 유학길에 오르기 전 서울 연희동본당 보좌신부 경험 외에는 없는 자신의 약점마저도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하려는 조주교의 자세에서는 낙천적인 면이 읽혔다.
수많은 도전 앞에 놓인 교회의 미래와 관련해 조주교는 특별히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지역 복음화에 있어 서울대교구가 차지하는 위치를 감안할 때 젊은 사제 양성이 첫 단계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14년간 가톨릭대학교 교수로 활동해온 그의 내력은 자연스레 젊은이와 젊은 사제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다른 주교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제가 젊은 사제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 교구장님께 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그는 젊은 사제들과의 만남 가운데서 젊은이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사제들을 위한 기도를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조주교는 또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교회의 모습에 대해 구약의 ‘소돔과 고모라’를 예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과 약속하시길 의인 10명만 있으면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교회는 바로 세상이 멸망하지 않도록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의인 10명의 역할을 해야 하리라 봅니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하면 그리스도인이 30%를 넘는데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지적한 조주교는 그 원인을 그리스도인들이 빛과 소금으로써 제 몫을 해내지 못하는데서 찾았다.
특별히 조주교는 ‘웰빙’이라는 이름을 빌어 개인주의를 합리화하고 있는 현 세태와 관련해 교회마저도 단순한 쉼과 웰빙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에 우려하고 “개인적인 평화나 만족 등 웰빙에 멈추지 말고 영원한 생명, 하느님 나라로까지 더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생명 문제와 관련해서도 조주교는 “생명의 존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원칙적이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예수님이 아주 보잘것없는 이들을 소중하게 여기신 까닭도 그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라며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현실을 바꿔 나가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밝혔다.
“하느님 나라는 함께 나아가야 열리지 혼자 가서는 열리지 않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한 길에서 새로운 십자가를 지게 된 조주교는 그 길에 함께 할 신자들을 초대하는 듯했다.
●조규만 주교 약력
▲1968년 3월 성신중학교(소신학교) 입학 ▲1971년 3월 성신고등학교(소신학교) 입학 ▲1974년 3월 가톨릭대학교 신학부(대신학교) 입학 ▲1978년 2월 가톨릭대학교 신학부 졸업 ▲1982년 8월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졸업 ▲1982년 8월 26일 사제 수품 ▲1982년 9월~1984년 5월 서울 연희동본당 보좌 ▲1984년 6월~1986년 6월 교황청 우르바노 대학교 교의신학 석사학위 취득 ▲1990년 4월 교황청 우르바노 대학교 교의신학 박사학위 취득 ▲1990년 9월~1991년 6월 영국 Institute of St. Anselm에서 영성과정 연수 ▲1991년 9월~현재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1995년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학생처장 ▲1995년 6월~1997년 4월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1998년~2004년 3월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성신교정 교학부장 ▲1998년 10월~2005년 12월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1999년 3월~현재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신학위원회 위원 ▲1999년 6월~현재 서울대교구 출판검열관 ▲2001년 1월~현재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생명윤리연구회 위원 ▲2002년 3월~2004년 3월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신학위원 ▲2004년 2월 9일~현재 교황청 신앙교리성 국제신학위원회 위원(5년 임기) ▲2004년 3월 18일~현재 주교회의 사무처장 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 ▲2006년 1월 2일 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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