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고전주의 예술 완성”
조화와 균형의 정신을 형상화
화려한 성취 이루며 영예 누려
37세, 천재는 요절한다는 말을 증명하듯이 채 40이 안되는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의 고전주의 예술을 완성한 3대 거장 중의 한 명, 라파엘로는 위대한 예술작품들을 후세에 남겼다.
그의 작품들은 르네상스의 혁신적인 면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브라만테, 미켈란젤로에 다소 못 미친다고 할지라도 오늘날 르네상스의 양식이라고 일컬어지는 중요한 특징들은 그의 작품들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그의 작품들은 우아하고 유연한 형태와 구도 뿐만 아니라 인간의 고결함에 대한 신플라톤주의적 이상을 시각적으로 가장 잘 표현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르네상스의 조화와 균형의 정신을 형상화하는 그의 능력은 당대의 모든 위대한 거장들의 특색과 경향을 놀라울만큼 자기의 작품들을 통해 종합해냈다.
우르비노의 조숙한 천재
산치오 라파엘로(Sanzio Raffaello, 1483~1520)는 이탈리아 우르비노(Urbino)에서 ‘뛰어난데라고는 전혀 없는’ 화가였던 조반니 산티의 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그의 부친은 상당한 교양을 갖춘 인물로 우르비노 지역의 진보적 미술과 끊임없이 접촉하고 있었으며, 라파엘로는 그로부터 배운 인문주의 철학을 통해 과거의 문화적 유산과 16세기를 내다보는 새로운 사상들을 배웠다. 우르비노는 당시 상당한 문화의 중심지로서 모든 예술 분야가 활발하게 장려됐고 라파엘로의 문화와 예술적 재능을 일찍부터 꽃피우게 했다.
라파엘로는 초기에는 움브리아 화파의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인 피에트로 페루지노 밑에서 지도를 받았다. 이어 1504년 피렌체로 옮겨간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라파엘로는 페루자 화가인 베르나르디노 핀투리키오를 따라 시에나로 갔다가 피렌체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가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곳으로 갔다.
피렌체의 문화는 라파엘로가 이미 익히고 있던 모든 예술적 개념들을 더욱 강화시켜준 동시에 더욱 넓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그는 피렌체에서 받아들였던 모든 새로운 감각과 문화들을 단지 수동적인 자세로서가 아니라, 자신이 이미 르네상스 문화의 기준에 대해 지니고 있었던 인식들을 재확인하는 기회로 삼아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피렌체에서 그의 가장 주요한 스승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아닐 수 없다. 그가 피렌체에서 제작한 성모 연작들은 1480년부터 회화 분야에 커다란 혁신을 이룩했던 다 빈치의 영향이 뚜렷이 드러나 있다. 하지만 그는 다 빈치와는 또 다른 새로운 인물 유형을 창조해냈는데, 전형적인 인간의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숭고한 완전함과 평온함의 경지를 창조하고 있다.
로마 최고의 위대한 화가
라파엘로는 1508년경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부름을 받고 로마로 갔다. 브라만테의 제안으로 이뤄진 그의 로마행은 이후 12년 동안 이어졌고, 이 시기 동안 라파엘로는 매우 정력적으로 빼어난 걸작들을 제작했다.
인문주의자 첼리오 칼카니니는 훗날 라파엘로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로마를 건설하는 데에는 고대의 수많은 영웅과 오랜 세월이 필요했고, 로마를 파괴하는데에는 수많은 적과 수백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이제 라파엘로는 로마 안에서 로마를 되찾았고, 그것을 발견했다. 찾아내는 데에는 위대한 이가 필요하지만 발견은 신이 주관하신다.”
이 경구는 로마 전체가 그에게 주었던 존경을 말해준다. 겸손과 신중함으로 처신하면서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고 항상 성공을 거두었던 라파엘로의 활동이 절정을 이룬 것은 교황청의 ‘서명의 방’(Stanza della Segnatura) 벽과 천장에 그린 벽화였다.
1508년에 시작해 채 3년이 안 걸린 이 작업은 교황 율리우스의 이념과 교양을 반영하고 역사 속의 로마 교회를 찬양하는 일로써 그에게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다. 율리우스 2세 교황은 라파엘로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궁정의 인문주의자들과 토론한 철학적 주제를 이 방의 프레스코화로 그리는 일을 그에게 맡겼던 것이다.
이 작업의 가장 중요한 두 작품은 ‘성체에 관한 논쟁’과 ‘아테네 학당’이다. 앞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로마 교회 대표자들이 모여 있고, 그 위로 천상에 성부와 성자가 예언자 및 사도들과 함께 있는 거룩한 광경을 그린 것으로 교회의 승리와 진리의 승리를 같은 것으로 나타낸다.
‘아테네 학당’은 유명한 그리스 철학자들의 군상으로, 반원형 구도 안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해 소크라테스, 헤라클레이토스 등 고대 철학자와 과학자들을 그린 것이다. 이는 당시 신플라톤주의의 이상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육신과 영혼, 동작과 감정이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상기시킨다.
그의 생애는 많은 성공담으로 가득하며, 세속적으로도 대단히 화려한 성취를 이루어 최고의 사회적 영예를 모두 누린 인물이다. 이탈리아의 화가, 건축가로서 라파엘로는 우르비노(Urbino)의 지방 화가에서 당시 바티칸의 궁정 화가로서 로마 최고의 화가라는 명성을 얻었으며, 장례미사는 교황청에서 거행됐고 유해는 로마의 판테온에 묻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