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만에 부모 찾기 위해 고국땅 밟아
성형외과 의사로 한국서 의료봉사 희망
4월 29일 인천 국제공항에 한 동양인 남자가 도착했다. 이름 삐에르 임마뉴엘 엘 풀리, 국적 벨기에, 직업 성형외과 의사, 나이 41세. 동양인 남자는 하늘을 바라봤다. 한국…. 4살 때 떠난 뒤 정확히 37년 만에 처음으로 밟아보는 땅이었다.
1966년 12월, 경주의 한 길거리에서 남자 아기가 울고 있었다. 생후 7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갓난아기였다. 누가 왜 아기를 버렸는지 단서는 전혀 없었다.‘정효락’이라는 이름이 적힌 쪽지가 전부였다. 아기는 대구의 한 아동복지시설로 보내졌고, 1970년 벨기에로 입양됐다.
그 아기가 성장해 의학박사(성형외과)가 돼 돌아왔다. 그리고 “제발 엄마를 찾게 해 달라”며 양아버지 라후프 엘 풀리(82)씨와 양어머니 끌루딘 엘 풀리(70)씨와 함께 가톨릭신문사를 찾았다.
양아버지는 임파선암, 양어머니는 유방암으로 삶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 양부모는 아기 효락씨를 처음 만났을 당시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벨기에에 도착했을 당시 4살이던 효락씨는 몸무게가 9kg에 불과했다. 걷기는 커녕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다. 1년 가까이 한국말도, 벨기에 말도 하지 못해 양부모는 애를 태워야 했다. 가톨릭 신앙에 의지해 기도하는 것 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런 아기가 성장하면서 또래 아이들에 비해 학업에 남다른 소질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들이 의학을 공부하겠다고 말했을 때 고민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들이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형제 3명이 희생을 해야 했습니다.” 양부모는 ‘낳은 정’이 아닌 ‘기른 정’을 선택했다. 결국 효락씨는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고, 성형외과 전문의가 됐다.
조용하던 효락씨가 말문을 열었다. “이제는 부모님을 만나 왜 나를 버렸는지, 그리고 왜 내가 벨기에로 가게 됐는지 알고 싶습니다. 친 부모님을 원망하진 않습니다. 만나면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소망 하나 더’를 말했다. “혹시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한국은 어머니의 땅입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에 와서 무료 성형 수술 봉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한국이 제 뿌리이니까, 또 제가 가톨릭 신앙인이니까 한국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습니다.”
효락씨는 헤어지면서 기자의 손을 잡고 또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어머니를 꼭 찾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정효락씨 친부모에 대해 알고 계신 분은 수원교구 손골성지 윤민구 신부 031-263-1242 혹은 가톨릭신문 취재팀02-778-7671~3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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