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사람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어 많은 사람들이 쉴 곳을 찾아 떠납니다. 분주하고 고단한 일상을 떠나 잠시라도 편안한 휴식의 시간을 갖고자 떠나는 사람도 있고, 평소에 노는 일이 부족한 듯 더 잘 먹고 놀기 위해 떠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상을 떠나 휴가를 나선 사람들의 발길에 길이 막히고 휴양지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그래서 시끄러운 세상을 피해 떠난 곳에서의 휴식이 고단한 ‘일’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모두들 휴식을 찾아 떠나는 이 시간에 하느님을 위해 이웃을 위해 여름방학 시간마저 온통 반납한 젊은이들도 있습니다.
방학을 하자마자 매일 같이 성당에 모여서 청소년들을 위한 여름 신앙학교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밤늦도록 연습하는 교리교사들의 모습은 마치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그만한 나이 또래의 젊은이들처럼 그들도 방학 때 노는 일에도 시간이 부족할 텐데 저렇게 열심히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에는 예수님이 지니셨던 큰 사랑이 자리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들 덕분에 올 여름 우리 본당 아이들의 마음 속에 또 다시 예수님의 사랑의 씨앗이 뿌려질 것을 생각하면 기특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파견하신 사도들이 돌아와 자신들이 행한 일들을 보고합니다. 그들이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사명을 열심히 수행하고 돌아온 것을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노고를 충분히 인정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따로 외딴 곳에 가서 쉬도록” 배려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먹을 겨를도 없이 분주한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잠시 쉴 곳을 찾아 떠났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과 제자들 일행이 가는 곳을 알고 사람들이 모든 고을에서 나와 걸음을 재촉하여 일행보다 먼저 그곳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자신을 목자로 알아보고 몰려든 사람들을 향한 예수님의 마음은 측은지심으로 가득 찹니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떼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예수님과 그 일행의 휴가 계획은 몰려든 군중들 때문에 무산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하느님의 사랑을 완성하는 일이었습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여러 번 휴식의 참된 의미를 가르쳐 주십니다. 그분에게 휴식은 인간을 해방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다’(마르 2, 27) 고 가르치시며 안식일의 참된 의미를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있는 것으로 확인시켜 주십니다.
하느님 안에서의 휴식은 단순히 활동을 정지하고 자신의 안락만을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완성하는 일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시기 위하여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삶을 마치실 때 까지 ‘머리 둘 곳조차’ 갖지 못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께 몰려든 군중을 바라보실 느끼셨던 측은히 여기는 마음(惻隱之心) -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 애가 타는 심정은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는 마음입니다. 맹자는 측은지심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어린아이가 막 우물에 빠지는 것을 갑자기 발견하게 되면 모두 놀라고 불쌍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는 그 어린아이의 부모와 사귀려는 마음에서가 아니며, 마을 사람과 친구들에게 칭찬받기 위해서도 아니다. 또한 그 원망을 듣기 두려워서도 아니다. 이것은 사람에게 본래부터 측은지심, 즉 깊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측은지심에서 나옵니다. 불쌍한 사람을 보고 도우려는 마음이 생기고, 아픈 사람을 보면 자신의 가슴이 찡하게 아파오는 것이 바로 측은지심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 간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서로가 서로를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넘칠 것이고 서로를 아껴주고 위해주는 마음들이 꽃을 피울 것입니다.
고위락(苦爲樂)이란 말이 있습니다. 괴로움이 따로 있고 즐거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요, 한 생각 문득 돌리면 괴로움이 그대로 즐거움이 된다는 말입니다.
우리 마음에 참된 마음이 없다면 산속을 간들, 절경 안에 잠긴들 참다운 안식은 없는 것입니다. 바쁜 중에 한가로움의 참맛을 알려면 일 없을 때 미리 그 자루를 잡아 두어야 바쁠 때 그것을 얻을 수 있으니, 마음자루를 잡는다는 것은 참된 마음 바탕을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세상에서 우리가 예수님을 본받아 함께 사는 사람들을 측은히 여길 줄 알고, 마음 안에 내 도움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형제들을 위한 자리도 하나 마련해 둔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지금보다는 훨씬 하느님 나라에 가까운 세상이 될 것이며 하느님의 충만한 사랑 안에서 참된 휴식을 함께 나누는 삶이 될 것입니다.
휴가철인 요즘은 주일에도 성당에 빈자리가 눈에 띄게 많아집니다. 몸은 휴가를 떠나지만 신앙생활도 휴가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휴가 길에 예수님의 자리도 꼭 하나 마련하십시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에페 2, 14)
김영수 신부 (전주 용머리본당 주임 henkys@hanmail.net)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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