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일치운동으로 평화실현을”
“아시아만의 특수성·차이 잘 극복하고 열린마음으로 종교간 대화에 임해야”
감리교와 ‘의화교리’ 공동선언문 발표
[전문]
“이 시대 우리의 삶에서는 평화를 찾기 힘듭니다. 교회 일치 운동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7월 16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찾은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이하 일치평의회) 의장 발터 카스퍼(73) 추기경의 방한 첫 일성은 ‘평화’였다.
교황청 일치평의회 의장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카스퍼 추기경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함께 가톨릭 신학의 두 기둥으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신학자.
독일 로텐부르크-슈투트가르트 교구장으로 지난 1989년 10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 참석차 방한한 바 있는 카스퍼 추기경은 당시에도 숱한 어려움에 봉착한 그리스도교회와 신학의 쇄신에 기여한 대표적 신학자로 교회 안팎으로부터 커다란 관심을 불러모은 바 있다.
10여년 전 이 땅의 민주화에 기여해온 한국교회의 역사에 경탄을 표했던 추기경은 17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한국교회의 행보에 한없는 기대와 신뢰를 드러냈다.
방한 기간 중 7월 18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의왕시 아론의 집에서 열린 ‘교회일치를 위한 아시아 지역 주교 세미나’ 참석을 필두로 제19차 세계 감리교 대회(22일) 참가, ‘감리교-가톨릭교회 의화 교리에 관한 공동 선언문’발표(23일), 타 종단 방문 등 교회 일치를 향한 거침없는 행보를 선보인 카스퍼 추기경은 일치가 ‘성령의 선물’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 시대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에서 열린 이번 행사가 도전에 대한 응답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교회 일치 운동이 필요한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나의 교회를 세우셨고 당신을 믿는 이들이 하나되기를 원하셨다는 교회 내적인 의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교회 일치는 평화를 통해 우리가 하나될 수 있는 표징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최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 레바논과의 분쟁 등 중동지역 문제에서도 드러나듯 우리 삶 속에서 평화를 찾기 힘들다. 교회 일치 운동은 이러한 의미 때문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된다.
여러 가지 자연 재앙과 사건들 가운데서 인류가 평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 일치의 사회적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새로 선출되신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시스티나 경당에서 처음으로 거행한 공식 미사에서 자신의 사목 핵심이자 첫 번째 임무로 “교회 일치를 위해 노력하고 개방적이고 성실하게 종교간 대화에 임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일치운동의 역사와 현황은 어떤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가톨릭교회는 ‘대화’를 통해 서로 다른 신앙 고백을 하고 있는 ‘갈라진 형제’들 사이에서 공통된 분모를 찾아내고, 또 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교회는 이 여정에서 동방 교회, 루터교 세계연맹 등 과거 ‘이교자’ ‘이단자’로 부르던 ‘갈라진 형제’들과 다양한 파트너십에 따른 16개의 공식적 대화 채널을 가동해오고 있다. 이 채널들을 통해 교회는 공통의 기반을 바탕으로 근본적 내용에 대한 대화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대화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가톨릭교회는 정교회와 성사와 교리, 성모신심, 주교직에 대한 교리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 시대 일치운동은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등 남반구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오순절 운동, 은사주의 운동, 복음주의 운동들과 관련된 문제들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목 문제이자 교회 일치에 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이러한 운동들은 쉽게 믿는 경향이 있고 미신적 심성의 사회에서 번창한다.
- 세계 감리교 대회에서 ‘감리교-가톨릭교회 의화 교리에 관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하고 발표하게 되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톨릭교회는 지난 1999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루터교 세계연맹과 ‘의화교리’에 대한 역사적인 공동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는 16세기 초 루터교로 시작된 서방교회의 분열 이래 500여년 만에 교회 일치를 이뤄낸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의화’는 해석하기 어려운 용어이지만 우리는 이를 통해 공통의 기반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세계감리교협의회와의 공동선언은 7년 전 루터교와의 공동선언에 참여해 그 취지에 동의하고 함께 한다는 의미다. 이 순간이 역사적 공동선언의 하나로 남길 희망한다.
가톨릭교회는 장로교 등 다른 개신교들도 공동선언에 동참하도록 초대하고 있으며 함께 할 것을 고려해주길 바란다. 또한 가톨릭교회는 이것이 최종 응답이 아니라는 입장도 함께 밝힌다.
- 한국교회가 속한 아시아 지역에서의 일치운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아시아지역의 구체적인 상황은 잘 모르지만 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감안할 때 잘 해나가고 있으며, 올바른 방향을 찾아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지역에는 여타 대륙과는 다른 아시아만의 특수성과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아시아만의 도전과 과제를 부여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복음화에 있어 많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분열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번 한국에서 열리는 교회 일치를 위한 세미나에 앞서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두 차례, 라틴 아메리카에서 한 차례의 세미나를 열었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세미나가 세계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아시아 대륙의 복잡한 교회 일치 운동 상황에서 비롯되는 과제들에 적절히 응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보편교회 대표적 신학자
독일 출신의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함께 가톨릭 신학의 두 기둥으로 손꼽히는 보편 교회의 대표적인 신학자다.
1933년 3월 5일 독일 하이덴하임에서 태어난 카스퍼 추기경은 1952년부터 1956년까지 독일 튀빙겐 대학교와 뮌헨 대학교에서 가톨릭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1954년 <토마스 데 아퀴노의 ‘진리에 관한 논제’
(Quaestionis disputatae de veritate)에 나타난 인간의 인식론>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1957년 4월 6일 독일 로텐부르크의 주교좌성당에서 사제품을 받은 카스퍼 추기경은 1961년 튀빙겐 대학교 가톨릭 신학부에서 <로마 학파의 전통론>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4년 31살의 나이로 뮌스터 대학교 신학부 교의신학과 교수가 되었으며 1969~1970년까지 학장을 역임했다. 이어 1970년에는 튀빙겐 대학교 가톨릭 신학부 교의신학과 교수가 돼 1971년까지 학장을 역임하며 학문적 성과를 쌓았다.
1979년 그리스도교일치사무국(현 교황청 일치평의회) 자문위원으로 임명된 그는 세계교회협의회 ‘신앙직제’위원회의 가톨릭 교회 대표로도 임명돼 가톨릭 교회와 루터교와의 의화 논쟁을 종식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1989년 로텐부르크-슈투트가르트교구장으로 임명된 그는 2001년 2월 추기경으로 서임됐고, 추기경 서임에 이어 교황청 일치평의회와 유다교위원회 의장으로 임명돼 보편 교회의 교회 일치 운동을 이끌어 오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교의신학 방법론 : 일치와 다양성> <신앙입문> <그리스도이신 예수님>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등 다수가 있다.
사진설명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발터 카스퍼 추기경(왼쪽)이 17일 교황대사관 환영만찬에서 대한성공회 김성수 주교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추기경은 2001년 추기경 서임 이후 그동안 교회 일치운동을 위해 헌신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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