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에 어떻게 사람이…” 할말 잃어
가톨릭신문과 (주)엠에이디 종합건설이 함께하는 ‘사랑의 집 고쳐주기’가 드디어 대장정에 올랐습니다. 첫 번째 선정 대상은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의 박옥희(레오니아.76) 할머니, 두 번째는 지용분(마리아.67) 할머니 댁입니다.
쓰려져 가는 집도 문제이지만, 두 할머니의 인생역정이 그 집 만큼이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가톨릭신문은 집 수리 전과정을 동행 취재합니다.
참 바람이 매섭습니다. 집 고쳐주기 사업의 따뜻한 온기 속으로 독자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허술한 벽은 밀면 곧 무너질 듯…
“이런 곳에 어떻게 사람이…” 할말 잃어
당초 계획 전면 수정…긴급회의 들어가
“Amazing”(어메이징: 놀랄 정도의, 어처구니 없는).
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11월 24일 사랑의 집 고쳐주기 첫 번째 선정 가구를 방문한 체릭 대주교는 “선진국 한국에 아직도 이런 비참한 주거 환경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304 박옥희(레오니아.76) 할머니 집은 ‘비참함’ 그 자체였다.
교황대사의 말처럼 아직도 이런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지난 여름 폭우로 한쪽 귀퉁이가 무너진 부엌은 자칫 방치할 경우 붕괴될 위험이 있었다.
당장 생명의 안전에 관련한 문제여서 개선이 시급했다. 허술한 벽도 문제였다. 건장한 남성이 힘껏 밀면 바로 무너질 듯 위태해 보였다.
벽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벽과 벽이 서로 의지해 기대고 있다고 해야 옳았다. 바닥 장판은 30년이 넘은 것이었고, 지붕은 비만 오면 줄줄 샌다고 했다.
낙후된 전기 설비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정상복(36) 전기 기사는 “이렇게 위험한 환경에서 그동안 살아오신 것이 놀라울 정도”라며 “당장 전기 설비를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등도 안방에만 하나 있어, 밤이면 집밖 출입이 전혀 불가능한 형편이었다.
나무와 판자로 대충 엮어 만든 재래식 화장실도 전기 설비가 되어있지 않아 밤이면 사고 위험이 상존했다.
연탄 보일러도 낡아 가스 누출 사고 우려가 있었다. 거동 불편한 할머니가 이동하기 쉽도록 이동로도 만들고, 계단도 설치해야 했다. 제대로 배수가 안되는 낡은 하수관도 파내 교체해야 했다.
현장 책임을 맡은 엠에이디 종합건설 이종경(38) 현장소장은 “건설현장을 많이 다녀봤지만 이런 집은 처음 본다”며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가장 먼저 부엌에 들어있는 물건부터 꺼냈다. 사람하나 들어설 공간조차 없었던 부엌이 차츰 넓어졌다.
물건을 들어내고 상황을 분석한 공사 관계자는 고개를 내둘렀다. 문제는 더 심각했다. 벽 대용으로 대충 가로막은 합판 벽이 썩어 거의 사용할 수 없게 된 것. 공사 관계자들은 고민 끝에 부엌을 완전히 허물기로 했다.
문제는 부엌만이 아니었다. 이종경(38) 현장소장이 지붕을 검토하기 위해 지붕에 올랐다.
“여기도 생각했던 것 보다 문제가 심각한데요. 당초 공사 계획은 전면 수정해야 겠어요.”
집 수리 사업이 난관에 부딪혔다. 단순히 수리하는 정도로는 ‘집 고쳐주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당초 예상한 공사비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
당초 정해진 예산 안에서 대충 겉 부분만 공사를 할 것인가. 아니면 전면 개보수를 할 것인가.
가톨릭 신문 및 (주)엠에이디 종합 건설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긴급 회의가 열렸다.
■집 수리 내용
▲ 지난 수해로 무너진 부엌 재건축
▲ 낡아서 화재 및 사고 위험 많은 전기 설비 전면 교체
▲ 도배 시공
▲ 30년 넘은 장판 교체
▲ 보일러 설치
▲ 외벽 미장 공사
▲ 비만 오면 새는 지붕 교체
▲ 싱크대 교체
▲ 상수도 및 하수도 설비 교체
▲ 문 교체
▲ 수도꼭지 및 각종 낙후 시설 교체
▲ 쓰레기 가득한 집 앞 마당 정비
▲ 거동 불편한 할머니의 이동 편의를 위한 집 앞 계단 시공
▲ 전등 최신형으로 교체
▲ 나무 판자로 지어진 재래식 화장실 재시공
4살때 수녀원에 버려진후 온갖 좌판 전전하며 연명
■박옥희 할머니의 76년 인생여정
어쩜 이럴 수가 있나.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도 기구 할 수 있을까.
“부모 복도 타고 나지 못했지, 그리고 남편 복도 없지, 그렇다고 해서 자식 복이라도 있나. 난 지지리도 복이 없는 사람이야. 내 인생에서 빛은 한 번도 없었어.”
할머니는 당신 어머니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할머니는 4살 때(1934년) 명동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에 맡겨졌다. 4살 아이는 엄마를 부르며 울기만 했다. 수녀들이 달래도 보고 얼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기억이 생생해,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악을 쓰며 엄마만 찾았어.” 할머니는 그렇게 수녀원에서 19살 까지 살았다. 수녀 지망생을 제외하곤 보통 17살이면 수녀원에서 나와 독립을 했지만 할머니는 바느질 솜씨가 좋아 수녀원에서 더 생활할 수 있었다.
행복은 거기까지 였다. “수녀원에서 나온 이후로는 지금까지 빛 한줄기 없는 인생이었어.” 할머니는 결혼 생활에 대해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생활력 없는 남편은 거의 매일 술에 의지해 살았다. 쌀이 떨어져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원을 찾아가 얻어온 것이 여러번. 남편은 집에 들어오는 날이 적었고, 생계는 대부분 할머니가 책임져야 했다.
아이스크림, 떡볶이, 순대, 소라, 번데기 등 팔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몸이 부서져라 일했어도 나아지는 것이 없었다. 돈이 조금 모일 때 마다 모두 남편이 가져가곤 했다.
할머니는 현재 아들이 낳은 6살 손녀와 함께 살고 있다. 할머니는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아예 입을 닫아 버렸다. 최근 관절염과 대장염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돈이 없어서다.
생활비는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월 26만여원이 전부. 그나마 인근 호원동본당 신자들이 가져다 주는 김치 등 밑반찬과 쌀이 유일한 희망이다.
“자식이 있으면 뭐해 동사무소가 자식이지. 빨리 저 세상으로 가야 할 텐데….”
사진설명
▶비만 오면 새는 지붕에 전기 설비시설도 위험한 상황인 낙후된 박할머니 집.
▶가재도구들이 너저분하게 늘어져있는 부엌.
▶건설 관계자들이 지붕 등 집수리에 나서고 있다.
▶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가 박할머니의 손을 잡고 용기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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