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풀 헤치고, 쏟아지는 비 맞으며 걸은 선교 체험길
“이곳에도 하느님이 살아 숨쉬네”
현지문화 적응 위해 3일간 홈스테이
선교지역 공소 방문해 떼제기도 봉헌
한국서 준비한 생활용품 나눔체험도
가갸얀 대교구 아구산성당. 선교체험단을 지도하고 있는 양창우 신부가 한때 사목했던 본당이다. 그래서그런지 체험단을 환영하는 행사가 감동적이다.
외방선교의 첫 단계는 선교지 문화와 전통에 적응하는 것. 가장 빨리 적응하는 방법 중 하나가 ‘홈스테이.’ 현지인 집에 머물며 그들의 일상에 참여하다보면 자연스레 문화와 전통을 익힐 수 있다. 그래서 선교체험단도 3일을 현지인 집에 머물렀다.
함께 운동하며 한형제 확인
현지 젊은이들과의 교류도 체험단의 주요 여정중 하나. 첫 교류는 스포츠와 문화교류. 줄달리기 등으로 한껏 호흡을 맞춘 양국 젊은이들이 그 다음에 가진 행사는 공소방문. 선교사제들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밀림 한가운데 있는 공소를 찾아 미사를 봉헌했듯이 체험단도 그 길을 따라 가보기로 한 것. 밀림을 헤치고 강을 무려 9개나 건너 도착한 곳은 익발라라이 공소. 산중턱에 위치해 있어 경관이 일품이다.
갑자기 내린 비로 힘은 더 들었지만 최양업 신부가 양떼들을 찾아 산간벽지도 마다않고 다닌 것을 생각하니 이 정도쯤이야…. 공소에서 봉헌한 떼제기도가 인상적이다. 양국 젊은이들의 소망이 우러나오는 시간이 됐다.
12월 23일. 전날 쏟아진 비로 강이 불어 산을 타고 성당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이른 아침에 산정상에서 외쳐본 ‘야호.’ 낯선 타국이지만 맛은 똑같다.
아구산성당이 성탄 준비로 무척 붐빈다. 9일기도(노베나)의 하나인 평일미사가 새벽 4시에 봉헌된다. 태어나서 처음 새벽 4시 미사에 참례하는 단원들. 피곤에 잠이 물밀듯이 밀려오지만 버티어낸다. 한국선교체험단의 정신력을 보여 줄 때다.
본당 신자들의 대축일 준비 모습이 이색적이다. 이번 성탄 주제는 ‘생태’다. ‘자연 보전과 주님의 창조질서 회복’을 강조하는 성탄이란다.
성탄 장식물들이 모두 자연과 관련돼 있어 이색적이다. 체험단의 또 다른 이슈는 ‘나눔.’ 빈민지역을 돌며 자선을 실천했던 선교사들의 느낌을 공유해보고 싶었다. 마침 청년신자들이 발루발 지역 보록세떼 공소 관할지역에서 나눔행사를 펼친다 한다. 체험단원들은 한국에서 준비해 온 생활용품이나 의류, 옷가지 등을 자선물품으로 기증한 후 나눔행사에 참여했다.
성탄 축제에 모두가 하나
24일 저녁에 치러진 캐럴 콘테스트. 성탄 미사를 앞두고 펼쳐진 이 행사는 본당공동체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하는 축제 한마당. 탱고와 플라밍고에 필리핀 전통 춤들을 연이어 선보인다. 성당 밖에는 성탄을 축하하는 폭음탄 소리가 요란하다. 폭음 하나마다 ‘메리 크리스마스’가 잇달아 외쳐진다. 조금은 소란스럽지만 기쁨을 꾸밈없이 드러내는 필리핀 신자들. 성탄 미사는 성탄극으로 꾸며져 신선함을 더했다.
체험단의 여정은 ‘에코 빌리지’(생태마을)에서 마무리됐다. 수백종의 식물과 동물, 천연잔디에 바다까지 인접해 있어 가히 ‘천연공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하느님 선물 모두가 나눠야”
■골롬반회 민다나오지역 대표사제 딕 신부
골롬반회 민다나오지역 대표사제인 딕신부는 골롬반회 사제답게 사목모토가 ‘모든 사람이 함께’다. 하느님의 선물을 모든 사람이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를 통해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딕신부 사목의 궁극적 목적.
“평화를 위한 여러 사목방안들을 생각중입니다. 복음안에 이루어지는 평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슬렘과의 대화 등 지역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작업들을 진행시켜 나가고 있다.
생태계 보전과 유기농법 보급 등도 딕신부의 새로운 사목형태. 여기에다 본당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각장애인센터를 강화시켜 나갈 예정.
딕신부는 ‘사목자 개인 특성에 따른 사목 가능’을 골롬반회 특징으로 꼽았다. ‘사제들이 지역 현안에 따르는 사목을 구현하는데 자유롭다’는 의미라고 덧붙했다. “한국교회와 좀 더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사목 형태의 협조자로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길 소망합니다.”
“가슴으로 상대방 문화 느끼고
사랑 나눌때 참된 선교 이뤄”
■골롬반회 한국지부 성소담당 양창우 신부
“우리 젊은이들 의식이 세계로, 세계교회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성 골롬반외방선교회 한국지부 성소담당 양창우 신부가 말하는 젊은이 선교체험 프로그램 개설 취지다. 양신부는 외방선교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며 “상대방 문화를 가슴으로 느끼고, 사랑과 우정을 나눌때 비로소 선교가 시작된다”며 골롬반 성인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스도를 위한 나그네’ 대열에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관심가져주길 소망했다.
1933년부터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골롬반회는 서울 광주 춘천 제주 등지에서 본당.농민.빈민.노동.장애우사목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1990년부터는 남미와 필리핀 등지에 한국인 선교사제나 평신도선교사를 파견하고 있다.
양신부는 이와관련 “한국교회도 이제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 모습을 갖춰나갈 때”라며 “외방선교에 대한 관심도 이러한 한국교회상을 구현하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남을 통해 선교사와 지역교회 모두가 새롭게 변화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외방선교를 통해 세계와 교회에 주시는 귀중한 선물입니다.” 양신부는 ‘고향을 떠나서 다른 민족과 함께 삶과 신앙을 나누라’는 하느님 말씀을 되새겨 보길 거듭 당부했다.
청소년과 함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