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본당전례단 찾아 이제는 ‘기둥’으로 활동
1월 14일, 국립중앙박물관내 어린이 박물관. 주말을 맞아 신기한 유물 구경과 체험을 하러 온 아이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 수많은 인파속에 그녀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분명히 여기서 근무한다고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 쯤, 한 꼬마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유물 설명을 해주고 있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강혜란(로사.29.서울 잠실5동본당)씨. 늘 이런 자세로 아이들을 대하냐는 질문에 “그럼요. 항상 낮은 자세로 있어야 아이들이 다가오거든요. 주님처럼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대하듯…그래야 마음이 전달되더라고요.”
어린이박물관 큐레이터인 강씨는 현재 잠실5동본당에서 전례단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일주일에 3일 큐레이터로 활동을 하지만 그 외 시간들은 유물에 관한 정보 수집과 사전 준비 등으로 여가를 즐길만한 시간도 없다고 했다. 주일에 쉬면 되지 않냐는 말에 강씨는 “주일에는 전례단 활동이 기다리고 있거든요”라고 답을 했다.
강씨에게 기다림의 삶으로 자리잡은 성당활동에 관해 묻자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이사를 가서 본당을 옮겼는데 마침 청년 캠프 참가자 모집을 하더군요. 그래서 그때 무작정 신청했습니다.”
청년 캠프 중 그녀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나이도 그렇고 좀 머뭇거린감이 없지않았는데, 막상 가보니 같은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더라고요.”
그 이후 강씨는 무턱대고(?) 단원 모집도 하지 않는 전례단의 문을 두드렸다. “처음에 단원들이 무척 신기하게 바라봤어요. 요즘에 저같은 청년은 드물다며 놀라더군요.”
전례단원이 된 강씨는 청년미사 중 성작봉헌, 신자들의 기도 등을 하며 전례의 맛을 들여갔다. “단순한 일인데도 미사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니 다리가 떨려서”라며 처음 성작봉헌 할 때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는 그녀. 현재 어엿한 전례단 단원으로 성장해 이제는 미사 해설을 맡을 정도로 전례단의 기둥이 됐다. 해설을 처음 맡았을 때의 느낌을 묻자 이어진 강씨의 말이 걸작이었다. “무척 떨렸죠. 근데 어른들 자리에 앉아있는 청년들이 꽤 많더군요. 마이크에 대고 뒤에 앉은 청년들 앞으로 와서 앉아 달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이제는 청년들이 떠나가는 교회의 현실을 걱정할 정도로 성당 활동에 맛을 들인 강씨.
바쁜 와중에 잠깐 시간을 낸 그녀는 청년 활동에 관해 끝없는 얘기를 쏟아냈다. 다시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기 전 나눈 그녀와의 마지막 말이 잊혀지지 않았다. “성당 활동을 못하는 청년들이 많은 건 사실이죠. 하지만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청소년과 함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