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서다 늦게 종쳐 꿀밤맞아
드디어 복사단으로 활동
본당 복사단에 들어가는 것은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엔 큰 영광이자 기쁨이었다. 성실하게 본당에서 활동하는 어린이들만이 복사단 활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미사 드릴 때 항상 신부님 곁에서 복사옷을 입고 서 있던 형들이 그렇게 멋있고 부러웠는데, 이제 나도 당당한 복사단 일원이 된 것이다.
이 소식을 알리자 가장 기뻐하신 분은 역시 어머니셨다. 항상 철부지로만 생각했던 막내가 어엿한 복사단원으로 본당에서 활동한다니 그 기쁨이야 오죽하셨겠는가. 그 때 어머니께서 내게 해주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타대오야,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앞으로는 더 겸손하고 성실하게 활동해야 한다. 복사선다고 괜히 우쭐대지 말고 최선을 다해 신부님을 보좌하거라. 그것이 바로 네 임무야. 네가 잘하면 하느님께도 큰 영광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거라.”
마냥 들떠 있던 내게 일침을 놓으시는 말씀이었다. 복사한다는 자체만 좋아했지 그런 의미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시작한 복사단 활동은 중학교 2학년까지 이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복사단으로 활동할 때가 참 유익하고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물론 웃지 못할 재미있는 일들도 있었다.
자장가같은 성가소리에 졸기도
그중에 하나는 미사 때 종을 늦게 쳐서 벌어진 일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주일 오전미사의 복사를 서고 있었다.
신부님께서 미사 중 “…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라고 하시며 성체를 두손으로 번쩍 드셨다. 그런데 너무 졸렸던 나는 그만 종을 쳐야할 시기를 놓쳐 못치고 말았다. “땡~~” 종소리가 울려야 하는데 아무 소리가 없자 신부님은 계속해서 눈짓을 보내셨다. 나는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스러워 종을 못치고 있다가 뒤늦게 쳤다. 식은땀이 났다.
미사가 끝나고 제의실에 들어 왔을 때 신부님께서 “타대오, 이놈 깜빡 졸았구나. 다시는 졸지 말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웃으시면서 꿀밤을 한대 주셨다.
복사 활동하며 가장 힘들었던 때는 새벽미사에 가는 것이었다. 어머니께서 매일 깨워주기는 하시는데 일어나기 싫어 못가겠다고 떼를 쓴적도 많았다. 또 다른 일은 복사 설 때는 아니지만 미사 중에 잠이 너무 깊이 들어 미사 끝날 때까지 잔 경우였다. 미사 후 옆에 있던 친구가 깨워서야 겨우 일어났다. 당시는 미사 때 부르던 성가소리나 신부님 말씀이 마치 자장가처럼 들렸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어머니께 크게 혼이 났다. 그러고보니 잠 때문에 벌어진 웃지 못할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어린시절에는 부활절과 성탄절이 가장 기다려졌다. 예수님의 부활과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무엇보다 기뻐해야 하겠지만 어린 마음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대부분이 잘 못먹고 잘 못입는 시절이었던 만큼 대축일 때 나오던 음식과 과자들이 더 반가웠다. 수녀님 몰래 몇번이나 과자나 음식을 받아 먹고, 심지어 친구들 것까지 빼앗아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엔 왜 그렇게 ‘먹성’이 좋았던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웃음이 난다. 이처럼 나의 유년기 시절은 아름다운 신앙 추억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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