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활동 재개, 여백·절제미 돋보여”
최창원(니콜라오.45)씨는 매주 성화를 그린다. 서울대교구 신자들이라면 그의 이름을 한번쯤은 접했을 듯하다. 매주 주보 한켠 ‘간장종지’의 삽화 작가로도 잘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간장종지’ 작가
그의 작품에서는 여백과 절제의 미가 돋보인다. 특히 그의 작품을 찬찬히 보다보면 명암으로 표현한 상자를 만나볼 수 있다. 모든 형상들은 종이 위에 또다르게 그려진 상자 안에 들어가있다. 단 한분 예수님만을 제외하고.
최씨는 “상자와 같이 갇혀진 세상 안에서 하늘로 가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통해야한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싶어서 상자와 상자를 벗어난 예수를 그린다”고 설명한다.
최씨가 이렇게 ‘주바라기’로 산 지 이제 갓 3년이 지났다. 그가 하느님을 만난 곳은 깊은 절망의 밑바닥에서였다.
불우한 환경
최씨는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지만 희귀난치성질환인 ‘강직성 척추염’을 앓게 되면서 장애와의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몇년 후엔 아버지와 어머니가 연이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게다가 귀까지 들리지 않게되면서 최씨는 작고 구부정한 몸을 이끌고 무일푼으로 길거리를 배회해야만했다.
이러한 절망 속에서 최씨는 주교회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상담담당자 한정식(시몬)의 도움으로 세례를 받았고,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김홍숙(체칠리아)씨의 도움으로 숙식을 해결하게 됐다.
10년만에 붓잡아
지난해 3월부터는 압구정본당 조군호 신부의 배려로 성당한켠에서 생활하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붓을 놓은 지 꼭 10년만이었다. 온몸을 찌르고 있는 가시를 하나하나 뽑아내고, 생채기에 약을 바르는 기분으로 한 점 한 점 그림을 완성해왔다.
현재 나해 성서말씀을 그리고 있는 최씨는 올해 전례력이 마감되면 3년치 작품을 모아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본당에서는 그의 성화를 활용해 교리교재도 만들자고 재촉이다.
120여점이 되는 성화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이 있냐는 질문에 최씨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무 위에 올라간 자캐오 그림을 끄집어낸다.
“저와 가장 닮았어요. 키도 작고 부족함이 많지만 예수님을 보기 위해 나무 위에 매달린 모습이…”
“그림을 그릴 수 있어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되뇌이는 최씨의 모습은 사랑의 힘이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 지 새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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