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내 안의 소리 낮추고 생명의 속삭임 들어봐요"
14일까지 가톨릭화랑
숨가쁜 일상에 지쳐 회색빛 콘크리트숲 사이에 털썩 주저앉은 어느날, 꼭꼭 잠긴 수도꼭지에서 기적처럼 떨어진 한방울의 물을 날렵하게 건져올리는 참새 한마리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이때부터였다. 회색빛 도시에서 마음마저 굳게 닫은 사람들에게 변함없이 기쁨과 평화를 주는 ‘자연’을 기억해낸 것이.
김선규(스테파노.문화일보 사진부 차장) 기자는 무표정하게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먼지와 소음 틈바구니에서도 제 모습대로 아름답게 사는 작은 생명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틈새에서 고개를 내민 민들레, 산란을 위해 절벽 같은 수중보를 뛰어오르는 잉어, 비둘기 발자국…. 자연의 친구들을 카메라에 담아내기 위해 몸을 숙이고 눈높이를 낮출 때 세상은 더 이상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평소 사회 곳곳에서 대형참사와 자살 등의 생명파괴 모습을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기자로서의 ‘숙명’이었다. 그 안에서 ‘생명’을 향한 고뇌와 목마름은 더욱 컸지만 일상에 치여 뒤로뒤로 미뤄두기만 했다. 도심의 작은 생명체들은 그러한 그에게 ‘생명’을 찾아 나설 힘을 북돋아줬다.
김기자의 사진을 보는 이들은 감탄사부터 터뜨린다. 예리하고도 따스한 시선으로 잡아낸 생명력 넘치는 자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기자 스스로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다르진 않다고 말한다. 단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고, 보면 또 더 사랑하게 되는” 사랑의 고리를 따른 결과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특히 그는 “삶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디언들은 말을 달리다 어느 순간 내려서 뒤를 돌아봅니다. 뒤에 오는 영혼을 기다린다는군요. 내 영혼과 함께 가는 것이 생명력을 충만히 갖춘 아름다움이 아닌가 합니다.”
사진은 김기자가 20년째 끊임없이 해오고 있는 영혼을 기다리는 작업이다. 삶의 군더더기를 벗어내고 소탈하게 ‘생명’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2월 1~14일 서울 중림동 가톨릭화랑(02-360-9193)에서는 ‘생명, 그 아름다운 몸부림’을 주제로 사진전을 연다. 지난 몇년간 작업해온 ‘생명을 찾아서’ 작품 중 4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선규 기자는
한겨레신문을 시작으로 시사주간지 한겨레21 초대 사진팀장을 역임, 현재 문화일보 사진부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탈영병의 최후’ ‘까치의 헌화’ ‘목마른 참새’ 등 수많은 사진특종으로 한국언론대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시각을 제공한 공로로 2003년 한국 가톨릭 매스컴상도 수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환경재단이 주관한 ‘2005년 세상을 밝게 한 100인’으로도 선정됐다. 저서로는 ‘우리고향산책, 2003’과 고성산불을 기록한 ‘까만 산의 꿈’, ‘살아있음이 행복해지는 편지 93통’ 등이 있다.
홈페이지(ufokim.com)에서는 김기자가 신문 등에 연재한 사진작품을 비롯해 솔직담백한 글맛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설명
▶'중랑천 잉어의 꿈'
▶'목마른 참새'
▶'수채화로 내리는 꿈'
▶'아이 눈에 비친 세상'
▶'세상이 궁금한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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