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자기중심적 선교관
2차대전 후 변화되기 시작
최근에 미국의 가톨릭신학회 회장을 지낸 성혈수도회 소속 로버트 슈라이터는 지구촌 복음화가 본격적으로 개시된 때를 1492년으로 본다. 이때 이래 세계 복음화 역사는 콜롬부스가 유럽과 아메리카 사이의 ‘왕복 항로’를 발견한 1492년부터 1945년까지 이어진다고 말한다. 둘째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때부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까지로 잡고, 동구권이 무너지기 시작한 1989년부터 셋째 시기가 개시된다고 보았다.
서구교회의 선교
슈라이터는 셋째 시기, 오늘 이 시대의 특성을 전지구화 경향에서 찾는다. 둘째 시기에는 각 민족의 자기정체성 확인과 세계에 대한 교회의 개방, 교회와 세계의 연대를 두드러진 특징으로 본다. 첫째 시기는 ‘영혼 구원’과 식민지배 선교로 특징짓는다.
영어로 미션(mission)은 라틴어 미씨오(missio)에서 왔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선교’로도, ‘사명’으로도 옮길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첫째 시기, 곧 지난 450년 동안 서구 교회는 세계 온 지역에 예수 그리스도의 해방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우리는 그 선포 운동의 한 수혜자로서 오늘 이땅에서 복음을 축복으로 누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서구 교회는 자신이 수행하는 ‘미씨오’를 서구 문화 중심으로 보았다. ‘하느님의 집안’을 백인 그리스도교 중심으로 판단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유럽 그리스도교 국가들이 세계를 정복해 가면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의 지역민을 야만인으로 여기던 것과 동일한 맥락에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이 그리스도교 우월주의 시대에는 문화와 종교와 인종의 다름이 창조와 축복과 나눔의 원천이 아니라, 파괴와 저주, 죽음의 근원으로 작용하고는 하였다. 동아시아는 유교의 세계 내 윤리 인식을 기준으로 서학=천주교를 배척했었다. 이에 비해서 서구는 그리스도의 계시를 준거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의 토착 종교와 문화 관습을 미신 현상으로 단죄하면서, 강압적으로라도 세례를 받게 만들려고 하였다. 너무도 오랜 동안 대포와 칼을 앞장세워서. 그러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선교를 “미씨오 앗 젠테스missio ad gentes” 곧 “이방 민족들을 향한(ad) 미션”이라고 인식하고는 하였다.
이때 서구인들 자신은 ‘gentes’에 속한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을 중심에 놓고, 여타 세계 지역 사람들을 ‘이방 민족’이라고 보았다. 이것은 ‘다른’ 지역 사람들을 자신들의 공간과 문화와 종교, 곧 그리스도교를 근거로 낮추보는 시각을 반영한다. 이를테면 지나친 자기 중심주의는 ‘다른’ 것을 열등한 것으로 판단하기 쉽다. ‘외방 선교’라는 말도 사실은 바로 이런 서구 그리스도교의 자기 중심주의를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어디가 ‘외(外)-바깥’이라는 말인가? 하느님의 집안으로서 인류 공동체, 하느님의 생명의 집(oikos)으로서 이 지구와 우주에서 어디가 ‘외’라는 말인가? 이렇게 하느님의 생명의 준거로가 아니라, 자기를 기준으로 다른 것을 판단하여 ‘이방’으로 폄하하고, ‘외’로 밀어내는 사고틀과 교회 구조에서는 다름의 축복을 감지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도리어, 슈라이터가 첫째 시기로 본 기간의 역사가 증거하듯이, 자기와 다른 모든 종교와 문화와 사회 현상들을 자기 것과 동일하게 만들려는 폭력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교회의 자기중심주의 변화
그러나 1945년에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세계의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수많은 나라가, 우리나라 역시, 독립하였다. 세계의 이러한 정치적 변동은 20세기 후반에 종교와 문화 사이의 관계에도 변화를 유발시켰다. 실제로 이것은 서구의 자기 중심적 선교관에 이의들을 제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서구인들이 군사력으로 이른바 제3세계 지역민들의 종교와 문화와 사회의 정체성을 판단하고 단죄하며 강요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위에서 본 “미씨오 앗 젠테스”만으로는 더 이상 세계 교회의 복음 선포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선교교령은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바로 이같은 시대 조류를 포착, 성찰하여 제시한 탁월한 결과였다.
그러면, 이 다양성의 시대에 나타난 복음화 양상을 우리는 어떻게 언어화할 수 있을까?
황종렬(미래사목연구소 복음화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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