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교리 위한 교사 양성 필요
인원 부족 이유 선별하는데 급급
양적증대 보다 양질의 교사 절실
2003년 3월 수능을 마치고 대학에 입학했다. 항상 동경해오던 중고등부 교리교사가 되고 싶었다. 마침 당시 교리교사로 활동하던 선배를 주일미사에서 만났다. 선배는 “교사 해보지 않을래?”라는 제안을 했다. 어떻게 해야 교사를 할 수 있는지 막막하던 나에게 선배의 그 말은 한 줄기 희망이었다. 본당 신부님과 수녀님 면담을 했다. 열심히 하라신다. 주일부터 중고등부 미사에 참석했다. 그냥 앉아 있었다. 미사 후 교사 회합. 교감 역할의 선배가 동료 선배 교사들에게 소개를 하라 한다. 그리고 나서 5월 중2 부담임을 맡게 됐다. 부담임이라…. 2주 뒤 정담임을 맡고 있던 선배가 갑자기 일이 생겨 못나왔다. 교리를 나보고 해보란다. 이제 교안 작성 법 등을 배운 내가 교리라니. 아득하다. 아이들이 두렵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이상은 올해 6월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서울 ㄷ본당 중고등부 교리교사 홍OO씨가 교리교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다. 홍씨는 교사 3년차로 10명이 안되는 본당 교리교사 중 어엿한 중견(?)교사다. 그에게 3년간의 교사 생활이 어땠는지 물었다. “제가 학생들에게 복음을 잘 전했는지 의문이에요.” 하지만 그간에 보람이 남다를 것 같다는 질문에 “글쎄요. 여름 캠프의 추억, 학생들이랑 친해진 것. 그 정도뿐인데요.” 그래도 교리를 가르치기 위해 교회 관련 지식을 많이 쌓았을 법 하다는 물음에 홍씨는 “누가 특별히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어요. 인터넷을 통해 웬만한 정보는 다 얻고. 학생들보다 조금 더 아는 정도? 그리고 교사되기가 쉬워서 일단 되고 나면 그냥 닥치는 대로 하는거죠.”
청소년 주일학교 교사의 연령대는 대부분 20~30대. 특히 남자의 경우 군입대 문제가 걸려있어 몇 년 활동하지 못해 경력이 짧고, 잦은 교체로 인해 교리교사들의 전문성은 약화되기 십상이다. 또한 교리교사의 자질 역시 문제시된다. 서두에 홍OO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교리교사들은 인원 부족의 이유를 들어 무차별적으로 대학 새내기들을 포섭한다. 악순환의 연속인 선배 교리교사들의 이 같은 행위는 질적 저하를 초래한다. 또 이들이 교리교사가 되기 위한 자질에 관해 검증할 어떠한 공식적인 과정도 전무하다. 20대 대학 새내기들이 과연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교리교육을 할 수 있을까.
교사의 단명과 대학생 위주의 교사 문제는 200주년 사목회의에서도 거론됐으며 서울대교구 시노드에는 교사중심의 주일학교 사목에서 벗어나 오히려 신앙과 학식을 겸비한 청소년 지도자가 청소년중심의 사목에 함께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말 그대로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물론 교구내 신입교사 교육이란 제도가 있다. 경험이 일천한 신입교사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이 교육은 1주일간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기초교리, 교육방법론 등 다양한 교수법으로 실시된다. 그 후 2박3일간의 실기교육이 진행되는데 앞서 열거한 교육 등과 더불어 2가지 특별한 과정으로 이뤄진다. 퇴소 마지막 날 주관식 필기시험과 실기교육에 참가한 동료 교사들 이름외우기가 바로 그것. 과연 이러한 교육들이 교사의 자질을 시험, 거론해볼 기회가 되는가.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친 이들이 받는 초급교사 수료증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이에 대해 조현옥(평신도 선교사.가톨릭교리신학원 졸업)씨는 “현재 교리교사들은 얄팍한 교리 지식 전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숙련된 교사 양성을 위한 기구나 방법들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적 증대보다 양질의 교리교사가 필요한 시기다. 교회는 일정한 조건을 갖춘 교리교사를 ‘선택’이 아닌 ‘선출’해야 한다. 또한 행정적 지도가 아닌 그들의 영적 성장을 도와 전문성을 갖춰주고자 노력해야 한다.
청소년 사목은 특정 집단이 하는 것이 아니다. 사목자, 수도자, 교리교사 등 청소년과 관련한 모든 이의 사목으로 나아가야 한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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