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천사와 함께하니 믿음도 사랑도 깊어져”
“사진 한 컷만 찍을게요.” “사진요? 아~ 이러시면 안돼요. 저 이러자고 인터뷰 하겠다고 한 거 아닌데…” 말 그대로 옥신각신. 사진 한 컷 찍자는 기자의 말에 극구 사양하는 나종호(토마스아퀴나스.29.서울 서교동본당)씨.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기 직전 고개를 연신 숙이는 나씨. “고개를 좀 들어주시면 안될까요?”라는 질문에 “그게 아니라 아기가 불편해 할까봐서요”라며 품에 안고 있던 장애영유아의 눈을 살며시 가려준다.
“아이랑 찍어야 한다니까 계속 신경이 쓰여서요. 플래시가 아이 눈에 좋지 않을까봐서요.”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 인근 보습학원에서 영어강사로 근무하는 나씨는 현재 서울 강북구 수유1동에 위치한 장애영유아 생활시설 디딤자리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작년 10월 취업한 그의 보습학원 근무시간은 월~토요일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게다가 초중고생을 모두 가르치는터라 몸이 열 개라도 여가시간을 빼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치지 않으세요”란 질문에 “안 지친다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일은 일이고 봉사는 봉사니까 두가지일에서 느끼는 보람이 다르잖아요”라고 대답하는 나씨. 그는 일주일에 두어번 시간이 날 때마다 디딤자리를 찾는다고 했다. 나씨가 하는 일은 장애영유아 10여명의 말벗부터 식사봉사, 청소 등 그야말로 ‘멀티플레이어’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나씨는 2년 전 주보를 보고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성가정입양원에 전화를 해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혼자 하기가 쑥스러웠지만 그곳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혼자’였다. 처음 하는 일이라 손에 익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사랑만으로 매주 이혼, 가정불화, 미혼부모 등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소외된 아기들을 돌봤다. 하지만 나씨는 사랑만으로 안되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고 했다. 과연 내가 이 아이들을 위해 진실된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 의문이 생긴 것.
하지만 당시 그곳에 있던 수녀의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얻어가는게 많을 겁니다.” 그 한 마디가 나씨의 마음에 새로운 사랑의 불을 지피게 됐다. 이후 나씨는 장애영유아 생활시설 디딤자리가 새로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성가정 입양원에 있던 소수의 장애영유아들과 새 둥지를 틀었다.
“저보다 음지에서 더 열심히 봉사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부끄럽습니다.” 그는 “사실 취업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돈이랑 주님을 같이 섬길 순 없다는 생각으로 자원봉사를 하다보니 취업도 쉽게 되더군요”라며 그동안 약간은 소홀했던 본당 활동에도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다는 말을 건네자 돌아오는 나씨의 대답이 걸작이다. “믿으면 돼요. 그러면 주님 안에서의 믿음이 빛을 발할 때가 분명히 오던데요.”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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