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 하는 삶이라면 이 고통 기꺼이 받아들일께요”
엄청난 병원비 때문에 살던 아파트 팔아
예정된 2차 수술비 마련할 길 없어 애타
이종호(프란치스코.51.서울 대림동본당)씨. 그의 주변 공기는 무척 무거웠다. 아내 이인자(루시아.49)씨가 말을 건네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씨. 그의 삶은 그의 눈빛처럼 이미 방향을 잃었다.
남편 이씨는 에어컨 설치를 하는 개인사업자. 계절을 타는 직업이라 겨우내 일이 없지만 파출부 일을 하며 가사에 일조하는 아내의 도움 덕에 이씨 부부는 에어컨 바람 마냥 상쾌한 삶을 살았다. 게다가 연년생으로 장성한 두 아들이 있어 그들은 자신들의 삶이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남편 이씨가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작년 12월 이씨는 에어컨 설치 대리점 사장의 집안일을 돕다 갑자기 쓰러졌고 곧 병원으로 옮겨졌다, 담당의사는 아내 이씨에게 짧게 한마디를 던졌다. “뇌출혈입니다. 살 확률은 10% 정도. 만약 살아도 식물인간이나 반신불수로 삶을 연명하시게 될 겁니다.” 이후 응급 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들어가는 남편의 모습이 아내 이씨를 그 자리에 주저앉게 만들었다.
매 순간 ‘살아나게만 해달라’는 그녀의 기도를 주님께서 들으셨는지 남편의 수술 결과는 좋았다. 하지만 살아나기만 했지 예전의 남편이 아니었다. 또 겨울이란 시기적 악조건과 아내 이씨가 남편 간병에 온 힘을 쏟고 있어 막대한 수술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아내 이씨는 무척 괴로워하며 “사실 재작년에 남편이 인근 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도중 퍽치기를 당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시 수술 후 남편이 기억력이 흐려지고 걸을 때 다리를 끄는 등 후유증이 심각했다”며 “남편의 엄청난 재활 의지로 겨우 삶의 제자리로 찾아가고 있는 상황인데…”라며 현실을 원망했다.
이어지는 절망적인 상황 앞에 아내 이씨는 결국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았다. 삶의 보금자리인 집이라는 개념은 이미 아내 이씨에게서 사라졌다. 이제 병원이 집이고 남편 곁이 그녀의 보금자리가 됐다. 급한 불을 껐지만 이들 가족은 앞으로 큰 산을 남겨두고 있다. 예정된 2차 수술과 수술 후 물리치료비 등이 바로 그것. 이런 상황에서 두 아들 역시 아버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 군복무를 하고 있는 장남은 몇 푼 안되는 월급을 모으고 있고 올해 7월에 군입대가 예정된 차남은 입대 전까지 치료비를 보태겠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전례단 해설과 성령기도회 부회장 등 열심히 본당 활동을 해온 아내 이씨. 그녀에게 이러한 삶이 원망스럽지 않냐고 묻자 이씨는 “주님의 뜻이겠죠. 그리고 그분의 뜻이니까 대답도 분명히 주실거에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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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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