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을 보내고 있는 한국교회가 다양한 사목지표들을 실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고 이의 실행에 정성을 쏟고 있다. 본지는 이러한 한국교회 상황을 다각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각 교구에서 구현되고 있는 실천적인 사목 모습들을 지면에 소개한다. 각 교구의 현황과 과제, 활동, 전망 등을 상세하게 담게 될 ‘우리 교구는 지금…’은 한국교회의 연대와 발전에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찾아가는 교회, 함께하는 교회상’ 실현
지역 특성 살린 공동·지구중심 사목 펼쳐
인터넷 TV 방송국 개원 등 문화토착화도
가난한 이들 가운데 처음 씨앗이 뿌려졌던 초대교회의 시원은 ‘함께하는’ 교회였다. 가난한 이도 가진 이도, 여자도 남자도, 장애인도 일반인도…. 이런 공동체를 위해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낮춰 몸소 ‘찾아가는’ 모범을 보이고 그런 교회를 유산으로 물려주었다.
이런 의미에서 교구 출범과 함께 의정부교구가 내건 ‘찾아가는 교회, 함께하는 교회’는 그러한 삶에서 비껴 서있는 듯한 오늘에 대한 성찰이자 교회의 원류로 돌아가자는 선언이었다.
2004년 6월 24일, 의정부교구 설립은 한국교회에 새로운 사목 패러다임의 도래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교구 설정 이후 1년여 동안 의정부교구는 다양한 사목적 시도들을 해왔다. ‘찾아가는 교회, 함께하는 교회’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안의 하나로 지난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공동 사목과 지구중심 사목은 섬김의 공동체로 거듭나고자 하는 의정부교구의 시금석이라 할 수 있다.
의정부교구가 천명한 공동 사목은 그 형태나 내용면에서 전위적이며 실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6월부터 4명의 신부가 공동 사목을 펼치고 있는 덕소본당을 비롯해 3명의 신부가 양주백석과 광적 등 2개 본당을 공동 사목하는 형태 등은 교구의 현재를 읽게 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교구청의 일방적 지시에 의한 고정된 형태의 사목이 아니라, 사목자들이 사목 현장에서 판단해 지역의 특성을 살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고객인 신자 위주의 사목 방식을 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공동 사목을 지구 차원으로 확대한 지구중심 사목은 지역 특성에 맞는 사목적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에 책임있는 교회의 모습을 심어나가려는 모색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지구를 8개로 개편하면서 지구별 특성에 따른 특수사목이 가능하도록 한 이후 의정부교구는 이주노동자가 많은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1·2지구에서 이주노동자 사목을 중심사목으로 놓은 것을 비롯해 3지구는 교정사목, 4지구는 환경·군사목, 5·6·7지구는 병원사목, 8지구는 사회복지 등을 중심으로 사목 방향을 지역 실정에 맞게 특화하는 등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사제 4명을 지구 청소년사목 전담으로 임명한 것도 지구중심 사목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사목적 시도들은 이런 흐름을 더욱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청소년사목을 내실화하고 사이버 선교를 강화하고자 하는 시도도 결국 사목 현실에 민감하게 대응함으로써 신자들에게 먼저 다가서려는 ‘찾아가는’ 사목의 일환인 셈이다. 한국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6월 인터넷 TV 방송국 UTV(www.utv.or.kr)를 개국,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UTV 개국 이후 가톨릭 VJ 아카데미를 개설해 지속적으로 VJ를 양성하고 가톨릭 VJ 연합회 설립을 준비하는 등 의정부교구가 보이고 있는 모습은 문화의 토착화를 위한 노력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함께하는 교회’ 상을 새롭게 구축해가고 있다.
특히 교구 설정 1주년 이후 다채롭게 시도되고 있는 사목 프로그램들은 신선함과 아울러 한국교회가 딛고 설 수 있는 사목적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일례로 교구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11월말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점자주보’와 ‘소리주보’는 타 교구 신자들의 신청으로까지 이어지는 호평을 얻고 있다. 또한 군에 입대하는 청년들과 가족들을 위한 정례적인 미사를 개설하고 주일에도 장례미사를 봉헌토록 권고하는 등의 사목은 신자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희망 섞인 기대를 낳고 있다.
■“시끌벅적 옛 신앙공동체 모습이 이런걸까요?”
덕소본당 공동사목 현장
곳곳에서 뛰는 사제들 열성에 신자들도 함께 신나
7개월새 신자 400명 늘어·결식아 지원 등 나눔도
지난해 6월부터 4명의 신부가 ‘공동 사목’을 펼치고 있는 의정부교구 덕소본당의 실험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까. 반년이 지난 후 찾은 덕소본당은 외형상으로도 벌써 변화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미사 때나 성당을 찾는 줄 알던 신자들은 이제 시시콜콜하다 싶은 대소사까지 들고 성당을 찾기 십상이다. 이러다 보니 쓸쓸하게까지 느껴지던 성당은 자연히 신자들이 쏟아내는 시끌벅적함으로 옛 기억을 지워내고 있는 듯했다.
성당에서 느낄 수 있는 이런 활기는 그대로 신자들의 삶으로 전이되고 있는 모양새다. 3500명 안팎에 머물던 신자수도 그 새 400여명이 늘어나는 등 예상외의 증가세를 보이며 사목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맞춤사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5년차부터 17년차까지 다양한 경험과 연륜을 지닌 4명의 신부가 현장밀착적인 사목을 펼친 결과라는 게 신자들의 평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도 바로 공동 사목. 본당 관할구역을 대건·마재·양업 등 3개 지역으로 나눠 지역마다 주임사제를 두고 대표주임신부가 전체를 조율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공동 사목은 성당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금용일(요안나.44)씨는 “평일에도 3대의 미사가 있어 언제든 미사를 드릴 수 있어 좋을 뿐 아니라 구역미사도 많아져 신앙생활에 새로운 맛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순(모니카.82)씨는 “사제들의 열성에 덩달아 신이 난다”며 “무엇보다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곳에 신부님이 계시다는 사실이 든든하다”고 밝혔다.
공동 사목이 거두고 있는 성과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협소한 성당 때문에 본당이 생긴 후 처음으로 이웃 학교 실내체육관을 빌려 마련한 성탄 전야미사에는 역대 본당 행사 최대인 1300명의 신자들이 함께해 서로가 자신의 모습에 놀라고 뿌듯함을 나누는 장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역사회를 향해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도 공동 사목이 낳은 결실이다.
지난해 말부터 결식아동을 위한 급식비를 지원하는가 하면 굶주리는 이들이 늘어나는 겨울방학부터는 신자들이 직접 도시락을 싸들고 가난한 가정을 찾고 있다.
대표주임을 맞고 있는 허영민 신부는 “신자들이 신앙생활 속에서 원하는 사목을 발굴함으로써 자발성을 고양시킬 수 있다는 게 공동 사목이 지닌 힘”이라고 밝혔다. 대건지역주임 맹제영 신부는 “공동 사목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되면 신부의 이동에 따라 신자들의 삶마저 흔들리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며 “공동 사목으로 신자들의 체질이 바뀌면 가정 사회 국가 등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책임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교구장 이한택 주교
“신자들이 행복한 교회 만들어야죠”
사제 자율권 최대한 보장
“복음을 생활화 하는 삶” 강조
“신자들이 얼마나 행복해 하는가가 의정부교구를 볼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잣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젊은 교구인 의정부교구를 이끌고 있는 이한택 주교의 생각은 온통 신자들의 ‘행복지수’에 쏠려있는 듯했다. 그의 말대로 설립 3년째를 맡고 있는 의정부교구의 지난 여정은 신앙생활을 통한 행복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모색의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공식 출범한 ‘공동 사목’ 역시 신자들의 행복지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천차만별인 지역의 특수성을 살려 사목적 열매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공동 사목이라는 게 이주교의 설명이다.
“신부들은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신자들은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사목적 열매를 나누며 행복을 느끼니 이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니겠습니까?” 이주교는 그 과정에서 사제들이 사목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자임했다. “어떤 형태의 사목을 하든지 결국은 ‘찾아가는 교회’를 실현하기 위한 길입니다. 그 길에서 내딛는 걸음걸음이 교회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최대한 자율권을 허락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신나게 일하는 사제들과 기뻐하는 신자들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고마움을 느낀다는 이주교는 의정부교구민이면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중요한 변화상을 소개한다. “그간 교구 차원에서 마련한 무슨 행사든 자리가 모자라 즐거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늘 예상을 뛰어넘는 신자들의 열정과 능동성에 고무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런 이주교의 평가는 의정부교구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실감할 수 있다. 교회 활동의 밑거름이라 할 봉사자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거창하게 5개년, 10개년 계획을 세우기보다 사목자로서 매 순간순간을 성실하게 식별하면서 주님 이끄심대로 갈 계획입니다.”
이주교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대상이 있다. 바로 청소년사목과 해외 선교다. 이 두 영역이 한국교회의 미래와 맞닿아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이주교는 복음을 생활화하는 삶을 역설한다.
“복음을 숙달하고 숙달한 만큼 생활화한다면 희망을 잃는 일, 자신감을 잃는 일, 화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여정을 통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게 하는 복음의 힘을 체감해온 이주교는 그러한 삶으로 신자들을 초대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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