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최영애씨
언뜻 보면 영락없이 주물 작품이다. 그러나 주재료는 오로지 한지 한가지라는 설명에 새롭게 눈길을 돌리게 된다.
서양화가 최영애(베로니카.54.서울 개봉동본당)씨는 최근 한지로 제작한 이색적인 ‘십자가의 길’을 선보였다. 재료에 구애받지 않는 현대미술의 장점을 십분 살려 창작된 작품이다.
한지를 이겨 빚은 부조는 먹과 금분만으로 입체감을 돋웠다. 부드러운 재료지만 강한 질감을 물씬 풍긴다. 무엇보다 정형화된 십자가의 길 형상을 벗고 구상과 비구상의 느낌을 혼용해 단순화한 이미지가 독특하다.
의상디자이너였던 최씨는 늦깎이 나이로 홍익대와 숙명여대 등에서 비구상을 전공하고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다.
‘십자가의 길’은 새 성당을 짓기 위해 기금 모금 등에 힘쓰는 사제들과 신자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도울 방법을 찾다가 제작하게 됐다.
여러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작품은 큰 호응을 얻었고, 이에 최씨는 힘닿는데까지 작품을 제작해 봉헌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로지 기도하는 이들을 위해 만든다는 일념으로 모든 작품에서 서명도 없앴다. 작품전도 신자들과 지인들을 위해 단 하루만 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최씨는 서울과 수원교구 2개 본당에 ‘십자가의 길’을 봉헌했다.
특히 최씨는 성물제작의 후원인을 자청한 남편 김형두(안셀모.59)씨의 도움으로 연간 두 세트 정도의 작품을 제작해, 새 성당 건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골본당에 봉헌할 예정이다.
※문의 02-778-7671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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