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라 들을 때 민망하죠”
교사로서 정체성 부족…노력하지 않아
청소년 복음화 일꾼으로 책임감 가져야
“살짝 민망하죠.”
중고등부 교리교사 오OO씨는 공공장소에서 우연히 학생들을 만날 때의 느낌을 ‘민망’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이유를 묻자 오씨는 “말 그대로 가르치는 사람이란 뜻의 ‘선생’이란 높임말이 저에게 적합한지 생각하게 되고, 주변 시선이 따갑기도 하고…한마디로 부담스럽죠.”
본당 교리교사들도 오씨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냐고 되묻자 “글쎄요.
과반수 이상은 그렇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교리교사로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지, 저도 궁금해요”라고 답했다.
정체성…그렇다면 과연 교리교사들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은 교리교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2월 5일 ㄹ본당 중고등부 미사에 참석했다. 미사 후 만난 학생들의 대답은 말 그대로 ‘중구난방’이었다.
그들은 ‘선생님’에서부터 ‘옆집 형, 누나’, ‘떡볶이 사주는 사람’ 등 실로 다양한 해석을 쏟아냈다. 그 중 한 고등학생은 다음과 같은 풀이를 내놓았다.
“선생님이란 단어는 적어도 성당내에서 막연하게 쓰여요. 매년 신입 선생님들이 학기 초에 인사를 하시고 그럼 저희는 그냥 ‘선생님’이라 이름지어 부를 뿐이에요.”
막연함…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현재 교리교사들은 어떠한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 본당에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무차별적인 ‘투입’에 그치지 않는다. 문제는 ‘교리교사’라는 명함을 얻은 20~30대의 젊은이들이 ‘교사’로서의 노력을 등한시 한다는 것이다.
각 교구들은 교리교사들이 청소년을 통해 사회복음화를 실현해야 할 주체로 인식하고 다양한 양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그러한 프로그램들이 교리교사들의 욕구를 100% 충족시켜 줄 수 없다는 현실은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들은 스스로 자신을 양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을까?
교구에서 실시하는 월례교육에는 신입교사들만 참석하고 그들이 가져온 교재는 그저 자신들이 교리를 행하는데 있어 ‘별책부록’으로 치부시 하며, 교리 교육에 필요한 온갖 장비와 1년 예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교사들에게 교회의 오늘인 청소년들을 맡기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현재의 교리교사들은 올바른 복음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의 즉흥적인 사회 문화 구조에 빠져있는 청소년들의 입맛을 맞추고자 그들의 구미에 맞는 교리 수업 준비나 이벤트 마련에 급급할 뿐이다.
교리교사들은 청소년 복음화를 위한 지도자다. 각 본당의 중고등부 학생들은 그들의 교리교사를 통해 복음을 읽고 느껴 하느님 나라를 체험하게 된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의 한 관계자는 “예전과 같이 학생들을 위해 밤을 새며 교안을 준비하는 교사는 현재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교리교사들은 학생들을 하느님께 이끄는 중간자적 입장을 견지해 교사로서의 영성을 확고히 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리교사들은 그들에 대한 미약한 지원만을 탓하며 푸념을 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교회의 오늘인 청소년들을 복음화의 주체로 끌고 나가야 한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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