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서로 선교사 파견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 복음화 현장에서 주목할 현상이 나타났다. 이때 이후 서구 교회만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교회가 서로 선교사를 파견하는 시대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미션의 실현 주체들이 전지구적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대양 육대주 상호 선교
한국 교회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역동적으로 증거하는 교회 가운데 하나다. 예컨대 우리 교회는 거의 200년 동안 주로 서구에서 선교사를 파견받기만 하다가, 1981년부터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도 선교사를 파견하기 시작한다.
해외선교사 교육협의회에서 작년에 제작한 선교 지도에 따르면, 다른 나라에 파견된 한국 선교사는 527명이다. 지역별로는 아시아에 212명, 아메리카에 130명, 유럽에 110명, 아프리카에 59명, 오세아니아에 16명이 파견되어 있다. 그야말로 온 대륙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섬김을 증거하며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추세는 우리 교회에서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지역 교회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신학계는 이 현상을 ‘오대양 육대주의 상호 선교’로 일컫는다. 말하자면, 이제는 보내는 교회와 받는 교회가 정해져 있지 않다. 온 대륙 모든 교회가 자신의 관심과 역량에 따라 지구촌 전 지역 교회로 선교사를 파견하고 파견받는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세계 민족들 ‘사이의’ 선교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가톨릭 신학회 회장을 역임한 베트남 출신 피터 판 교수는 이같은 선교 현실을 한 어구로 개념화하였다: “미씨오 인테르 젠테스missio inter gentes.” 번역하자면, “세계 온 민족들 사이의(inter) 선교”를 말한다. 이것은 지구촌 모든 민족이 예수 그리스도의 선포를 만나서 스스로 복음화되는 가운데 서로에게 복음화의 계기로 작용할 원초적 사명을 현시한다. ‘~를 향하여’(ad)로부터 ‘~가운데서’, ‘서로’의 의미를 갖는 ‘inter’로의 전환, 이 전환이야말로 현대 세계 교회의 복음화는 물론 현대 문화와 영성, 정치, 사회의 특성을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inter의 전망에서 함께 쓰인 gentes는 이제 단순히 ‘이방 민족’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자기로 사는 세계의 모든 ‘민족’을 가리킨다. 그리하여 여기서는 누구도 이방인이 아니라, 하느님의 한 다스림 안에서 방인으로 초대받은, 존엄한 주체로 존재한다.
서구인들 역시 하느님의 한 자녀로서, 당연히 gentes에, 곧 ‘민족들’에 속한다. 유럽과 북미의 그리스도인들도 지구촌 인류 사회의 일원으로서, 여러 민족 가운데 한 민족, 여러 인류 집단 가운데 한 집단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은 서구 밖의 어떤 민족도 서구 민족과 문화를 기준으로 판단받지 않고, 하느님과의 직접 관계를 통하여 고유한 존엄과 품격을 부여받아 살면서 이를 경축하는 새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말한다. 서구 식민지배가 그동안 일그러뜨려 온 참 형제자매 관계를 그리스도의 사랑과 친교 안에서 다시 회복하여 현실로 누리는 시대를 이루기 시작한 것이다.
다름 존중하며 함께 공명
이 새 시대에 인류 사회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선교교령’이 아름답게 증거하듯이, 민족들 사이의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관습적 차이가 더 이상 단죄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서는 이같은 차이는 오히려 배워야 할 이유가 된다. 또한 그것이 진정으로 하느님의 생명의 길을 걸어가는 데 유익하고 생명의 질서를 섬기는 데 도움이 되는 한, 함께 공명을 이루며 서로 경축할 풍요의 원천으로 작용한다.(선교교령 9, 11, 15, 16, 22, 26항 등 참조)
다름을 존중한다는 것은 너를 너로 살게 한다는 것을 말한다. 하느님이 이 시대 우리에게 선물한 저 축복을 어떻게 아름답게 완성시켜 갈 것인가? 바로 여기에 세계 가톨릭 교회와 우리 한국 교회의 진정한 사명이 자리잡고 있다고 믿는다.
황종렬(미래사목연구소 복음화연구위원장)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