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자체이신 예수님 따르는 것
신앙인이 본받을 이상적 제자상
II. 말씀과 행위에 권위와 힘을 지니신 예수님(마르 1, 14~3, 6)
1.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 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1, 14~15 예수님의 설교 요약)
마르코 복음을 묵상하다 보면 오직 한 길만을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타협도 허용하지 않는 결단이 필요하다. 임박한 종말을 앞두고 각자 자신의 전부를 걸고 선택의 결단을 해야 했던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처한 긴박한 상황이 느껴진다.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는 길은 영화 ‘왕의 남자’속의 주인공들처럼 외줄을 타는 인생인 것 같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한가로운 여기(餘技)가 아니라 총력을 다 기울여 얻어야 하는 생존전략이다.
무대 밖으로 사라진 세례자 요한을 뒤로하고 예수님이 전면에 등장하신다. 그분이 전하는 설교 메시지는 분명하다. 몰라서 못 산다는 변명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 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15절)
이보다 더 명확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 백성들이, 또 우리가 학수고대하던 ‘때’가 찼다. 만일 그 ‘때’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우리는 빈말만을 되뇐 셈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하느님의 이름’을 불러왔던가? 바로 그분이 우리 곁에 와 계신다.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기다리던 순간, 곧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구원의 시간이 다가 왔다. 바로 그 ‘때’를 알아차리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하느님께로 되돌아오기만 한다면 ‘하느님 나라’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 예수님께서 전하시는 기쁜 소식, 곧 ‘복음’이다. 예수님이야말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으로서 “복음” 자체이시다.
복음을 향유(享有)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회심(回心)과 믿음이 필요하다. 참된 회개(回改)는 하느님을 향한 방향전환, 온전한 탈바꿈을 의미한다.
껍데기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나의 온 존재가 바뀌어야 한다. 믿음은 필요할 때 붙였다가 싫증이 나면 슬며시 떼어버리는 액세서리가 아니다. 믿음은 나의 인격이며 실존 자체이다. 성경의 뿌리가 되는 히브리식 사고방식에서 믿음은 인식의 차원이 아니라 행동을 수반하는 실천의 차원까지를 의미한다.
공관복음에서 예수님의 말씀과 행위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하느님 나라’라는 말이다. 그분의 말씀과 행위 모두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라고 하면, 흔히들 천상의 낙원 같은 어떤 공간을 생각하기 쉬운데, 예수님이 설교하시는 ‘하느님 나라’(바실레이아 투 테우)는 ‘하느님의 왕정(王政)’이라는 역동적인 의미를 갖는다. 인류 역사 안에서 은밀하고 잠정적으로 자신의 힘을 펼치셨던 하느님께서, 역사가 완결될 때 결정적으로 당신의 왕도(王道)를 펼치시리라는 것이다. 역사가 종결될 때 하느님의 종말 통치가 완벽하게 실현되겠지만, 이미 예수님의 인품과 업적을 통하여 실현되기 시작하였다.
2.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1, 16~20 첫 번째 제자를 부르심)
14~15절에서 예수님의 복음 선포 집약문이 소개된 후 곧바로 첫 제자를 부르시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를 따라 오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17절)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그물을 던지고 있던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은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첫 제자들로서, 앞으로 중요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복음의 증인이 될 것이다(5, 37; 9, 2; 13, 3; 14, 33).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18절)
아무런 주저도 일말의 지체도 없다. 이렇게 예수님의 공생활 초창기에 소명사화가 나오는 것은 예수님의 설교 핵심인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가르침을(15절) 실천한 사람들, 곧 그리스도인들이 본받아야 할 이상적인 제자상으로서 제시된 것이다.
이제 그들은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 예수님의 인품과 언행을 익히게 될 것이다.
최혜영 수녀 (성심수녀회.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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