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구 신학생 교구 200리길 순례
동계 프로그램으로 본당 성지 공부방 등 미래 사목현장 찾아
“이 추운데…. 걸어 오셨어요?”
꽁꽁 언 손을 맞잡는 신자들의 따뜻한 환대가 찬바람을 뚫고 온 피로를 단번에 날려버린다.
“이런 체험이 고난의 길을 마다않고 신자들을 찾아 나서게 했을까요?” 상기된 얼굴의 신학생들, 자신들이 걸어온 길을 되새기게 해준 건 언제나 그들을 기다려준 신자들이었다.
의정부교구가 마련한 신학생 동계 프로그램. 교구 내 전 신학생이 2월 7일부터 미래 자신들이 사목할 현장을 순례한 열흘간, 이들의 발길이 닿은 곳곳에서는 수많은 사연과 감동이 넘쳐났다.
교구의 현실과 신자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더하기 위해 마련된 순례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3개조로 나눠 1∼2지구와 3∼4지구 소속 신학생은 5∼8지구를, 5∼8지구 신학생은 1∼2지구 관할 구역을 돌아보며 자신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교구의 다채로운 모습과 신자들의 삶을 체화해나갔다.
미래의 사목자들이 자신의 십자가를 찾아나선 길, 날씨는 그들의 앞날을 예고하듯 변화무쌍했다.
눈 내리는 산길을 오르며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신 예수님을 떠올리는가 하면, 황소바람이 드나드는 천막성당에선 신앙선조들의 곤고하지만 신실한 삶을 묵상하기도 했다. 차가운 날씨에도 방문을 환영하는 신자들 앞에선 한없이 자신을 낮추신 그리스도의 삶을 다짐했다.
순례 엿새째, 박해를 피해온 신앙선조들이 마을을 이룬 경기도 양주 신암리공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3시간 가까이 10km가 넘는 길을 걸어 공소에 도착한 신학생들을 공소 신자들이 맞았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40km는 걸은 것 같아.” “나약한 신학생이라고 하면 어쩌려고 그래.”
쉬는 사이 잠시 풀어놓는 누군가의 농담에 웃음바다가 연출된다. 하지만 공소 총무 박창석(바르톨로메오.50)씨의 공소 안내가 이어지자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함이 흐른다.
10개가 넘는 본당과 공소, 성지, 병원, 교도소, 공부방…. 멀지 않은 미래 몸담아야 할 사목지를 한 곳 두 곳 톱아 나갈 때마다 자신들도 모르게 쑥쑥 자라나 있는 교회와 동료들에 대한 사랑을 문득문득 깨달아온 여정이었다.
“오늘의 천주교가 하루아침에 가능했던 게 아니라 신앙선조들로 인해 풍요로워질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한없이 감사한 마음을 품게 됐습니다.”(유경재.요셉.부제)
“예수님을 필요로 하는 곳 모두가 바로 사목 현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희가 예수님을 대신해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떨립니다.”(김익호.욥.2년)
새로운 여정을 향해 다시 신발끈을 동여매는 신학생들의 얼굴에서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흘렀다. 입춘 끝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나선 그들의 발걸음은 어느새 봄 언저리에 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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