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체험담 들으며 감동”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는 1월 23일부터 이틀간 교황청 주최로 열린 ‘교회의 자선활동 활성화를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에는 세계 각국 주교회의 의장 또는 사회복지 담당 주교 70여명과 자선활동을 펼치는 국제단체·기관 대표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본지는 유흥식 주교의 참관기를 요약, 게재한다.
교황, 한국교회에 관심
‘교회의 자선활동 활성화를 위한 국제회의’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발표하신 첫 번째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1요한 4, 16)를 교회가 더 잘 실현하기 위한 신학적이고 사목적인 방법을 찾는 매우 유익한 회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시대에 교회가 나아갈 길이 사랑임을 새롭게 깨닫고 다짐하는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회의를 시작하면서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회칙의 중요성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세계은행 총재였던 울펜손(Wolfenson) 박사가 세상의 재물에 관하여, 국제 카리타스 총재 베놋(Vienot) 박사는 교회의 자선 활동에 관한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모든 이가 교황님을 알현하는 은총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교황님의 말씀은 사랑으로 가득하면서도 단호하고 힘이 있었습니다. 교황님은 “한국교회가 선교가 잘 되고 복음화활동이 적극적이라고 듣고 있는데, 맞는 말이지요?”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 아주 좋은 첫 번째 회칙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교황님의 회칙에 맞는 사목을 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하고 말씀드리자 교황님께서는 “고맙습니다. 계속 노력하시고 한국의 모든 신자들에게 나의 인사와 강복을 전해주십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회의에서는 예수님 사랑의 새 계명을 매우 어려운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영웅적으로 실천에 옮기고 있는 감동적인 체험담 발표도 있었습니다. 브라질의 가난한 지역에서 마약에 빠진 젊은이들을 돌보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도록 돕는 일, 아프리카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이들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는 일, 이주 노동자와 중증 장애인들을 돌보는 일에 관한 체험담을 들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교회 본질은 ‘사랑’
교황님께서는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를 통해 우리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이시고, 교회의 본질은 사랑이며, 교회의 자녀들은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사랑만이 인류를 구할 수 있고 모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교회의 자녀들과 온 인류에게 말씀하십니다. 교황님께서는 이처럼 고귀한 사랑이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도 의미가 변질되어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런 잘못 사용되는 사랑을 정화시키고 순화시켜서 본래의 의미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 16)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오늘, 이 시대에 우리들에게 하시는 말씀입니다. 사랑은 교회의 본질이라고 예수님께서는 교황님을 통하여 오늘 새롭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가톨릭교회 안에는 이웃을 사랑하기 위한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자선 활동들이 생겨났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자선 활동의 주체들 사이에 효과적인 협력이 이루어질 때에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교회의 자선 활동의 구조가 커지고 조직화되어도 이웃을 사랑하는 본래의 정체성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교회의 자선 활동은 항상 그리스도교와 교회의 사랑의 본질을 드러내 주는 빛을 발산해야 합니다. 또 당파나 이념에서 벗어나 있어야 합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과 예수님의 원칙이기도 한 그리스도인의 원칙은 ‘살피는 마음’입니다.
활동에서 기도는 필수
자선 활동가들이 때로는 하느님께서는 하실 수 없는 일은 없기에 모든 가난을 당장 해결하겠다는 듯이 주장하는 이념들에 빠지기도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무기력과 체념에 굴복하려는 유혹에 넘어가기도 합니다. 활동만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기도는 필수적입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하느님의 계획을 바꾸거나 고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모님과 성인들의 모범을 따라, 이 세상의 모든 어둠과 이기심을 물리치는 사랑의 힘과 빛을 하느님에게서 받으려는 것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발표하신 첫 번째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를 교회 안에서 실현하여 교회가 쇄신되고,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과 교회를 더 신뢰하는 은총의 열매를 가져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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