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분이라도 학교 가고 싶어요”
치료비 때문에 가게마저 처분
가족해체 위기 사랑으로 극복
쉬는 시간. 어느덧 친구들이 삼삼오오 이야기 꽃을 피운다. 태훈(14)이도 그 무리속에 끼어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야 요즘은 박지성이 짱이야~.” “에이. 박주영이 더 잘하던데.” 순식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교실. 그런 친구들의 모습이 마냥 정겨운 태훈이. 그들의 모습을 마음에 아로새기려 하던 중 갑자기 어지러움 중을 느끼며 의식이 멀어져 간다.
“태훈아. 무슨 꿈을 꾸었기에 그리 표정이 좋아?” 어머니 김봉옥(40.세실리아.전주 삼천동본당)씨가 마냥 웃고 있는 태훈이를 보며 묻는다.
“아…학교에 있는 꿈”이라고 답하는 태훈이. 태훈이가 바로 김씨에게 되묻는다. “엄마. 나 학교 언제부터 가?” 머뭇거리는 김씨. “어. 우리 아들 머리카락이 예쁘게 자랄 때.” 답을 한 김씨가 병실을 빠져나가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태훈이 가족은 아버지 공덕희(41.바오로)씨와 어머니 김씨, 딸 엄지(13) 이렇게 4명이서 단란한 삶을 꾸려왔다. 속셈학원을 운영했던 공씨의 수입으로 태훈이 가족은 넉넉하진 않지만 행복한 삶을 가꾸어 갔다. 그러던 공씨 가족에게 IMF라는 위기가 들이닥쳤다.
어쩔 수 없이 학원 운영을 접은 공씨 부부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때부터 태훈이의 이상증세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하교 후 집에 오면 자기 일쑤였고 툭하면 열이 펄펄 끓으며 감기 증세도 나타났다.
공씨부부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터에 태훈이를 병원에 데려갈 시간 조차 없었다. 마침 태훈이가 학교에서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신체검사에서 빈혈 판정을 받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그때부터 태훈이의 병세가 더 심각해졌다. 음식 조차 못 먹었고 자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 불안해진 공씨 부부는 태훈이를 전북대 병원에 데리고 갔다. 병원 측 빈혈 전문의가 공씨 부부를 따로 불러냈다. “저…백혈병입니다.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가보시죠.”
눈물이 흘렀다. 그동안 엄청난 고통을 받았을텐데도 자신들에게 아프다는 말 한마디 안한 태훈이가 원망스러웠다. 공씨 부부는 태훈이를 곧바로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시켰다. 정밀조사결과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판명된 태훈이. 항암치료를 위해 파르라니 깎은 머리의 태훈이를 보자 공씨 부부의 마음이 한없이 아려왔다.
태훈이는 현재 김씨와 단둘이 병원생활을 하고 있다. 태훈이의 병세가 학교에 알려져 얼마전에는 학교의 모든 임직원들이 병문안을 올 정도로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했던 태훈이.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 한없이 고맙지만 정작 이들 가족에게는 엄청난 액수의 치료비가 버티고 있다.
치료비로 인해 식당은 이미 팔아버린지 오래고 남편 공씨는 딸 엄지를 돌보느라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일정한 수입조차 없는 이들에게 백혈병은 가족의 해체까지 가져왔다.
김씨는 “얼마 전에 태훈이가 단 1분이라도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해 다녀왔다”며 “학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밝은 표정으로 변하는 태훈이의 모습에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고 말했다.
한창 학교에서 친구들과 뛰어놀 나이의 태훈이. 어느새 김씨 곁으로 온 태훈이가 씩씩하게 말했다. “엄마, 나중에 내가 엄마 행복하게 해줄 때 눈물 흘려야지. 지금 흘리는 눈물 아껴두세요.…”
※도움 주실 분 우리은행 702-04-107874 (주)가톨릭신문사
기사입력일 : 2006-02-19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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