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홈페이지…몇달씩 정보 업데이트 안돼
공지사항·상담코너 등 기본적 내용도 충족되지 못해
일부 게시판 개설 1년 동안 게재 내용 수십건에 불과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인터넷에 인적·물적 지원 절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정보화 추진이 급속도로 이뤄진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듯,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도 인터넷 사이트의 개설은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그 중에서도 최일선 사목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본당에서의 인터넷 사이트를 활용한 사목적 시도들은 최근 수년 동안 눈에 띌 정도로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교회 각 본당들의 인터넷 활용도를 살펴볼 수 있는 본당 홈페이지들의 현황과 과제를 점검하는 일은 정보화가 더욱 급속하게 발전하는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목적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수년 동안 본당 홈페이지들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2004년말 현재 한국 천주교회의 총 본당 수는 1414개이다. 이 수치를 토대로 지난해 신설된 의정부교구를 포함한 한국교회의 16개 교구의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해 확인한 바로는 2006년 2월 14일 현재 총 541개의 본당에서 본당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체의 38.3%로 약 3분의 1 수준이다.
전체 본당의 38.3%에서 본당 사이트 운영
약 절반 정도의 교구에서는 교구 홈페이지에서 본당 홈페이지를 링크해두어 수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교구들은 직접 링크돼 있지 않아 구체적인 숫자 파악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서울대교구 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 마리아사랑넷(www.mariasarang.net), 가톨릭 홈링크(서울대교구 주호식 신부 개인 홈페이지fr.catholic.or.kr/jhs/) 등 3개의 가톨릭 관련 사이트에서 교구별로 숫자를 파악하되, 가장 많은 링크수를 기록한 사이트의 수치를 참조했다. 정확한 집계가 어려웠던 만큼 이 수치는 엄정한 객관성을 갖는다기보다는 다만 전체의 경향을 파악하는 참조로서만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에 따르면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하고 있는 교구는 역시 서울대교구로 전체 본당의 73.3%, 의정부교구가 58.2%를 기록했고, 부산교구와 인천교구가 각각 54%와 40.8%를 기록해 그 뒤를 이었다. 나머지 교구들은 대부분 20~30%선에 머물고 있으며, 군종 교구만이 교구의 특성에 따라 6%에 그쳤다.
더욱이 본당 홈페이지의 개설 자체가 최근 들어서는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가톨릭 홈링크’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 8월 19일 현재 전체 본당 수 1258개(2001년 12월 31일 현재) 중에서 450개 본당이 본당 홈페이지를 개설해 35.7%의 보유 비율을 보였는데, 약 1년 뒤인 2003년 6월 28일 현재 1313개 본당(2002년 12월 31일 현재) 중에서 502개 본당이 사이트를 보유, 38.2%의 비율을 나타냈다. 다만 여기에는 해외 한인 본당의 수가 포함된 수치이다.
역시 같은 가톨릭 홈링크의 통계에 의하면 현재 해외 한인본당의 수를 포함해 모두 530개 본당에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1년 반이 지났음에도 늘어난 본당 홈페이지 수는 불과 28개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검색 엔진 사이트, 실제 본당 홈페이지수와 큰 차이
본당 홈페이지의 현황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주요한 검색 엔진 사이트에 등록된 본당 홈페이지 현황은 더욱 심각하다. 네티즌들은 각 교구 홈페이지가 아니라 이들 검색 엔진 사이트를 통해 본당 사이트에 접속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이들 검색 사이트에 등록되지 않은 본당 사이트는 아예 검색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에는 오히려 각 교구 홈페이지 등을 통해 등록된 본당 홈페이지 수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엠파스의 경우 비교적 근사치를 나타내고 있지만 다른 사이트의 경우에는 실제 본당 홈페이지 수치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내용에 업그레이드 안돼
이처럼 양적인 면에서 한국 교회의 본당 홈페이지 개설이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 우선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지만,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운영에 있어서의 질적인 문제이다. 이는 즉 본당에서의 사목활동에 본당 홈페이지가 원활하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본당 홈페이지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본당 소개, 미사 안내, 게시판, 방명록 등으로 구성돼 네티즌의 관심을 끌기도 어려울뿐더러,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적지 않은 본당 사이트들이 공지사항이나 주보, 상담 코너 등 기초적인 내용들까지 수개월씩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인터넷 홈페이지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조차도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일부 본당에서는 게시판이 개설된지 1년이 다 되도록 게재된 내용이 수십건에 불과하고, 수개월 동안 단 한 건의 게시물도 올라오지 않기도 한다. 어떤 본당은 아예 접속 자체가 안되는 상태로 방치되거나 상담이 올라와도 전혀 아무런 응답이 없는 신앙상담 코너도 있다. 인터넷 사이트의 성공 여부는 결국 접속자에 달려 있다. 아무리 훌륭하게 디자인 됐어도 접속하는 네티즌이 없으면 그 사이트는 결국 사장되고 만다.
신자들의 참여도 부족은 결국 본당측, 특히 사목자의 관심도가 떨어지는데 큰 이유가 있다. 본당의 관심과 투자가 부족하면 결국 그 본당의 사이트는 죽는다. 특히 본당 사목자의 관심과 지원은 홈페이지 운영의 성패를 좌우한다.
주임신부가 컴퓨터를 두려워하고 강론을 펜으로 적고 전자메일을 사용하는데 익숙하지 못하면 그 본당 홈페이지는 죽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홈페이지에서 신앙상담에 빠르게 응답하거나 각종 본당 공지사항을 메일을 통해 알리고 최소한 1년 이상의 강론 자료가 컴퓨터에 저장돼 있다면 그 본당 사이트는 생기가 넘칠 것이다.
인터넷 활용을 위한 교육 역시 중요한 관건이다. 한국 교회의 신자 층에서 30대에서 50대까지의 여성 신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매우 높다.
이러한 주요한 연령 계층에 대한 집중적인 컴퓨터와 인터넷 교육은 본당 홈페이지의 활용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활용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전문성과 봉사 인력의 확보는 중요하다. 대개의 교회내 활동이 그러하듯 기본적으로 희생과 봉사의 정신이 본당 홈페이지 운영에도 바탕을 이루지만 전문성을 지닌 인적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목활동과 선교, 복음화를 위한 본당 홈페이지 운영
이러한 제안들을 바탕으로 본당 홈페이지의 기능과 역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동체의 친교를 도와줌으로써 공동체를 활성화한다. 둘째, 강력한 교육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셋째, 신앙생활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넷째,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역사와 지식을 축적할 수 있다. 다섯째, 각종 본당 홍보와 상담활동을 통해 사목활동을 지원한다. 여섯째, 선교와 복음화의 수단이 된다.
인터넷 활용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본당 홈페이지를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의 중요성에 대한 철저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프랜시스 마이어 미국 덴버 교구 사무처장은 수년 전 월간 ‘사목’지에 게재한 글을 통해 인터넷을 사목활동에 이용하는데 있어서 8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여기에서는 인터넷에 대한 인식, 흥미와 지속성, 대상자에 대한 집중, 올바른 전자메일 사용, 컨텐츠의 호환성, 기존 의사 소통 수단을 통한 인터넷 사이트 홍보, 투자의 중요성, 인터넷의 올바른 이해 등이 지적됐다.
이러한 제안들을 바탕으로 본당 홈페이지 활성화를 위한 사목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첫째, 우선 사목자를 포함한 교회내의 사목 보조자들이 인터넷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은 더 이상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올바르게,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이다.
둘째, 인터넷으로 본당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분명한 목표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본당의 지역적 특성부터 시작해, 사목자의 사목방향 등이 폭넓게 고려돼야 한다. 이러한 목표 설정에 따라 홈페이지의 디자인이나 컨텐츠들이 결정될 것이다.
셋째, 홈페이지 운영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검토한다. 본당 사정에 따라 충분한 재정적 투자가 가능하기도 할 것이고, 본당 신자 중에서 전문성을 지닌 인적 자원이 확보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규모와 수준이 정해질 것이다.
넷째, 홈페이지 운영을 위한 자원을 확보하고 조직한다. 특히 지속적인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사이버 선교단 등의 이름으로 전담 운영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홈페이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목자 뿐만 아니라 신자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이 반드시 요구되지는 않는다. 기초적인 수준의 교육이라도 일관성 있게 실시될 경우 본당 홈페이지의 활성화는 비교적 용이하게 이뤄질 것이다.
여섯째, 본당내의 모든 사목활동과 계획 안에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요소들을 광범위하게 삽입해야 한다. 각종 공지사항부터 사목자의 상담, 주일학교의 운영 등 모든 본당 활동에서 본당 홈페이지는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본당 홈페이지 운영은 별도의 사목 프로그램이 아니라, 모든 사목활동과 연관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일곱째, 지속적인 피드백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목자의 관심과 신자들의 교육을 통한 활용도의 제고를 통해 본당 홈페이지는 원활하게 운용될 것이지만 이를 수시로 점검할 수 있는 피드백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여덟째, 본당 홈페이지가 선교와 복음화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꾸며져야 한다. 본당 홈페이지는 그 본당의 친교와 공동체 의식을 강화해줄 수 있지만 나아가 그것은 지역사회에 교회를 보여주는 사이버 창구이다. 많은 이들은 본당을 방문하기 앞서 먼저 인터넷으로 자기가 사는 지역의 성당 홈페이지를 찾을 것이다. 그럴 경우, 적절하게 가톨릭 교회와 신앙에 대해 안내할 수 있는 내용이 홈페이지 안에서 발견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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