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민 혼연일체로 사목전망 ‘맑음’
10년새 신자수 급증… 생동감 넘쳐
각종 교육에 교구민 참여율도 높아
성장에 따른 시설확충 등 보완점도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가 주교 서품 받은지 10년. 강산이 변했다. 그리고 수원교구도 변했다.
신자 수만 지난 10년 동안 39만여명에서 65만여명으로 25만명 가까이 늘었다. 1963년 10월 7일, 한국교회 10번째 교구로 탄생할 당시 신자 수가 4만여명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뿐 아니다. 본당 수도 지난 10년간 88개에서 167개로 100% 가까이 증가했고, 사제수도 187명에서 327명으로 늘었다. 양적 면에서 서울대교구에 이어 한국교회 제2의 교구로 성장한, 말 그대로 질풍노도(疾風怒濤)의 10년이었다. 수원교구 신자들이 술자리에서 수원교구를 수원대교구로 부르며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단순한 허풍으로만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 10년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잠시도 숨을 고를 여유가 없다. 수원을 중심으로 과천, 안양, 군포, 산본, 분당, 용인, 평촌, 시흥, 안산 등 대규모 위성도시 및 신도시들이 포진해 있으며 판교 등 도시 확장과 신도시 건설 붐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교구청의 한 관계자는 “만약 고 김남수 주교님의 혜안(慧眼)으로 설립된 수원가톨릭대학교가 없었다면 사제 수요를 어떻게 충족시켰을 지 아찔하다”며 “지난 10년간 젊은 사제들이 많이 배출된 것도 수원교구의 생동감 있는 성장을 가능하게 한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외형만 부풀린 10년이 아니다. 교구청에 전담 부서까지 두고 전개되고 있는 소공동체 운동은 일체성과 추진력 면에서 다른 교구들의 모범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청소년 및 청년을 위한 사목도 한걸음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 청년들을 교회로 불러 모으기 위해 전개하고 있는 ‘새로운 청년 전례 운동’(New Liturgical Movement)은 최근 청년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성장에는 성장통이 따르는 법이다. 수원교구의 아킬레스건은 ‘인프라’. 급속한 팽창에 간신히 뒤따라가는 형국이다 보니, 차근차근 준비해야 했던 인프라 구축에는 미진했다는 것이 교구의 자체적 판단이다.
2004년 교구설정 40주년 당시 수원교구가 자료집을 통해 “산업사회 발전을 위해선 고속도로와 전기 등 기반시설이 필요하듯 수원교구에도 신자들이 편안하게 찾아가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피정 공간 마련, 청소년 센터 건립, 은퇴 사제를 위한 숙소 등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판교 등 신도시는 갈수록 늘어나지만 당장 성당 부지 마련 조차 쉽지 않다. 혼인성사 감소, 유아세례 비율 감소 등에 대한 사목적 검토와 대책도 시급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관계자들은 수원교구의 앞으로 10년을 ‘맑음’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교구장의 열린 의식, 젊은 사제단의 열정, 교구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그 이유다. 실제로 최덕기 주교는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청소년 국장과 다투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청소년 사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튀어나온 돌출 발언이지만 교구장이 젊은 청소년 국장과 한 사안을 놓고 논쟁을 벌인다는 것 자체에서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향’ 의사소통 구조를 읽을 수 있다. 30~40대가 주축이 된 젊은 사제단도 교구의 미래를 밝게 하는 원동력이다. 소공동체 교육 등 각종 교육에 대한 교구민들의 참여율이 높다는 것도 자랑거리.
이같은 장점은 새로운‘틀’속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 해 수원교구는 완전히 새로운 틀로 거듭난다. ‘대리구제’가 그 것. 빠르면 7월에 주교대리가 나오고, 9월경이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최주교 주교 수품 10년을 맞아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게 될 수원교구의 앞으로 10년이 기대된다.
"소공동체·청소년 활성화는 교구 미래 이끄는 두 바퀴"
사제단 일치·신자들에 다가가는 사목위해
새로운 10년 향한 ‘대리구제’ 새 틀 구상
■ 교구장 최덕기 주교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나중에는 숫자 세기를 포기했다.
2월 22일 주교수품 10년을 맞는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10일 교구청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소공동체’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했다. 몇 번을 반복해서 말 했는지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최주교에게 있어서 ‘소공동체’와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는 수원교구 미래를 위한 동력이자 두 바퀴다. 이 두 가지에 ‘올인’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굳이 선후를 따지자면 ‘청소년’이 조금 앞선다. 최주교는 “지난 10년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에는 돈 한 푼 쓰지 않았다”며 교구에 “돈 좀 달라”고 했다. 그래서 받은 돈 4억을 모두 청소년 센터 건립 기금으로 내 놓았다. “본당 신자 중 청소년 청년이 차지하는 비율이 평균 25%정도 됩니다. 이들을 위해 본당 예산의 40~50% 이상 투입해야 합니다. 이들이 바로 교회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소공동체와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는 새로운 방향 정립으로서의 ‘틀’에 대한 이야기로 옮아갔다. “10년 전에는 무조건 열심히 기도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따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틀에서 노력하는가도 중요합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향정립, 새로운 틀을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주교는 그 새로운 ‘틀’로 ‘대리구제’를 이야기했다.
최주교는 “빠르면 올 9월이면 대리구제의 구체적 틀이 마련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리구제는 사제단의 일치, 신자들에게 다가가는 사목을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교구가 급속히 팽창, 현 체제로는 효과적인 사목이 불가능하고, 수도권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위성 도시들 간 공동체 의식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대리구제를 ‘돌파구’로 구상하게 된 이유다.
최주교에게 있어서 대리구제가 외적 형식이라면 내부를 살찌우는 양식은 ‘순교자 정신’. “교구 관할 지역인 광주, 양근, 여주, 양지 등은 바로 한국교회가 태어나고 자라난 요람입니다. 교구민들이 수원 교구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순교자적 정신으로 신앙생활을 했으면 합니다.”
교구민들을 향한 당부에는 지난 10년을 함께 해준 교구민들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자는 동반자적 요청이 진하게 배어났다.
“그리스도의 영을 우리 안에 체득하고, 세상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게 해야 합니다. 모든 교구민들이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지고 그리스도의 눈을 가지고, 세상의 밀알이 되어 주길 당부합니다. 그리고 사제들과 교구민들이 한 호흡으로 미래를 함께 설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손을 잡고 노력해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합시다.”
때묻지 않은 자연에 신앙의 향기 ‘솔솔’
■수원교구 가볼만한 곳
수원교구로의 여행은 행복을 준다. 특히 가족 및 연인과 함께하는 멋스러운 하루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수원교구에는 때묻지 않은 자연과 바람이 실어 나르는 그윽한 숲 향기, 그리고 신앙 향기가 그대로 살아 숨쉰다.
국내 유일의 성모성지 남양성모성지(031-357-5828), 최양업 신부의 아버지 최경환 성인의 묘소가 있는 안양 수리산성지(031-449-2842), 김성우 성인의 묘소가 있는 구산성지(031-792-8540), 남한산성 순교성지(031-749-8522)가 서울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자가용으로 1시간)에 위치해 있다.
도시에서 멀리 벗어나고 싶다면 김대건 신부의 유년시절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골배마실.은이성지(031-338-1702), 김대건 신부 묘소가 있는 미리내성지(031-674-1256), 한국 천주교회 발상지 천진암성지(031-764-5953), 죽산성지(031-676-6701), 어농성지(031-636-4061)를 권한다.
성지 인근에 위치한 관광지는 덤으로 주어지는 즐거움. 어농 및 은이성지 인근에는 국내 최대 식물원인 한택식물원(031-333-3558)이, 남한산성 및 구산성지 인근에는 도자기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분원백자관(031-766-8465)이 위치해 있다.
죽산성지를 방문하면 별자리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안성천문대(02-777-1771)를 빠트려선 안된다. 또 수리산 성지를 방문한 신자라면 안양 유원지와 수리산 삼림욕장에서 가족들만의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다. 남양성모성지를 방문했다면 지척에 위치한 서해의 일미마을과 제부마을에서 낙조를 보며 해산물을 맛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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