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선에 선 사람들
끝은 끝이 아니다. 세상은 끝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간다. 봄이 턱 앞이다. 만물이 ‘움찔움찔’거리며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계절, 사람들도 희망 가득 들이쉬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
여기 그 새 출발선 앞에 선 환한 웃음들이 있다.
# 출발 하나 신입사원 최윤주씨
최윤주(아녜스.19)씨. ‘양’이 아니라 이제는 ‘씨’라고 불러야 한다. 2월 1일 삼성생명 직원(매장 사원)이 됐다. 올해 삼성생명이 채용한 공채 51명 중 한명. “부모 없이 자란 아이라는 말을 듣지 않게 하려고 엄하게 키우는 편이지만, 윤주는 다른 아이와 달리 야단 한번 하지 않고 키웠습니다.” 함께 생활하는 김영한 수녀(효주 아녜스의 집, 성요셉애덕수녀회)가 윤주씨 칭찬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아버지는 2살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어떻게 해서든 혼자 힘으로 딸을 키워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윤주씨는 그렇게 7살 때 수녀님들 손에 맡겨졌다.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 하지만 사회 초년병이 늘 그렇듯 실수연발이다. 화장도 서툴고, 돈이 없어 마땅히 입을 정장도 없다.
이곳 저곳에서 얻어온 정장도 모두 30~40대 신자들이 입던 유행지난 옷. 김 수녀도 화장법, 옷 코디에는 문외한이긴 마찬가지다.
“윤주야. 2월말에 첫 월급 받으면 정장부터 해 입자.” 김 수녀의 말에 윤주씨가 고개를 저었다. “첫 월급 받으면 가장 먼저 수녀님께 드릴 선물을 살겁니다. 그리고 절 도와주신 신부님과 동생들을 위해서도 선물 할거예요.”
형편이 어려워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돈을 벌면 가장 먼저 야간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다. 경영학을 공부하겠단다. 성적은 고등학교 내내 상위권이었다.
“고맙다.” 김 수녀가 말했다. “수녀님. 왜 그러세요?” “아니다. 그냥 잘 커줘서 고맙다고…” 김 수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 출발 둘 새내기 교사 강경모씨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세상, 늘 꿈을 꾼다. 3월 첫 출근을 앞둔 새내기 교사, 강경모(베드로.29)씨가 선택한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가는 길은 ‘선생님’이다. 30대 1을 훌쩍 넘는 임용고시 경쟁률이 말해주듯 ‘선생님’이 되기 위한 길은 강씨에게도 녹록치 않았다. 임용고시에 연이어 3번이나 실패하는 쓴 경험도 맛봤다. 그러나 강씨는 실패 속에서도 감사할 줄 알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 ‘선생님’ 외에 다른 꿈은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쉼 없이 달려왔고, 이제 그 꿈★이 이뤄졌다.
강씨가 말하는 ‘선생님’은 우선 ‘대화가 되는 사람, 신뢰있는 사람’. 선생님은 많은 지식을 갖고 단순히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알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켜주고 또 다양한 감성으로 알게 해주는 최고의 ‘봉사직’이라는 것이다. 군복무 시기 외에는 교리교사와 성서모임, 청년 전례단 활동은 물론 각종 사회 아르바이트 경험도 부지런히 쌓으며 인성교육의 길을 준비해왔다.
이제 새로운 시작! 개학을 며칠 앞둔 요즘 강씨는 꿈에서도 교실과 교무실을 그린다. 그가 품은 희망 만큼 책임감이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안다. 지금 강씨는 새로운 출발을 위해 그의 포부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있다.
오늘의 작은 노력이 세상을 아주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희망과 용기를 모아 ‘아자아자아자!!!’를 힘차게 외쳐본다.
기사입력일 : 2006-02-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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