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행동 일치된 사랑 실천을”
자선이 개종 권유 도구돼선 안돼
행동만을 앞세우는 위험 막아야
회칙의 전반부는 오늘날 너무도 오용된 사랑의 참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에로스의 사랑이 아가페의 사랑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최고의 모범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부터 볼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회칙의 후반부는 나아가 가톨릭교회가 행하는 사랑의 실천에 대해서 말한다. 여기에서는 두 가지 핵심적인 내용이 지적된다. 하나는 사랑의 공동체로서 교회는 자선활동을 통해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교회의 사랑 실천은 결코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인 동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영적인 사명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정체성 잃지 말아야
회칙의 후반부는 특별히 교회의 자선활동과 그러한 활동을 펼치는 조직적인 움직임으로서 교회의 자선활동과 관련 기구들의 정체성에 대해 커다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 의장 폴 코르데스 대주교는 이미 수년 동안 집중적으로 가톨릭이 지원하는 개발계획과 원조 기구들에 대한 가톨릭적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수립에 진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코르데스 대주교는 “이 회칙은 우리 모두에게 이미 발견되는 경향, 즉 세속주의의 위험성에 대해서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윌리암 J. 레바다 대주교는 “그리스도교적 자선 활동은 당파나 이념에서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교황의 지적은 인간이 항상 필요로 하는 사랑을 지금 이곳에 존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사랑은 교회의 의무
회칙은 19항에서 하느님의 삼위일체적 사랑의 표현으로서 교회의 사랑의 행위를 말하기 시작한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에 뿌리를 둔 이웃 사랑은 교회와 모든 신자들의 책임임을 20항 이하에서 지적하고 있다.
교회와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의 이러한 의무를 깨닫는 일은 교회 초창기부터 교회의 가장 중요한 일이 돼왔으며 이러한 활동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조직이 필요했다.
교회가 성장하면서 사랑의 실천이 교회의 근본 측면의 하나로 입증됐으며 따라서 교회의 내적 본성은 세 가지 의무로 표현된다. 즉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고(선포-증언), 성사를 거행하며(예배), 사랑을 실천하는(봉사) 일이다. 이 의무들은 서로 연결돼 분리할 수 없다.
회칙은 26항부터 ‘정의와 사랑’에 대해 언급한다. 19세기 이래 교회의 자선 활동에 대해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이러한 자선 활동은 정의에 위배되며 현상 유지에 그칠 뿐이라는 것이다. 불공정한 사회 체제를 유지하는데 일조하고, 불의에 대한 인내심을 조장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변화와 혁명에 장애가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혁명을 통해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마르크스주의의 꿈은 깨어졌고 교회는 새로운 사태, 노동하는 인간, 사회적 관심, 백주년 등 사회회칙들을 통해 더욱 깊이 사회문제들을 고찰하고 이러한 교도권의 고찰은 교회 밖에서도 타당한 지침을 제시해왔다.
사회와 국가의 올바른 질서 확립은 정치의 근본 의무이기에 교회의 직접적인 임무는 아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교회에 권력을 부여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참된 요구들을 파악하고 인식해 실천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30항 이후부터 회칙은 오늘날 다양한 자선활동들의 형태와 구조에 대해 언급한다. 우선 회칙은 오늘날 세계화의 현상으로 인해 이웃에 대한 관심이 국경을 넘어 전세계적 차원으로 확대됨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양한 형태의 자선 단체와 활동들이 생겨났고, 이러한 주체들 사이의 협력이 이뤄진다면 매우 바람직할 것이라는 기대를 피력한다.
하지만 여기서 회칙은 교회의 자선 활동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당부한다. 교회의 자선 활동은 그리스도교와 교회의 사랑의 본질을 드러내주는 광채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교회의 자선 활동은 사랑이신 그리스도와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며, 아울러 당파나 이념에서 벗어난 것이어야 한다. 아울러 이른바 개종 권유의 도구가 돼서는 안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물론 회칙은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접어두고 자선활동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님을 상기시킨다.
회칙은 하느님에 대해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하며 사랑으로 드러나도록 해야할 때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바오로 성인의 사랑의 찬가를 모든 교회 봉사의 대헌장으로 삼아 교회 봉사가 단순한 행동주의로 전락되는 위험을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회칙은 세속주의의 위험에 대해 경계하고, 기도의 중요성을 재확인해주고 있다. 행동만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기도는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님을 지적한다.
성모님.성인은 사랑의 모범
마지막 결론인 40항부터 42항까지에서 회칙은 교회 사랑 실천의 모범으로서 여러 성인들을 꼽는다. 성모님과 성인들의 모범에 따라 세상의 어둠과 이기심을 물리치는 사랑의 힘과 빛을 우리는 하느님께로부터 얻어 참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회칙의 결론이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즉위 후 처음으로 발표한 회칙이 ‘사랑’을 주제로 삼고 있음은 제삼천년기 보편교회의 커다란 화두가 아닐 수 없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라는 말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가장 핵심이며, 하느님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이웃에 대한 사랑은 오늘날 어떤 사회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해결방법이다. 사랑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없기에 이 회칙은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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