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만명 영세… 선교 ‘황금어장’
복음화율 25% 목표로 5개년 계획 수립
봉사활동하며 어려운 이웃에 사랑 실천도
“오빠~!”
군화를 벗으며 들어서는 진민우(요한 보스코.22) 일병을 발견한 고미선(가명.중1)양이 득달같이 달려온다. 진일병이 채 대답도 하기 전에 그의 팔뚝을 잡고 늘어지는 미선이의 얼굴은 한동안 웃음이 지워질 것 같지 않은 표정이다.
서울 화곡동에 위치한 소녀들을 위한 가정공동체 ‘젬마의 집’(원장 강경자). 한적하기만 하던 이곳은 매달 둘째 주일이면 영판 딴 세상으로 탈바꿈한다. 군종교구 주교좌 국군중앙본당 병사레지오 ‘사도들의 모후’ 쁘레시디움 소속 병사들이 이곳을 찾기 시작한 지난해 8월 이후 젬마의 집에 일어나기 시작한 변화다. 어른스러워졌다고 할까, 활기를 띠어가는 모습이 강원장의 눈에도 띨 정도다.
“군인정신을 배워 더 씩씩해졌다고 할까요.” 강원장의 웃음에는 병사들이 이뤄내고 있는 변화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었다. 또래들보다 활달한 미선이는 ‘오빠’들을 만난 이후 여군이 되겠다는 소중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십여명 남짓한 병사들은 인근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한 후 오후시간 내내 젬마의 집 소녀들과 어우러져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모르게 지낸다.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쓸고 닦는가 하면 그들과 함께 놀아주며 아이들이 가슴 한 곳에 품고 있을지 모를 상처를 하나둘 쓸어안고 돌아온다.
“오빠, 다음에도 꼭 와야 해!”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병사들의 얼굴에서는 굳은 다짐이 읽혔다.
‘선교의 황금어장, 청년사목의 터전.보고, 젊은이들의 저수지, 미래 교회의 못자리, 한국교회의 비전, 선교의 돌파구….’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이런 별칭들은 군종교구가 한국교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읽게 하는 키워드다.
2004년 12월 31일 현재 본당 83곳을 비롯해 공소 204곳, 군종신부 82명, 신자 10만7천여명의 교세를 지니고 있는 군종교구에 쏟아지는 이런 희망 섞인 기대들은 최근 4, 5년 새 괄목할 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군 사목 현장의 모습에서 기인한 바 크다.
복음화율 25%. 군종교구가 올해부터 군 사목 60주년을 맞는 2010년까지 내건 복음화율 목표치는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땅이다. 이런 자신감은 군종교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복음화 25%를 향해 나아가는 5년’의 출발선에 서 있는 군종교구는 1989년 교구 설정 이후 17년 동안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온 교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군 사목 역사가 60년을 바라보고 있다고는 하지만 군종교구하면 열악하기만 한 사목 현실을 떠올렸던 게 오래지 않은 과거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실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군사목을 기피하는 모습까지 보였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는 투자되는 노력에 비해 성과를 제대로 거두기 힘든 군종교구를 둘러싼 객관적인 현실이 한 몫을 했다.
이런 상황에 놓여 있던 군종교구가 ‘선교의 황금어장’으로 거듭난 배경에는 선교에 대한 인식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선교 침체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군종교구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2만명에 이르는 영세자를 배출해냄으로써 군을 통한 선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신자증가율만 보더라도 군종교구는 지난 2001년 13.8%라는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한 이래 2003년 7.1%, 2004년에는 8.5%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교구의 재정 지원 확대를 비롯해 사병을 대상으로 한 성지순례, 피정 프로그램 계발 등 군선교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남성신자의 경우 지난 2001년 18.8%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후 2004년에도 12.8%의 증가율을 기록해 ‘선교의 황금어장’이라는 말을 실증해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그대로 한국교회의 청년신자 증가로 연결돼 지난 2004년만 하더라도 20대 연령층에서 증가한 신자수 6만5105명 중 절대 다수인 6만1907명이 군종교구에서 배출한 것이어서 군선교가 청년사목의 저수지이자 발원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군종교구의 움직임은 사목 패러다임의 전반적 변화의 물결 속에 놓여 있는 한국교회의 흐름과 맞물려 있어 더욱 기대를 더하고 있다. 각 지역교회들이 신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물적.인적 자원의 공유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군선교에서 찾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 사목의 영역과 대상이 너무 넓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사목이 이뤄지기 힘든 군 현실은 여전히 군 사목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군종교구나 군종신부의 존재마저도 모르고 있는 신자들이 있을 정도로 군 사목에 대한 인식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어 이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로 떠오른다. 또한 군종교구와 함께 청년 신자들을 길러내고 전역 후에는 민간본당을 통해 젊은이들을 살찌운다는 의식이 부족해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교구 사무처장 임석환 신부는 “군선교 60주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군대는 여전히 ‘새로운 개척지’로 남아 있는 현실”이라며 “조그만 관심과 사랑의 손길이 거둘 수 있는 미래의 결실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훈련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 의지하며 힘얻어”
“신앙 목말라하는 병사위해 끊임없는 기도·후원” 당부
■ 교구장 이기헌 주교
“아들이 군대 가면 부모 형제들도 덩달아 군대 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군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과 뗄 수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군종교구는 그 운명을 함께 개척해가는 십자가를 진 교구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차세대를 키우는 요람, 군종교구를 이끌며 교구장 취임 5년여 만에 군종교구를 교회 안팎에서 주목받는 곳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사목의 보고(寶庫)’로 일궈가고 있는 이기헌 주교는 군사목의 특성에 눈떠줄 것을 주문했다.
군종교구에 쏟아지는 기대와 그 이면에 놓인 엄혹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고민도 적지 않을 법한 이주교는 시종 군종교구가 젊은이 복음화의 산실임을 강조했다. 해를 거듭하며 교구 역사상 최대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이주교는 군종교구가 여전히 새로운 동력을 필요로 한다며 끊임없는 기도와 관심을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군종 주교로 살아가며 젊은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의 모습, 특히 어려움에 처해 신앙 안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며 남모를 기쁨을 느끼고 희망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젊은 군인들 가운데서 발견한 희망 때문에 잠시도 나태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고 늘 채찍질을 해온 지난 세월이었다.
“청년층 비율이 타 종교에 비해 낮아 교회 내 활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아직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개신교만 하더라도 수많은 종파가 있지만 군 선교만큼은 일치해 지원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안타까움에 돌파구로 삼았던 것이 군본당과 민간본당간의 자매결연이었다. 그 성과는 예상외로 커서 매년 군종교구에서만 2만명에 이르는 청년 신자들을 배출하는 결실을 거두고 있다.
“젊은이들이 교회의 다양한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군대입니다. 이는 곧 군이 거듭남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에 교구장 취임 후 병사 레지오를 비롯해 성서모임, 성지순례 등 병사들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항상 힘에 부친다는 게 이주교의 설명이다.
“늘 목말라하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면 더 힘을 내야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부족하기만한 교구 현실에 한숨이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런 이주교에게 수십 년을 하루같이 군종교구를 지원해오고 있는 후원회원들과 숨은 은인들은 ‘작은 예수’와 같은 존재들이다.
“욕심을 부리자면 한이 없겠지만 당장 약간의 관심만으로도 변하는 모습이 보여질 군 사목 현장을 보면 가슴이 저며 오곤 합니다.” 성가대, 위문단, 군연예단 등으로 군 현장을 휩쓸고 다니다시피 하는 타 종단의 모습에 비견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나오는 한숨이다.
“우리 가까운 곳 어디에도 우리의 자식이라 할 수 있는 군인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내미는 성모님의 손길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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