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섰다 앉았다… 뭐가 뭔지…
첫날,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예비신자 시절을 기억하십니까. 교리를 받으며 하느님께 한발 한발 다가가던 그 감동을 잊지 않으셨겠지요. 그리고 세례 받던 그 날의 기쁨도 생생히 기억하시지요. 가톨릭신문이 예비신자들의 신앙 도전기를 연재합니다.
2월 5일 서울 고척동본당(주임 김정남 신부) 예비신자 환영식에 참가한 20명이 그 대상입니다. 세례 예정일은 6월 말입니다. 이들 중 몇몇은 세례를 받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또 몇몇은 마지막까지 남아 새 생명으로 탄생하는 기쁨을 만끽할 것입니다. 매주 고척동본당 교리교육 현장을 찾아 예비신자들의 변화되는 모습과 좌절, 고민 등을 생생히 전해드릴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들 예비신자 한명 한명을 위해 기도 중에 함께해 주셨으면 합니다.
쭈뼛쭈뼛, 우물쭈물…. 어쩔 줄 몰라했다.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분위기. 모든 것이 낯설다. 앞에 놓인 성경, 성가책이 모두 처음 보는 것들이다. 주위 신자들이 앉았다 일어섰다 할 때 마다 허둥지둥 따라해 보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2월 5일 서울 고척동본당 교중미사. 긴장한 표정 역력한 20명이 맨 앞줄에 서 있다. 진정한 행복을 좇아 이제 막 교회에 발을 들여놓은 신앙 새내기들의 가슴에는 환영 꽃이 한 송이씩 달려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미사 후, 예비신자 최남열(42)씨가 가슴의 꽃을 떼어내며 머리를 저었다. 최씨는 “장모님과 아내, 아들이 신자”라며 “가족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성당에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김태식(73)씨는 ‘친구 따라 강남 온’사례. 김씨는 “친구들이 대부분 성당에 다녀서, 어쩔 수 없이 끌려서 성당에 나오게 됐다”며 “앞으로 열심히 교리를 배워 친구들 못지않은 신앙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강성아(36)씨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 학부모 모임에 참가했다가 다른 학부모들의 권유를 받고 성당에 나오게 됐다. “기도하는 것도 어색하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엄숙한 분위기의 미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꼭 세례를 받도록 하겠습니다.”
채영자(66)씨는 신자인 아들과 며느리, 동네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이 줄줄이 함께 응원 나왔다. 불교가 편하고 익숙하지만 아들 내외와 주위 친구들의 등살(?)에 못이겨 결국 성당에 나오게 됐단다.
문광웅(도미니코 사비오) 예비신자 교리단장은 “지난 성탄 때 이미 100여명이 세례를 받은 터여서 이번에는 20명으로 교리를 시작하게 됐다”며 “가톨릭신문 독자들이 예비신자 교리를 통해 진정한 신앙의 의미를 되돌아 볼 수 있도록 나눔 중심의 알찬 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교리는 주일 오전 9시. 주일 오후 6시30분. 목요일 오후 8시. 금요일 오전 10시 등 총 4개 반으로 나눠 진행된다. 예비신자들은 각자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 교리를 받게 된다.
정연욱(30)씨. 누가 권유도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성당을 찾아왔다. 인터넷에서 집 인근에 있는 고척동성당을 검색, 직접 교리를 신청했다. 가족이나 친척, 친구 중 가톨릭 신자는 없다고 했다. 게다가 한동안 개신교회에 열심히 다녔단다. 사연이 궁금했다. “많은 종교 중에 왜 천주교를 선택하게 됐나요.” “…, …” 정씨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옆에 있던 김미자(알비나) 교리교사가 말했다.
“시간이 예비신자들의 마음을 열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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