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을 위한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아시아 신학생 양성에 협조
나 아닌 너 위한 삶이 행복
450만 한국 교회 신자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새 추기경이 탄생했다. 37년만에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개인적으로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와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 덕분”이라며 “교회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참된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 먼저 추기경 임명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소감과 각오를 말씀해주십시오.
▲ 추기경은 교황님의 자문에 응하는 임무를 맡은 자리이기 때문에 교황님께서 하느님 뜻을 구현하시는데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늘 준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해선 여러 국가들이, 또 지도자들이 협조를 잘해 주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교황님께서 이와 관련해 하느님 뜻을 받들어 말씀하시는 것들을 세계 지도자들이 잘 경청하고, 또한 그 뜻이 잘 이뤄질 수 있게 돕는 것이 모든 추기경들의 소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생명의 존중과 사랑의 실천을 강조하셨는데, 그러한 과제 역시 각국 각계 각층의 지도급 인사들이 호응을 해줘야 실천이 가능하겠죠. 추기경들은 교황님 말씀에 대해 각국 지도자들이 잘 호응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중개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입니다.
- 항상 ‘아시아 선교’, ‘북방선교’에 있어서 한국교회, 특히 서울대교구의 역할에 대해 강조해오셨는데, 이와 관련해 어떤 전망을 갖고 계신지요.
▲ 한국에 두 번째 추기경이 임명된 것은 한국교회가 적어도 아시아, 더 구체적으로 동북아시아 선교를 위해서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서울대교구는 올해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신학생들을 양성하게 되고, 이미 중국 신학생들은 국내에 들어와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같이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시아 지역 국가의 신학생 양성에 협조할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 아시아 지역 교회들의 성직자 양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여러 아시아 지역 교회의 성직자들이 같은 신학교 출신이 된다는 점은 여러 나라들간에 깊은 우정과 형제애의 관계를 구축해나가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이제 추기경으로서, 서울대교구 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의 발전과 연대, 화합을 위한 전망과 방안들을 제시해야 하는 어려운 의무를 지고 계십니다. 추기경으로서 앞으로 교회와 사회를 위해 해야 할 몫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 제가 추기경으로 임명된 것은, 개인적인 자격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한국교회 위상이, 또한 한국이 국제사회 안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고려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은 국민 전체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죠. 또한 우리 교회가 아시아 교회 중에 괄목할 만한 복음화를 이룩한 것은 우리 신자들, 우리 신앙공동체 전체의 헌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앞으로 국가나 교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으려면 저도 여러분들 노력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야 할 것으로 믿습니다. 제가 지도자로서 여러분들을 이끌어 간다는 의미보다 여러분들의 좋은 뜻을 결집시켜 열매를 맺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기도해 주시길 소망합니다.
-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난관들을 헤쳐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요.
▲ 우리 사회가 참된 발전을 하려면 각자가 자기 마음으로만 살지 말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공동선을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저의 사목 모토인 ‘옴니부스 옴니아’는 이처럼 ‘모든 이에 모든 것을 준다’,
‘모든 이에 모든 것이 되겠다’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남과 함께 나눠 갖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왜냐하면 오로지 물질만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그렇치 않습니다.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을 나누고 서로서로 돕는 삶을 살 때 이 사회에서 우리가 느끼는 여러 가지 부조리와 문제들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서로 도와가며, 자기 자신보다 상대방을 위해 살아가는 삶이 바로 행복한 삶’이라고 분명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 그 동안 많은 저서를 펴내셨습니다. 학덕이 높고 특히 교회법에 가장 권위 있는 분으로 꼽히고 계십니다. 또 추기경께서는 소탈한 성품으로 많은 존경과 신뢰를 받는다는 평판입니다.
▲ 과분한 말씀입니다.(웃음)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매순간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칭찬을 들을만한 삶을 살았다곤 할 수 없죠.
책을 쓰는 이유를 굳이 들라면, 나누기 위해서죠. 제가 공부한 것들을 혼자만 갖고 있는 것이 미안해서 주변 사람과 공유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죠. 취미라고 할까, 하여튼 이제는 생활 속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매년 한권정도 책을 출간해 왔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구체적인 계획을 잡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진석 추기경은 끝으로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교회뿐아니라 나라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1970년 청주교구장으로 착좌, 1998년 서울대교구장으로 임명된 후 추기경 지위까지 오른 정진석 추기경. 이는 서울대교구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의 기쁨이 아닐 수 없다.
■ 정진석 추기경 약력
▲ 1931년 12월 7일 서울출생
▲ 1961년 가톨릭대 신학과 졸업
▲ 1961년 3월 18일 사제수품
▲ 1961년 서울대교구 중림동본당 보좌신부
▲ 1961년~1967년 서울 성신고등학교 교사
▲ 1962년~1964년 서울대교구 법원 공증관 겸임
▲ 1964년~1965년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총무
▲ 1965년~1967년 서울대교구 대주교 비서, 상서국장
▲ 1967년~1968년 서울 성신고등학교 부교장
▲ 1968년~1970년 로마 성 우르바노대학교 대학원 졸업, 동대학원 교회법 석사학위 취득
▲ 1970년 6월 25일 청주교구장 임명
▲ 1970년 10월 3일 주교수품, 청주교구장 착좌
▲ 1970년~1999년 7월20일 재단법인 청주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 이사장. 학교법인 청주 가톨릭학원 이사장
▲ 1975년~1981년 주교회의 상임위원
▲ 1983년~현재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 위원장
▲ 1984년~1987년 주교회의 상임위원
▲ 1987년~1993년 주교회의 총무
▲ 1993년~1996년 주교회의 부의장
▲ 1996년 10월~1999년 10월 주교회의 의장
▲ 1998년 4월 3일 서울대교구장 임명. 대주교 승품. 평양교구장 서리임명
▲ 1998년 6월 28일 서울대교구장 착좌
▲ 1998년 10월~2004년 10월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 1999년 4월 29일~현재 교황청 가정평의회 운영위원
▲ 2000년 4월 28일 서강대학교 명예법학박사
▲ 2003년~현재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위원회 위원
▲ 2006년 2월 22일 추기경 임명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