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3명…중국·북한 복음화 책무 짊어져
교황 베네틱토 16세 첫 추기경 임명
원로원 구성 등 교황 자문 역할 강화
아시아, 제삼천년기 복음화 교두보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첫 번째 새 추기경 임명에서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교황은 2월 22일 아시아 추기경 3명을 포함해 모두 15명의 새 추기경 명단을 발표하고 오는 3월 24일 교황청에서 열릴 추기경 회의에서 서임식을 가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중 교황 선거권을 지닌 추기경은 모두 12명이다.
이번 새 추기경 임명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첫 번째 새 추기경 임명이다. 그런만큼 이번 임명은 교황의 향후 교회 통치에서 추기경단에 대한 기대와 협력 방향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교황은 서임식 전날인 23일 전세계 추기경들을 모두 소집해 묵상과 기도 모임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는데, 이 자리는 교황이 추기경들과 함께 앞으로 세계 교회의 통치를 어떤 방향으로 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추기경들이 하는 교황의 자문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추기경 명단 발표 전 “추기경들은 교황을 중심으로 일종의 원로원을 구성하며, 교황은 추기경들에 의존하여 신앙의 일치와 친교의 영구하고 가시적인 원천이며 토대인 교황직과 관련된 임무들을 수행한다”라고 강조한데서도 알 수 있다.
일부 교황청 관계자들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앞으로 더욱 자주 추기경 회의를 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황은 새 추기경들을 더 자주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번에 30∼40명의 추기경을 임명하고, 교황 바오로 6세가 교황선거권을 지닌 추기경 제한수인 120명을 두 번이나 넘겼던 것과 달리 이번에 120명에 맞춰 은퇴한 주교 3명 외에 12명의 교황 선거권을 지닌 추기경을 임명하는데 그쳤다. 특히 오는 2007년 중반까지 교황 선거권을 지닌 추기경 중 13명이 80세를 넘기기 때문에 내년에도 추가로 추기경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교황이 새 추기경을 임명하기 전 2월 21일 현재 추기경은 모두 178명, 그 중 교황 선거권을 지닌 추기경은 110명인데, 2명이 4월 이전에 80세를 넘겨 선거권을 상실하게 된다. 이에 따라 선거권을 지닌 추기경은 108명이 되고, 따라서 이번에 임명된 15명이 3월 24일 서임식을 갖게 되면 이후 전세계 추기경은 모두 193명, 교황 선출권을 지닌 추기경은 120명이 된다.
이는 교황 바오로 6세가 제한한 120명을 꽉 채운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두 번이나 이를 넘겨 최대 135명까지 기록했지만 이러한 규정은 유효한 것으로 여전히 남겨 뒀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번 임명에서 이를 준수했다.
이번 새 추기경 임명은 교황 스스로 직접 “교회의 보편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며, “실제로, 새로 임명된 추기경들은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임무를 통해 하느님 백성에 봉사하고 있는 분들“이라고 말했듯이 대륙별로 고른 분포를 보인다. 유럽 추기경이 8명으로 전체의 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아시아 3명, 아메리카 2명, 아프리카 1명, 라틴 아메리카 1명 등 각 대륙별에서 추기경들이 임명됐다.
추기경의 수는 16세기 초까지 매우 다양했지만 교회가 커짐에 따라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1973년 3월 추기경 회의 때에는 144명에 달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30∼40여년 동안 추기경단은 급속도로 ‘국제화’되고 그 수도 늘어났다.
특히 유럽에 집중됐던 추기경들이 각 대륙별로 분산되어왔다. 60년대 이후,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교회가 세상에 대한 열린 자세를 가지면서 제삼세계 국가들에도 폭넓게 추기경의 문호가 개방돼왔다.
이번에 임명된 추기경들이 모두 서임되면 그 수는 193명인데, 이를 대륙별로 보면 유럽이 100명으로 여전히 절반 이상이지만 라틴 아메리카 32명, 북아메리카 20명, 아프리카 17명, 오세아니아 4명 등으로 ‘보편화’ 경향이 더욱 짙어진다. 특히 아시아는 북아메리카와 똑같이 20명의 추기경을 갖게 된다.
또 교황 선거권을 지닌 추기경의 분포를 보면, 그러한 경향이 더욱 짙은데, 유럽이 60명으로 정확히 절반을 차지하고, 북아메리카 16명, 라틴 아메리카 20명, 아시아 13명, 아프리카 9명, 오세아니아 2명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임명에서 중요한 점은 아시아 교회의 약진이다.
이번 임명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우선 미국 출신 추기경들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인 레바다 추기경과 보스톤 대교구장 오말리 추기경이 새로 임명됨으로써 미국은 역사상 최대인 13명이 교황 선거권을 지닌 추기경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아시아 출신의 추기경이 3명이나 포함됐다는 점은 가장 놀라운 부분이다. 이는 곧 교황청과 보편교회가 아시아를 제삼천년기 복음화의 가장 최전방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반면 라틴 아메리카 출신은 단 1명, 특히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톨릭 인구를 지니고 있지만 3명의 추기경에 그치고 있는 브라질에서 추기경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 관측통들은 놀라고 있다.
이번 임명에서 교황청 고위 성직자 3명을 제외한 12명 중 아시아는 25%를 차지한다. 전체 추기경 193명 중에서 20명이면 10%가 조금 넘는데 이번에 새 임명자는 25%이다.
아시아의 추기경 배출 국가를 보면 그 의미는 더욱 심장하다. 우선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가톨릭이 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국가로서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필리핀 교회의 전통적인 역할이 강조된다.
한국과 중국 추기경의 임명은 보편교회의 기대가 그대로 묻어나는 부분이다. 중국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오랫 동안 열망하면서도 방문하지 못했던 미답의 땅이다. 엄청난 인구와 영토를 지닌 중국은 인도와 함께 아시아 복음화의 최대 관건이 되는 지역이다. 최근 교황청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몇 가지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홍콩 주교의 추기경 임명은 중국 복음화를 위한 발걸음의 하나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선교를 염두에 둘 때 한국은 역시 중요한 위치이다. 더욱이 아시아 지역에서 필리핀 다음으로 복음화율이 높은 한국교회는 그 신앙적 활력에 있어서도 독보적이다. 특히 한국은 분단 국가로 북한 지역의 복음화 역시 아시아 복음화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앞으로 짊어지고 가야할 과제는 막중하다.
-아시아 추기경들-
아시아 교회는 3월 24일 추기경 회의 때 모두 20명의 추기경이 참석하게 된다. 현재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추기경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필리핀과 인도이다.
인도에는 한국 주재 교황청 대사를 지낸 바 있는 이반 디아스 추기경을 비롯해 텔레스포어 팔라치두스 토포 추기경 등 5명의 추기경이 있다. 필리핀은 필리핀 민주화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하이메 신 추기경이 지난해 6월 21일 타계함으로써 5명에서 4명으로 줄었으나 이번에 새로 가우덴시오 로살레스 추기경이 임명됨으로써 다시 5명이 됐다.
일본은 후미오 하마오 추기경과 세이이치 시라야나기 추기경 등 2명의 추기경이 있고, 베트남도 2명의 추기경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에 한국에 정진석 대주교가 추기경으로 임명됨으로써 한국은 아시아에서 5번째로 복수 추기경을 보유한 지역교회가 됐다.
다음은 이번에 새로 임명된 홍콩교구장 젠 제키운(陳日君, S.D.B.) 추기경과 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 가우덴시오 로살레스(Gaudencio B. Rosales) 추기경의 약력이다.
■ 젠 제키운(74세, 중국 홍콩교구장)
내년 1월 13일 은퇴 연령인 75세가 되는 젠 제키운 추기경은 중국 역사상 여섯 번째 추기경으로 홍콩교구에서는 두 번째 추기경이다. 현직으로는 유일한 추기경이다. 2002년 9월 23일 홍콩교구장이 됐다. 1996년 주교품을 받았다. 1932년 상하이에서 태어난 그는 1944년 살레시오회에 입회하고 1948년에 홍콩으로 옮겼다. 1961년 사제품을 받았다.
그는 중국 정부의 종교 탄압 정책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으며, 종교의 자유가 신장돼야 한다고 비판해왔다. 그의 강경한 입장에 따라 일부에서는 그에 대해 지지의 뜻을 표시하지만 반면 다른 이들은 그러한 입장 표명이 중국 교회의 안정을 해치고 교황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 가우덴시오 로살레스(73세, 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
마닐라대교구의 31번째 교구장으로서 1932년 8월 10일 필리핀 바탕가스시에서 태어나 1958년에 사제로 서품됐다. 14년 동안 두 곳의 신학교 학장, 본당 사제로 일하다가 1974년 마닐라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1992년 리파 교구장으로 임명됐고 2003년에는 하이메 신 추기경의 뒤를 이어 마닐라대교구장으로 임명됐다.
로살레스 추기경은 오랫 동안 성덕이 출중한 인물로 평가돼 왔으며, 사회 문제에도 깊은 관심과 투신을 해왔다. 70년대 중반 그는 불법 벌채 문제와 관련해 이를 반대하는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으며 오랫 동안 정부의 부패 문제에 대한 신랄한 지적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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