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세례 받으면 돈을 많이 내야 하나요”
주님이 부르신 사람들. 6명이 모였다. 첫 교리 참석률 100%. 출발이 좋다.
예비신자들에게 신상카드와 예비신자카드가 하나씩 주어졌다. 채영자(66) 이순규(66) 강성아(36) 한선엽(52) 이기화(52) 김태식(73). 예비신자들은 먼저 자신들의 이름을 정성스레 적어 넣었다. 본적, 주소, 연락처, 혼인관계, 입교 전 종교, 인도자 성명, 가족사항…. 예비신자들은 빈칸을 하나하나 채워갔다. 세례명과 대부모 항목만 빈 칸으로 남았다.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니 정말 반갑습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하느님의 길을, 참 행복의 길을 배워 갈 것입니다.” 김미자(알비나.50) 교리교사가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예비신자들의 눈도 함께 반짝였다.
첫 시간인 만큼 가장 기본적인 교리가 이어졌다. “기도를 시작하거나 끝낼 때는 이렇게…. 성당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성수를 이마에 찍고…. 성당에 켜져 있는 빨간 불의 의미는…. 세례명이 무엇이냐 하면….”
끄덕끄덕. 예비신자들은 물을 흡수하는 스펀지였다. 교리교사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가르쳐 주는 대로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교리의 막바지. “혹시 가톨릭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하세요.”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이 쏟아졌다. “저희 집이 큰 집인데요,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이기화) “개신교를 보니까 교회에 돈을 많이 내던데, 세례 받으면 성당에도 돈을 많이 내야 하나요.”(김태식) 교리교사가 차분히 질문 하나하나에 대답했다.
그리고 마지막 당부가 이어졌다. 두 가지. “오늘 말씀 드린 것 다 잊으셔도 됩니다. 나중에 차차 설명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됩니다. 첫째, 앞으로 매 주일 미사에 빠지시면 안됩니다. 다른 지역에 여행갔을 때도 그 곳 성당에서 꼭 미사를 드려야 해요. 둘째 교리에 절대로 빠져선 안됩니다. 앞으로 교리를 받다보면 어쩔 수 없이 빠져야 하는 이유가 반드시 생깁니다. 그 유혹에 넘어가선 안됩니다. 모처럼 다가온 참 행복의 길을 잃게 됩니다.”
끝기도가 막 시작되려는 그 때, 갑자기 한선엽씨가 질문을 했다. “예비신자 카드와 성경, 예비신자 교리서를 꼭 집에 가지고 가야 하나요?” 한씨는 가족들에게는 성당에 나가기로 했다는 사실을 아직 알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당분간 아무도 모르게 성당에 다니고 싶단다. 교리교사가 그 이유를 물었다.
“성당에 다니면 뭔가 달라져야 하잖아요. 지금까지 생활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이웃 흉도 못보고…. 아직 제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어서 오히려 교회에 누가 될까봐서요. 그리고 죄가 많아서 성당에 다닌다고 말하기가…” 무슨 이유에서 일까. 말 끝을 흐리는 한씨의 눈 주위가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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