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밉고 가족이 싫습니다. 기도로 삶 바꾸면 행복해지겠죠”
“무슨 일이 생기셨나?” 교리교사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출석, 강성아(36) 한선엽(52) 이기화(52)씨. 결석, 채영자(66) 이순규(66) 김태식(73)씨.
“교리를 받다 보면, 결석할 수 밖에 없는 일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그래도 교리에는 빠져서는 안됩니다. 절대로 안됩니다.” 교리교사가 다시 한번 강조했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 정시를 10분 넘겨 교리가 시작됐다.
“오늘 배울 부분은 ‘함께하는 여정’ 제3과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입니다.” 성서구절을 읽었다. 에페 4, 17~5, 1. 예비신자들은 한참 동안 성서를 뒤적이고서야 겨우 해당 구절을 찾아냈다.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성경 묵상 후, 삶 나눔이 이어졌다. “남편 때문에 고생 많이 했어요. 경제적 문제나 성격 문제로도 어려움이 많았어요.”“가족들이 밉습니다. 내가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한선엽씨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전 24년 전부터 아들과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아들 하나 남겨두고 떠난 남편. 이를 악물고 세상과 싸웠다. 닥치는 대로 일하며 혼자 힘으로 아들을 키워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찾아왔다. 외로움. “요즘 들어서 외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아들은 재혼을 하라는데…. 이제부터 열심히 기도하면서, 삶을 변화시키다 보면 행복을 느낄 수 있겠지요.” 삶을 나누는 동안 결론이 저절로 도출되고 있었다.
“성당에 나오면서 생활 자체가 변했습니다. 기도문 외우는 것, 일주일에 두 번씩(교리교육과 주일미사) 성당에 나오는 것, 식사 할 때 성호를 그어야 하는 것, 매일 짬을 내서 성서를 읽는 것 등 번거롭게 느껴질 법한 이 일들이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이기화씨가 수줍은 듯 손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예비신자들은 이구동성,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내가 먼저 변하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초심(初心). 교리교사가 그 마음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오늘 읽은 성경 말씀처럼 신앙인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세례를 받으면 새롭게 떠진‘양심의 눈’ 때문에 생활이 더 불편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합니다. 과거에는 맛볼 수 없었던 하느님 은총을 체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비신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지사항. “3월 19일 예비신자 성지 순례가 있습니다.” 한 예비신자가 말했다. “이번 성지순례에 저는 빠지면 안될까요. 만약 성지순례에 가면, 남편이 성당에 다니자 마자, 교회에 푹 빠져서 하루종일 집을 비운다고 야단칠 것 같아서요. 이번만 빠지면 안될까요.” 교리교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취재 협조=서울 고척동본당)
사진설명
이번 주 교리는 ‘함께하는 여정’ 제3과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것은’. 성경 묵상 후 나눔을 하면서 예비신자들은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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