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사목 형식적 배려에 그쳐
일회성 행사보다 지속적 장애인사목 필요
연민·보호대상 아닌 친구로서 다가가야
관련 학문 전공한 성직·수도자 양성 시급
교회가 장애인사목을 중요한 사목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이에 따르는 물적, 영성적 토대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보다 세심한 관심과 투자가 요청되고 있다.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가 3월 3일 오후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교회’를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는 이러한 교회 안팎의 목소리를 확인한 자리였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장애인사목의 물적 토대 확보를 위해서는 일선 사목자들의 전문성 제고와 더불어 장애인복지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서울 하상장애인복지관 박정근 관장은 이날 좌담회에서 “장애인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불편하게 여기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소득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장애인에게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장애인들이 교회에 동화되지 못하고 있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교회의 사목이 형식적 배려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레지오 활동을 비롯해 구역·반 모임 등 교회 내 기초적 활동에 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별히 장애인 복지와 관련해 박관장은 “지방 분권화로 지방과 수도권과의 복지 수준 편차가 더욱 벌어지리라 우려된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장애인들간에 이중의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정책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순오 신부(한국가톨릭장애인복지협의회 지도)는 “우리 사회의 장애인 복지 수준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장애인 대다수가 차별받는다고 느끼고 있는 점은 아직 우리 사회가 걸어가야 할 지점이 멀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장애인 스스로 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와 교회 내 문제점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부는 또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차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 교회의 현실을 지적하고 “드러나지는 않지만 주위에 많은 장애인 형제들이 있음을 의식치 못하는 신자들과 교회의 현실이 장애인사목의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례 수녀(청주 혜원장애인복지관 관장)는 “장애인주일 행사 등 일회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장애인과 유기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맺어가는 게 장애인사목이 지향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하고 “장애인과의 자매결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체계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신지체인 공동체 ‘믿음과 빛’ 김은주 대표는 “많은 신자 장애인들이 함께 할 동반자가 없어 신앙생활을 포기함으로써 신앙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며 “진정한 친구를 두기 힘든 장애인들에게 친구로서 먼저 다가가는 자세가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장애인을 기피와 연민, 또는 보호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현실이 사회 통합에 제약 요소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정부의 정책 감각이 균형을 찾을 수 있기 위해서는 교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또 장애인에 대한 기초조사조차 이뤄진 적이 없는 교회의 현실이 장애인사목이 한계를 드러내는 근본적 이유라는데 공감대를 마련하고 장애인 분야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는 관련 학문을 전공한 성직·수도자 배출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다.
사진설명
한국사목연구소 회원들이 3월 3일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에서 장애인사목 관련 좌담회를 갖고 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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