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이후 성당건축의 모형”
장발 김세중씨 등 건축에 참여
한국 교회 건축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기념비적 성당으로 평가되고 있는 서울 혜화동성당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정식 등록됐다.
문화재청은 3월 2일 근대문화유산 등록을 발표하고 “혜화동성당은 1955년 건립(1960년 축복) 당시 고딕양식으로 정형화돼 있던 가톨릭성당의 건축 틀을 깬 새로운 건축물로 50년대 후반부터 건축되는 성당건축의 모형이 될 정도로 기념비적인 건물”이라며 근대문화사적 가치를 밝혔다.
혜화동성당은 근대 지향 성당건축의 선구자적 건물로 합리적이고 기능적으로 설계됐으며, 종탑 형태나 창 모양 등 모든 의장적인 면이 탈양식적인 면모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화재 등록제도’는 근대건축물을 보존하고 적극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됐다. 생성연도가 짧은 등의 이유로 국가, 또는 시.도 문화재로 지정하기는 어렵지만 △지역의 역사·문화적 배경이 되고 △건설기술이나 기능이 뛰어나고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크며 △한 시대 조형의 모범이 되거나 △당시 건축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가치를 지닌 근대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 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와는 달리 보존과 함께 외관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외부의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하다. 종합토지세 등의 세금 일부 감면과 관리 및 수리비용도 일부 지원받을 수 있다.
혜화동성당의 경우는 특히 한국 교회 미술 발전을 본격적으로 이끈 건축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혜화동성당의 건축과 내·외부장식 등은 당시 서울대 미대 학장으로 재직 중이던 장발(루도비코.1901~2001) 화백의 지휘로 이뤄졌다.
설계는 절두산순교기념관 등을 설계한 고 이희태(요한)씨가 맡았으며, 현대조각의 선구자인 조각가 고 김세중(프란치스코).김종영(프란치스코)씨, 공예가이자 조각가인 고 이순석(바오로)씨 등이 건립에 참가했다. 70년대 이후에는 유리화가 고 이남규(루가)씨를 비롯해 권순형(프란치스코).문학진(토마스)·이종상(요셉)·최종태(요셉) 교수와 최봉자 수녀 등 유명 신자 예술인들이 전례공간을 꾸미는데 참여했다.
한편 교회건축물이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는데 더욱 관심을 기울일 뿐 아니라, 교회 유산 보호를 담당하는 전문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야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교회 내에는 건축물 보존 및 복원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과 기관이 전무한 상태. 이에 따라 교회건축물이 문화재로 등록된다 하더라도 별다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문화 선교’ 등에 적극 활용되는 사례는 크게 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보수.복원작업을 펼치고 있는 명동주교좌성당(사적 258호)의 경우는 건축물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성전보존분과와 기술위원회를 따로 두고 과학적 작업을 펼쳐 교회 건축물 보존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당에서는 신자들로 구성된 성미술위원회 등이 있을 뿐 전문적인 관리체계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프랑스 등을 비롯한 유럽각국에서는 자격시험을 통해 선발된 건축가 등이 ‘역사적 기념물’의 고고학적, 예술적, 기술적인 규명과 연구, 감독, 보수 및 복원 등을 총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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