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 찾고 축복하니 감격과 기쁨 넘쳐”
【중국 장병일 기자】 초대 조선교구장 브뤼기에르(소 바르톨로메오) 주교. 소속인 파리외방전교회 반대를 무릎쓰고 조선 선교를 자원, 임지로 향하다 중국 내몽골 서만자에서 선종한 주교는 비록 조선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조선교회 미래를 위해 탁월한 혜안을 보여줬던 분이다. 이러한 소주교를 기억하기 위해 서울 개포동본당은 여러 가지 기념사업을 펼치고 있다. 3월 3~7일 5일간 펼쳐진 순례도 이러한 기념사업의 일환. 본지는 소주교 원 묘비 축복식과 서만자에서 마가자까지 답사 등으로 진행된 이번 순례 의미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풍경1 소주교 묘소 앞
3월 5일 오후. 중국 내몽골 동산천주당 묘소 한켠에 한국인 몇몇이 모여있다. 가까이 가보자. 소주교 묘소앞이다. 여기서 한 사제가 기도를 주도하고 있고 그 주위를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다. 소주교 묘소앞에서 이렇게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굴까? 아! 서울대교구 개포동본당 주임 염수의 신부와 순례단원들. 지난 1월에 발견된 소주교 원래 묘비를 확인하고, 축복하기 위해 멀고도 먼 길을 달려왔다. 감회가 새롭다. 그렇게 찾던 소주교 묘비가 바로 눈앞에…. 힘들었던 그간 일들이 봄눈녹듯 사라진다.
“묘비를 이렇게 찾을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중국교회가 문화혁명후 많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느님을 섬기는 마음입니다.…소주교님은 우리에게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을 택하게 하셨습니다.
그 결과 이렇게 좋은 선물을 주셨습니다.…”
염신부 강론은 “열심히 기도해 좋은 결실 맺도록 하자”는 당부로 끝을 맺었다. 축복식후 염신부는 동산천주당 이금도 신부와 신자들에게 “다른 선교사 묘비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공지나 수소문을 해 정보를 수집해 보길” 당부하기도.
순례단은 묘원 마당에서 소주교 묘비를 받치는 댓돌도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풍경2 왕자춘씨와 묘비
순박한 표정. 귀한 손님들의 방문에 약간은 당황스러운 모습. 한편으론 기쁨이 얼굴에 우러 나온다. 왕자춘씨. 48세. 신자는 아니다. 순례단은 소주교 비석 축복전 동산천주당에서 12km 정도 떨어져 있는 왕씨 집에서 그를 만났다. 왕씨와 이금도 신부 등의 이야기를 토대로 묘비 공개 연혁을 구성해보면 이렇다.
△1967년경 협동조합 건축때 동산천주당 묘원에서 묘비를 옮겨와 섬돌로 사용 △1984년 당시 동산천주당 서신부가 비석임을 확인 △이후 왕자춘씨 협동조합 소유권 획득, 1991년 집수리하며 비석을 서쪽 행랑 섬돌로 사용 △2005년 한국인들의 소주교 묘비 건립 소식을 들었고, 12월 성탄절 무렵 행랑을 수리하기위해 섬돌을 파내 인근 천주교 신자에게 보여줌 △올해 1월, 이 신자를 통해 이금도 신부에게 연락 △올 1월 12일 동산천주당 신자들 삼륜차에 묘비 실어 성당으로 이송 △올 1월 15일 이금도 신부가 메일로 염수의 신부에게 묘비 발견 소식 전달
“한국에서 필요로 하는 것 같아 묘비를 내 놓게 됐다”는 왕씨의 말에 염신부는 “당신을 축복해 주는 묘비다. 이 기회에 천주교 신자가 되면 어떨까?”라고 화답했다.
■현양사업에 앞장 염수의 신부
어떻게 보면 한국교회 관심밖이었던 소주교를 교회안에 중요한 화두로 등장시키는데 성공한 염신부. 순례 여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데, 조금도 피곤한 기색없이 앞서 나가며 순례단원들을 독려한다. 소주교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순례가 끝난 후 몇가지를 물어봤다.
묘비 발견 과정 확인
-이번 순례의 성과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묘비 발견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아니라 묘비를 받치는 댓돌까지 찾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서만자 방문때 소주교가 살았던 장소 확인 등 또 다른 정보를 습득할 수 있어 기뻤다.
-남은 과제는?
△이번에 답사했지만, 소주교가 걸은 서만자에서 마가자까지 노정을 좀 더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청나라때 지도를 비롯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 보다 정확한 노정을 고증해 볼 생각이다.
서만자서 마가자까지 고증 남아
-소주교 현양 필요성을 다시한번 말씀해 주시길.
△한국교회 기초를 마련하고 미래를 열어주신 분이다. 뿌리의 중요성은 수십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김대건 성인 등과 연결짓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 소회나 각오가 있으시다면?
△처음 시작할 땐 정말 앞이 깜깜했다. 자료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답사는 어떻게 진행을 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쉬운 방법보다 어려운 방법, 다시말해 정공법으로 소주교께 접근했다. 한 부분이 끝나면 기다려 주고, 또 한 부분이 끝나면 기다려 주고…. 이렇게 기다리다보면 주님께선 꼭 징검다리를 하나씩 던져주셨다. 이번 묘비 발견도 또 하나의 징검다리일 것이다. 각오라 하면, 소주교님에 대한 모든 정보는 ‘공개와 공유’가 원칙이다, 개인이 소유해서도 안되고, 무슨 큰 일이나 하는 것처럼 자랑해서도 안된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하느님께서 다 들어주신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본당서 책 테이프 등 통해 현양운동 힘써
-함께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말씀.
△본당 신자들이 자랑스럽다. 한국교회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길 소망한다. 보이지 않게 도움을 주는 은인들도 많다.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는 은인들의 나눔에 감사드린다.
-본당차원에서 어떻게 현양하고 있나?
△정양모 신부의 특강을 시작으로, 소주교의 생애를 담은 책과 여행기?서한집을 발간했고, CD와 테이프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양운동에 힘쓰고 있다. 이번 사순시기에는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사목위원들이 문제 모음집과 답안지를 만들어 배포했다. 4월 2일 주일 교중미사때 반별, 구역별로 시상할 예정이다.
염신부는 이러한 자료에 대한 문의는 “02-574-4744, 011-213-1032로 하면된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사진설명
▶브뤼기에르 주교 원묘비(흰색)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염수의 신부와 순례단원들.
▶개포동 순례단 단원들이 묘비의 폭과 높이 등을 재고 있다.
▶소주교 묘비가 행랑 섬돌로 사용됐던 장소를 염신부와 왕자춘씨가 손으로 가르키고 있다.
▶소주교 묘비를 받치던 댓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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