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에 맛들인 중독자“이젠 환자 돌봐야죠”
“아…오셨네요. 근무가 이제 끝났어요. 많이 기다리셨죠?”
지난 3월 3일 오전 아주대학병원 응급실. 생기 있는 얼굴의 간호사가 많은 인파 사이를 헤집고 나왔다.
“안 피곤하세요? 12시간 정도의 밤 근무 하시고 나오신거 아닌가요?”라고 묻자 “피곤하긴 한데 제가 있어야 할 곳에서 역할을 다하고 나온건데요. 응급 환자분들이 더 힘드시죠”라고 답하는 그녀.
김민정(율리아나.24)씨는 현재 간호사로서 아주대학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응급실 업무는 고되기로 소문난 자리. 배치를 받은거냐고 묻자 “사실 지원했어요. 지원한다고 되는 건 아니었지만 주님께 기도를 했더니 들어주시던데요”라고 답하는 김씨.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작정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단다.
김씨는 중고등학생 때부터 성당활동을 열심히 해왔다. 남들처럼 눈에 띄는 활동은 아니지만 미사, 교리, 여름 캠프, 피정 등 본당에서 실시하는 교육과 행사는 모두 다 참여해왔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교리교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당시에는 교리교사들이 너무 대단해 보였어요. 그만큼 자부심도 있는 것 같고. 수능 본 후에 꼭 하고 말겠다고 다짐을 했었죠.”
그녀는 수능 후 교리교사에 대한 동경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교사회의 문을 두드리려 했으나 큰 산이 가로 막았다고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김씨의 어머니. “어머니가 무척 말리셨죠. 1년 더 고생해서 좋은 대학 간 후에 하라고요.”
어머니의 뜻에 따라 대학에 다니며 재수를 준비하던 김씨는 결국 참지 못하고 제 발로 교사회를 찾아갔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창피하긴 하지만 당시에는 저 스스로 교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매주 주일학교 학생들과 함께하는 삶속에서 봉사의 맛을 들여 버린 김씨는 그 이후 ‘중독자’가 돼버렸다.
“사실 주일학교 교사가 그리 만만치 않잖아요. 개인 시간도 없고. 근데 마침 학교 동아리에서 봉사 활동을 가길래 참여했죠.”
그녀는 이후 한달에 한 번, 당시 수원에 위치한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시설에서 봉사를 했다. 목욕, 안마, 식사, 레크리에이션 등 어르신들과 함께 하며 섬기고 받든다는 ‘봉사’라는 단어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됐다.
“봉사란 그저 돕는다는 1차적인 의미가 아니었어요. 남을 섬기고 받듦으로써 그에 합당한 ‘보람’이라는 것을 얻게 되는, 큰 매력을 느끼게 하는 단어이자 행동이었어요.”
그러한 삶이 자신을 현재의 직업을 갖게 한 것 같다는 김씨. 지난 1월 취업한 그녀는 바쁜 일과로 인해 병원 인근에서 하숙 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지만 삶의 만족도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제가 하고 싶은 거니까요. 그리고 그러한 간절함을 주님께서 마침 들어주셨고요. 한 손이 하는 일을 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그분의 말씀처럼 고통으로 신음하는 환자들 곁에서 조용히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청소년과 함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