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동판에 새긴 믿음과 마음의 길
“노력해준 아이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2년여간 동판을 재료로 십자가의 길을 제작한 저희 학생들이 작은 기적을 체험하길 바랄 뿐입니다.”
지난 3월 12일, 서울 가락동본당 한사랑 주일학교 교감 이종숙(로사)씨는 학생들에게 그간의 노력에 감사하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한사랑 주일학교는 이날 교중미사에서 학생들이 제작한 십자가의 길을 봉헌했다. 이씨가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내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한사랑 주일학교는 현재 학생 23명과 교리교사 17명으로 구성된 장애아 주일학교다. 중고등부 미사를 봉헌하고 미사 후 교리교육도 실시하는, 말 그대로 타 청소년들과 차별되지 않은 신앙인들의 공간이다.
지난 2004년 4월 사순시기를 맞아 한사랑 주일학교는 교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학생들과 함께 십자가의 길 제작에 들어갔다.
장애 청소년들의 생각과 수준을 고려한 이 작업은 십자가의 길을 통해 학생들에게 신앙심을 길러주고 실제적인 신앙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마련된 것이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작업 기간 동안 십자가의 길을 교리주제로 택해 학생들의 이해를 높이고 성지순례도 다녀왔지만 집중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본당의 여러 가지 행사도 한사랑 주일학교에 방해 요소가 되기 충분했다.
하지만 동판마다 자신의 신앙과 마음을 새긴 장애 청소년들의 의지를 막을 순 없었다. 2004년 11월, 14처 중 7처까지 완성했다. 주님에 대한 마음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자 대성당을 내려가는 경사로에 전시했다. 그 후 학생들은 동판에 더욱 더 신앙을 심어나갔다.
결국 순례자들의 정신처럼 자신들의 마음을 온전히 동판에 심은 한사랑 주일학교는 2년 만에 그 결실을 맺게 됐다.
한사랑 주일학교 교무 이후섭(돈보스코)씨는 “지난 5일 중고등부 미사 때 십자가의 길을 봉헌했을 때 기뻐하던 학생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십자가의 길을 통해 사순의 의미를 깨달아 기쁨의 부활 축제를 준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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