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아시아에서의 선교 사명’-정진석 추기경 ‘선교교령’ 반포 40주년 회의 발제(요약)
16세기부터 선교…인구 3%대 낮은 복음화율
한국교회 물적 도움·기도 등 북한복음화 노력
국제적 연대로 종교탄압국에 자유허용 촉구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3월 9일부터 11일까지 로마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열린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 반포 40주년 기념회의’에서 ‘오늘날 아시아에서의 선교 사명-아시아에서의 첫 복음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정추기경은 이 발제에서 선교 5세기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체 인구의 3.1%에 불과한 복음화율을 보이고 있는 아시아 대륙의 교회 상황을 살펴보고, 제삼천년기 보편교회의 복음화 과제는 아시아 대륙에 놓여져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 정추기경은 이어 아시아 선교 역사를 개괄한 뒤 여전히 순교자들의 교회인 아시아가 과연 어떻게 참된 복음화의 소명을 실천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그 주요한 요건들을 제시한다.
나아가 아시아에서 매우 독특한 역사와 탁월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한국 교회를 실례로 들어 소개하면서 아직은 부족하지만 곧 풍성한 수확을 아시아에서 거두게 될 것임을 확신하고 아시아 복음화에 대한 각오를 다진다. 다음은 그 요지이다.
복음화, 아시아의 사명
“교회의 선교 활동은 주로 아시아를 향하여 이루어져야 합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 37항)
“제일천년기에는 십자가가 유럽 땅에 심어지고, 제이천년기에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심어졌던 것처럼, 제삼천년기에는 이처럼 광대하고 생동적인 이 대륙에서 신앙의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확신한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아시아 교회’ 1항)
복음화는 아시아 교회의 중요하고도 최우선의 사명이다.
전반적인 상황
아시아 대륙은 다양한 문화, 종교, 사회구조와 정치체제를 갖고 있는, 세계 인구의 거의 2/3가 살고 있는 곳이다. 아시아는 그 자체가 교회에 있어서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종교적으로 볼 때, 아시아에서 가톨릭 신자는 단지 3.1%이고 더욱이 필리핀을 제외하면 1.3%, 5천만명에 불과하다. 세계 가톨릭 신자의 10.8%, 비그리스도인들의 82.8%가 아시아에서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 아시아는 큰 진보를 했지만 극단적인 빈곤과 불의가 존재한다. 하루 생활비 1달러 이하의 극단적 빈곤 인구는 6억9천만명, 2달러 이하는 아시아 인구의 60%인 19억명에 달한다.
사회, 정치적으로는 민주화 달성도가 가장 낮고, 도시화, 이민, 외채 부담으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며, 매스미디어와 정보기술 발달로 인한 문화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 표징이 있다. 민주적 가치에 대한 열망, 문맹 퇴치 수준과 교육, 연구 수준이 높아지고 협력 네트워크가 늘어나고 있다.
특별히 근대화가 서구화를 의미하던 전과는 달리 ‘아시아의 아시아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아시아적 방식을 모든 삶의 영역에서 추구하고 있다. 인구의 반을 차지하는 젊은이들에게 이는 아시아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아시아 선교 역사
아시아의 첫 복음화는 16세기에 시작됐고 선교 5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미미하다. 교회는 여전히 이방종교, 때로는 식민지 세력과 결탁한 것으로 인식되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교회는 위험요소로 간주된다. 따라서 아시아 곳곳의 작은 신앙 공동체들은 극도의 긴장과 갈등, 박해를 겪고 있다.
교회 자선활동은 종종 복음화의 수단으로 간주된 경험에서 우리는 그것이 개종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됨을 깨닫는다. 이주 노동자, 인권 파괴, 가난한 자에 대한 착취, 생태계 악화, 낙태, 가정의 해체 등은 아시아 복음화를 어렵게 하는 또 다른 문제들이다.
아시아 교회는 여전히 순교의 교회이다. 2000년에서 2005년 사이에 162명이 선교 활동 중에 살해됐고, 많은 선교사들이 기본적인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교회는 아시아의 문화, 종교, 지역민, 특히 가난한 이들과의 구원적 대화를 요청받으며, 그때 교회는 죄의 구조를 비판하는 예언자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문화와의 대화에 있어서 ‘그리스도교의 아시아적 뿌리’에 기초해 아시아적 모습을 갖춘 그리스도교를 선보여야 한다. 복음의 토착화를 위해서 삶을 통한 증거가 특별히 중요하다. 종교간 대화는 아시아에서 특히 중요하다. 타종교와 협력하며 인간의 진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대화를 위한 효과적 통로이다.
‘죄의 구조’의 결과인 아시아의 현실은 연대성에 기반을 둔 가난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요청한다. 이 연대는 삶의 방식의 변화에서 시작해야 하며, 국가적 차원은 물론 국제적 차원에서의 혁신적 변화에 이바지해야 한다.
이러한 대화는 인류와 사회에 봉사함으로써 복음을 사는데 이바지하며, 따라서 교회의 사회교리에 근거한 것이어야 하며, 복음화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은 하느님과의 대화를 위해 복음화의 수단으로서 기도와 말씀 봉사에 힘써야 한다.
비록 아시아 교회는 수적으로 열세지만 초대교회와 같이 강력한 소수 교회의 영성을 개발, 대화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 한편, 기술과 정보 시대에 인터넷이 복음화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인터넷은 문화와 종교, 사람들간의 대화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한국교회의 역할
한국교회는 독특한 역사를 지닌다. 자발적으로 신앙을 수용했고, 모진 박해와 순교자들의 피 속에서 성장했다. 한국교회는 60년대 이래,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직접적인 복음화 사명 뿐만 아니라 국민과 사회에 봉사하는 사명에 힘써왔다.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대화와 종교간 대화는 모범적인 것이었다. 교회의 자기 복음화에 대한 필요성에 따라 전국사목회의, 교구 시노드, 기타 다양한 사목계획들을 실천해 내적 외적으로 교회 생활 쇄신에 기여했다.
이 모든 것에 평신도들은 적극 참여했고, 그들은 한국교회의 복음화에 선도적 역할을 했다.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인터넷의 활용, 서울대교구의 2020 복음화 운동은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노력과 시도들이다.
또한 유럽과 아메리카 교회들로부터 받은 혜택에 감사하면서 한국교회는 해외선교사 파견 등으로 받는 교회에서 베푸는 교회로 전환하고 있다. 교회의 선교노력은 더욱 촉진돼야 하며, 선교사들을 해외, 특히 아시아로 파견하려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복음화와 관련해 남한 교회는 북한 주민들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늘 가슴에 품고 있다. 남한교회는 북한의 종교자유를 위해 힘써왔다. 한국교회가 북한을 돕고자 하는 노력은 한편으로는 그들을 인간화하고 복음화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통일을 위한 기반을 닦으려는 열망을 표시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물질적 도움, 기도운동, 신자들 쇄신으로 요약된다.
희망의 대륙으로
아시아인들은 구원 선포를 받아들일 권리가 있다. 따라서 복음화는 교회의 기본적 의무이자 존재의 근거이다. 아시아 교회는 복음화하기 위해 존재하고 무엇보다 아시아인들 스스로가 아시아를 복음화해야 한다.
난관들이 우리를 비관적이게 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아시아 복음화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복음화 노력은 실천에서 나오는 증거를 통해 훨씬 더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복음화 여정에 장애가 많을수록 신자들의 복음화 영성이 더욱 풍부해져야 한다. 특히 지도층, 주교들이 선교영성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아시아 교회는 중국, 북한 등에 그리스도께로 이르는 문을 새롭게 여는 준비를 해야 한다.
캄보디아, 몽고, 시베리아, 최근에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복음 선포의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 같은 국가들에서 볼 수 있듯이 하느님의 섭리는 항상 성령의 권능으로 외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타파시키실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시대에 현존하는 국제적 연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가운데, 아시아 교회는 박해국 정부로 하여금 모든 시민들에게 종교자유를 허용하도록 촉구하면서 그리스도께 대한 신앙을 이유로 박해를 당한 모든 사람들에게 협력해서 도움을 주는 새로운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에서도 수확할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그 때가 언제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누구도 헛되이 씨를 뿌리지 않기 때문에 그 때는 언젠가 올 것이다. 우리는 단지 믿음과 희망을 지닐 뿐이다. 아시아 교회는 교회의 사회교리에 대해 잘 교육받고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 대화해야하는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사도들을 매우 필요로 한다.
복음화를 위한 위대한 봄의 계절인 새천년기가 아시아에서 동트고 있다.
새로운 사도들이 두려움 없이 그리스도의 증거자들로 활동하고 인류를 위해 아시아를 희망의 대륙으로 성화해 가는 시기이다.
사진설명
정진석 추기경(오른쪽에서 두번째)이 3월 11일 로마 우르바노대학교에서 열린 ‘교회의 선교활동에 관한 교령 반포 40주년 기념회의’에서 ‘오늘날 아시아에서의 선교 사명-아시아에서의 첫 복음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 서울대교구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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