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의 사용으로 노래 끊기지 않도록 주의
인간의 목소리 찬미가 전례의 유일한 본질 요소
[질문]
60대 중반의 신자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미사 복사를 서 왔던 구교우인데 요즘엔 미사 때 악기소리에 분심이 듭니다. 제가 너무 구식신자인가요? 미사를 활기 있게 하는 것은 좋지만 산만해서는 안되잖아요? 악기에 대한 규정은 없습니까?
[답]
미사는 잔치이며 축제입니다. 그렇습니다. 가장 완벽한 잔치입니다.
그러나 꼭 알아야 할 것은 세상에서 말하는 의미의 잔치나 축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영성적 체험의 결과이며 회개의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악기의 선택은 특정 단체의 성격이나 기분에 따라 하는 것이 아니고 거룩함과 그 보편성에 부합되어야 합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내 경우에 있어 가사의 내용보다 곡조에 더욱 끌려갔다면 벌 받을 죄를 지은 것으로 고백합니다”(고백록 제10권 33장)라고 했습니다.
초대교회에서는 믿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말과 찬가에 우월성을 두었기 때문에 전례에 악기를 도입하는 것을 경계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당시 악기들은 전쟁이나, 먹고 마시는 감각적인 축제 등에 주로 사용되었기에 전례에 악기가 쓰여 지는 것은 더욱 어려웠습니다.
기원후 1000년경 교회는 전례 안에서 회중들을 전례에 더욱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조건으로 악기의 사용을 허락하기에 이르는데 1903년 비오 10세 교황은 전례에 사용할 수 있는 악기로 그 첫 번째 자리에 오르간을 두었고, 거룩한 전례와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자극적이고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면 오르간 외에 다른 악기들도 관할지역 주교의 특별한 허락 하에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 하였습니다.
이후 1928년 비오 11세 교황께서 회칙을 통해 “우리가 옹호해야 할 것은 악기를 수반하는 노래가 아니라, 성전에서 다시 울려야 할 살아 있는 목소리이다”라고 재천명하며 악기의 사용으로 목소리가 가려지지 않고 노래와 의식이 끊기지 않아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였습니다. 이것은 전례악기 선택의 핵심입니다.
1955년 비오 12세 교황은 ‘성음악 지침서’에서 전례악기로서 오르간의 탁월성을 말씀하시면서, 다른 악기들도 전례음악의 높은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이며, 다른 악기들이 전례에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넓게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교회가 중요시 하는 기본적인 원칙은 인간의 목소리로 하는 찬미가 그리스도교 전례에서 유일한 본질적인 요소라는 점입니다.
즉 악기는 부차적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전례 안에서 악기의 사용은 전례 분위기에 적합한지, 그리고 신자들로 하여금 전례에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신중히 판단되어야 합니다.
김연준 신부(광주대교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