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에 대한 간절한 소망 때문일까. 이름을 미리 정했다. 체칠리아(채영자, 66) 베로니카(강성아, 36) 클라라(이기화, 52) 필로메나(한선엽, 52) 베드로(김태식, 73).
예비신자들은 ‘새 이름’이 신기한 듯 수없이 되뇌었다.“이름과 외모가 딱 어울리시네요.” 서로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딱 한명. 김태식 할아버지만 이름이 못마땅한 눈치. “다른 이름 없나…” 말을 슬며시 꺼내다, ‘정말 좋은 이름’이라는 ‘이구동성’에 밀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보시니 참 좋았다’. 제9과 천지창조 교리가 시작됐다. 예비신자들은 창조주의 섭리와 자연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그리고 “앞으로는 세재를 함부로 쓰지 않겠습니다.”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겠습니다.” 각오가 이어졌다. 물을 별로 사용하지 않고 설거지 하는 방법,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방법 등 환경보호 노하우들도 나눴다.
이어진 십계명 교리. “십계명 중에서 가장 지키기 어렵고, 마음에 와 닿는 계명이 있으면 각자 이야기 하세요.” 교리교사는 교리를 주입시키려 하지 않고, 예비신자들이 나눔을 통해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했다.
“제4계.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네요. 시어머니가 치매를 앓고 계신데 그동안 불평만 했거든요. 앞으로는…” “제 5계 남을 죽이지 말라는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동안 말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 일이 많았습니다. 이제 신자가 되려는 만큼 늘 사랑하며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야기는 시아버지, 남편, 자식 이야기로 가지를 치고 있었다. 한 예비신자가 말을 꺼냈다.
“3년 전 딸이 이혼을 하고 지금은 혼자 살아요. 손녀딸이 하나 있는데 지금 내가 키워요. 사람들은 늦둥이 뒀다고 생각하라지만 그 녀석만 보면 마음이 아파서… 말을 듣지 않을 때는 회초리도 들곤 하는데… 딸이 혼자 살아보겠다고 고생하는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졌다. 다른 예비신자들이 휴지와 손수건을 꺼내 건넸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교리교사가 손바닥을 딱딱 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앞으로는 하느님께 의지하면 모든 일이 잘 될겁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간구하다 보면, 그리고 희생을 실천하다 보면 분명 행복한 일이 생길겁니다.” 예비신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예비신자들이 일주일 동안 필사한 성서를 꺼내 교리교사에게 검사를 받았다. “뜻도 모르지만 그냥 꾸준히 쓰다 보니, 벌써 내가 신자가 된 기분입니다.” 강성아씨가 쓴 성서에서 조금 크게 쓴 성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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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 성지순례에 나선 서울 고척동본당 예비신자들이 절두산 성지에서 유물을 돌아보며 천주교 신앙의 역사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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