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박 가족모임 확산 필요”
도박중독, 끊는다고 완전 치유되지 않아
질병처럼 가족 함께 꾸준한 관리 치료를
경마 경륜 등도 도박중독자 키우는 원인
3월 17일 오후 8시, 거리에 어둠이 깔리자 서울 동작구 사당동성당 교리실은 오히려 활기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 색다른 깨달음의 길을 찾아 나선 이들은 다름 아닌 ‘단도박 친목모임’(Gamblers Anonymous : GA) 회원들.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해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이는 모두 12명.
화투노름 등으로 20년 넘게 도박의 수렁에 빠져있었다는 60대의 이모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단도박모임을 통해 도박을 끊은 지 1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도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고백했다. “지금도 도박장 근처라도 지나치게 되면 가슴이 울렁거리고 눈길이 쏠리면서 흥분된다”며 도박 중독의 무서움에 몸서리쳤다.
‘봉천동 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36살의 남성은 “오늘도 카지노에서 바카라를 하다 5천만원을 날리고 오는 길”이라면서 “자살사이트도 둘러보고 죽을 때만 기다리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말 처음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해 4개월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도박장으로 출근했다는 그는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아 쏟아부은 돈이 10억에 이른다고 했다.
장모의 손에 이끌려 두 번째로 단도박모임에 참석했다는 40대 후반의 ‘능곡동 박씨’는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공황상태”라며 “좀 더 일찍 단도박모임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저는 30대 초반 처음 도박에 손을 댔습니다. 도박하는 동안에는 밥 먹는 시간마저 아까울 지경이었죠. 그 때는 가족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애견까지 팔아 도박장으로 달려갔으니…. 지금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게 뿌듯합니다.”
1997년 GA를 알게 됐다는 ‘방화동 이씨’의 발표가 이어지는 동안 모임 곳곳에서는 공감의 끄덕임이 교차했다.
헤어 나오기 힘든 ‘도박의 수렁’…‘단도박모임’ 통해 재활 몸부림
한 사람에 주어진 참회와 결심의 발언 시간은 5분 내외였지만 도박에 대한 환멸과 극복의 의지가 짙게 배어나왔다.
단도박모임에 나오는 이들은 서로를 ‘협심자’라 부른다. 도박은 혼자 힘으로 끊기 어렵기 때문에 마음을 합쳐 격려를 해야 한다는 뜻에서다. 하지만 모임에 참가한다고 모두 도박중독증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이날 참석한 이들 대부분은 다시 도박에 손을 댄 경험들이 있다. 그만큼 도박중독은 치유하기 힘든 병이다.
“도박은 끊는다고 완전히 치유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번 중독된 사람은 보균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뇨병처럼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합니다.” 모임에 참여한 ‘방배동 이씨’의 이야기다. 60대 중반인 이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중반부터 도박인생을 시작했다. 그동안 벌어놨던 돈을 전부 날리고 2년 전 암까지 얻어 투병 중인 그는 “단도박모임이 없었으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라며 “GA를 통해 남을 사랑하고 위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단도박모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986년부터 단도박모임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방배동 권씨’는 “경마 경륜 경정 등 합법을 가장한 사행산업이 불법 도박을 낳고 도박중독자를 양산하는 기제가 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가정을 지키고 건전한 사회 문화를 이끌어야 할 국가가 오히려 도박산업과 그로 인한 각종 폐해를 조장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중독자를 둔 가정의 경우 퇴근 시간만 넘기면 안절부절 아무 일도 못하거나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가족병’이 심각하다”고 밝히고 “고통을 극복하면서 서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단도박 가족 친목모임’ 등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도박모임 역사와 현황
“도박 완치자가 다시 중독자 치료”
단도박모임은 1957년 미국 LA에서 도박중독을 앓고 있던 두 남자가 만남으로써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 한 외국인 신부가 도박으로 인해 자살하는 농민을 보고 충격을 받아 그해 6월 경기도 부천시 심곡동에서 첫 모임을 가진 게 시발점이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40여개의 모임을 중심으로 도박중독자와 가족 등 약 500~600명이 활동하고 있다.
단도박모임의 특징은 정신과의사 등의 전문가가 직접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임에서 도박중독을 치료한 사람이 새로 들어온 사람을 다시 일깨워주고 치료해 주는 식의 순환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방배동 권씨’는 “단도박모임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협심자들의 도움을 얻어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가 의사, 간호사, 약사가 돼 치유의 과정을 걸어가게 된다”면서 “도박중독자들과 GA모임의 첫 만남이 중요한 만큼 이들 주위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단도박모임 02-521-2141, 522-8483 www.dandobak.co.kr
■단도박 모임
서울지역
(모임명-요일,장소,전화번호)
잠실-월,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사회복지관 2층 02) 521 - 2141
신수동-월,마포구 신수동 천주교 신수동성당 02) 521 - 2141
홍제동-화,서대문구 홍제동 천주교 홍제동성당 02) 521 - 2141
신정동-수,양천구 신정동 양천구민회관 전시관3층 02) 521 - 2141
상계동-수,노원구 하계동 천주교 하계동성당 02) 521 - 2141
방배동-목,서초구 방배동 까리따스 방배종합복지관 02) 522 - 8483
왕십리-금,성동구 홍익동 천주교 왕십리성당 02) 521 - 2141
사당동-금,동작구 사당동 천주교 사당동성당 02) 522 - 8483
신림동-토,관악구 신림본동 92-32 천주교 신림동성당 02) 888- 3440
미혼자들의 모임-토,서초구 방배동 까리따스 방배종합복지관 02) 522 - 8483
영등포-일,영등포구 도림동 천주교 도림동성당 02) 855 - 5004
방배동-일,서초구 방배2동 천일빌딩 502호 02) 521 - 2141
인천지역
간석동-금,남동구 간석4동384-2 간석4동성당 3층 019-586-5960
부평-토,부평구 부평5동 천주교 부평5동성당 032)513 - 9810
경기지역
일산-월,고양시 일산구 마두동 성공회 일산교회 02) 521 - 2141
안양-목,안양시 동안구 관양2동 1480-2 인덕원성당 3층 02) 521 - 2141
안산-화,안산시 원곡동 천주교 원곡동성당 031)411 - 1431
수원-목,수원시 율전동 천주교 율전동성당 031)247 - 5717
성남-목,성남시 수정구 수정노인복지회관 부속 경로당 02) 521 - 2141
부천-목,부천시 심곡3동 천주교 심곡성당 016-263-0909
김포 통진-토,김포시 통진면 마송리 천주교 통진성당 031)998 - 3773
구리 남양주-토,남양주시 지금동 천주교 지금동성당 3층 교리실 02) 521 - 2141
충남지역
조치원-화,연기군 조치원읍 천주교 조치원성당 041)865 - 1481
충북지역
청주-금,홍덕구 사창동 천주교 사창동성당 043)900 - 2221
대전지역
월평동-목,서구 월평동성당 교육관 2층 042)472 - 7377
강원지역
원주-월,원주시 태장동 천주교 태장동성당 033)745 - 5506
고한-금,정선군 고한읍 천주교 고한성당 033)591 - 1271
광주지역
월산동-화,남구 월산동 동신대사회복지회관 062)376 - 7781
임동-수,북구 임동 성요한병원 062)574?- 0076
대구지역
월배동-월,달서구 진천동 천주교 월배동성당 053)768- 1832
산격동-목,북구 산격동 산격주공아파트 내 사회복지관 053)768 - 1832
상동-토,수성구 상동 천주교 상동성당 053)768 - 1832
봉덕동-일,남구 봉덕3동 성 바울로성당 053)768 - 1832
경북지역
경주-화,경주시 황성동 천주교 황성동성당 054)773 - 8405
안동-금,안동시 목성동 가톨릭회관 017-516-1991
울산지역
삼산동-월,남구 삼산동 천주교 삼산동성당 052)247 - 5945
우정동-목,중구 우정동 천주교 우정동성당 052)296 - 0563
부산지역
연산동-화,연제구 연산3동 연제복지회관 선명회 051)338 - 3605
재송동-목,해운대구 재송동 종합 사회복지회관 051)747 - 4125
대신동-일,서구 동대신1가 11-33 서구종합사회복지관 051)465 - 9780
마산지역
구암동-수,마산시 구암동 천주교 구암동성당 055)262 - 6496
월남동-금,마산시 월남동 천주교 월남동성당 055)551 - 6114
진주지역
하대동-토,진주시 하대동 천주교 하대동성당 011-583-5375
제주지역
서귀포-월,서귀포시 신효동 천주교 효돈동성당 064)767 - 0297
제주-월,제주시 일도2동 천주교 동문동성당 017-611- 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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