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대한민국의 아들이다”
아내의 헌신적 기도와 사랑
이쯤에서 잠시 시간을 되돌려 아내와 자식 얘기를 해보려 한다.
아내 이름은 김현미, 세례명은 헬레나다. 처음 아내를 만난 것은 1989년 11월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한 직후였다. 인연은 따로 있었던지 첫만남에서 결혼까지 두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어느 기자의 말마따나 내 직구 스피드만큼이나 빠른 ‘결혼행진곡’이었다.
소박한 여자다. 애들을 보살피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 만드는 것을 기쁨으로 삼는다. 처음엔 요리솜씨가 서툴렀지만 이젠 김치찌개를 비롯, 내가 좋아하는 육류를 잘 다룬다.
아내의 진가는 이것만이 아니다. 아내나 자식자랑하면 ‘팔불출’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 얘기만은 꼭 하고 싶다. 아내는 열심한 신앙인이다.
이미 얘기했듯이 프로야구 선수는 종교생활마저 쉽지 않다. 전국을 누벼야 하고 시즌중 주일에는 어김없이 경기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나의 이 부족한 부분을 아내가 훌륭하게 채워주고 있다.
아내는 국내에선 물론이고 일본에 가서도 충실히 신앙생활을 했다. 특히 일본 야구 첫해 큰 좌절을 겪고 있을 때 늘 기도해주고 격려해주었다.
감히 말한다. 아내의 헌신적인 기도와 내조가 없었다면 오늘날 이 영광도 없었을 거라고. 덕분에 첫째 아들 민우(안드레아.16)와 둘째 딸 민정(크리스티나.14)이도 유아세례를 받고 별탈없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야구인으로 살다보니 가족과 함께 지낼 시간이 1년에 채 두달도 되지 않는다. 어린이날에 한번도 자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내가 가족에게 가장 미안하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슬픈 이별
이젠 그리운 어머니 얘기를 해야겠다. 96년 2월 24일 오전 7시였다. 일본 오키나와 주니치 캠프가 있는 문비치호텔에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아내였다. 어머님이 위독하시니 빨리 귀국하라는 것이었다. 마음의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미 예정된 일이었다. 95년 11월 병원에선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자궁암이었다.
“어머니, 아들이 갑니다. 제발, 살아 계세요.”
나고야 공항에 대기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쩐지 예감이 이상했다. 돌아가셨다고 했다. 눈을 감으셨다고 했다.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니 눈물이 쏟아졌다. “어머니! 어머니!”
나는 불효자였다. 야구가 도대체 뭐길래 병석에 계신 어머니를 지키지 않고 일본으로 왔단 말인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날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열심히 해라. 이젠 내 아들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아들이다. 모든 걸 하느님께 맡기고 최선을 다하거라.”
지금도 따스했던 어머니의 손길이 느껴진다. 자식 걱정과 뒷바라지에 일생을 다바치신 우리 어머니. 이 못난 자식에게 효도다운 효도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시고 그렇게 하늘나라로 가셨다. 2월 27일 광주 원동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봉헌했다. 어머니는 64세를 일기로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가족들 곁을 떠나셨다. 하관식 때 한줌 흙을 뿌리며 몇번이고 되뇌었다. “아버지, 어머니, 절대로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제 주님 곁에서 형과 함께 편안히 쉬십시오.”
또 나의 정신적 지주이셨던 아버지마저 얼마전 하느님 품으로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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