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목성동본당
“그리스도의 향기를 온누리에”
새 성당 건립에 본지도 한몫
굵직한 시국사건에 정의 외쳐
지역선교·복음화에 앞장 다짐
79세 동갑내기. 1927년 본지가 창간되던 해 설립된 동갑내기 본당공동체를 찾았다.
안동교구 주교좌 목성동본당(주임 김영필 신부). 79년 동안 교구의 중심 본당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안식처로서 역할을 해온 공동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모습을 만났다.
동갑내기의 오늘
창간기념일을 한주 앞두고 찾아간 3월 25일. 마침 공소 미사가 봉헌되는 날이었다.
성당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공소는 여느 공소와는 사뭇 달랐다. 지체장애인 시설인 안동재활원 내에 자리 잡은 공소. 별다른 공소이름도 없다. 3평 남짓한 공간에 휠체어에 앉아있는 이들과 손발이 불편해 보이는 이들 몇몇이 모여 있다. 넷째주는 보좌신부 주례로 미사가 봉헌되는 날. 본당 황영하 신부가 도착하자, 아이처럼 얼굴표정들이 밝아진다.
재활원 공소는 본당 관할 정식공소는 아니지만, 같은 신앙을 가진 한 형제로서 10년 전부터 목성동 공동체와 함께 해왔다. 본당 봉사자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공소를 찾아 함께 미사도 봉헌하고, 신앙의 기쁨을 나눈다.
이처럼 작지만 서로 사랑을 나누고, 공동체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79년 발자취와 본지와의 인연
동갑내기인 목성동본당의 그간 발자취는 어떨까. 녹록치는 않다. 1927년 안동지역 첫 본당인 ‘안동본당’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같은 해 예수성탄대축일 화재로 임시 성당 전체가 불에 탔고, 56년 또 한차례의 화재로 벽만 남기고 성당이 사라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시련을 딛고 75주년이 되던 2002년, 주교좌성당으로서 새옷을 갈아입기 위한 첫삽을 떴고, 2004년 4월 지금의 웅장한 모습으로 세워져 봉헌식을 가졌다.
새 성당을 짓기까지 본지와의 우정(?)도 한몫을 했다. 2002년 8월과 2003년 9월,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기사가 보도됐다. 부족한 10억원을 모으기 위해 영양지역 고추판매에 나선 공동체 사연이 실렸고, 전국 각지에서 신자들의 도움과 사랑이 전해졌다.
목성동본당은 사회정의에도 앞장섰다. 79년 오원춘 사건으로 시작된 ‘교권 및 신앙자유 수호를 위한 기도회’, 2002년 ‘미군 장갑차 희생 여중생 추모미사’, 2005년 쌀개방을 앞두고 봉헌된 ‘농업 회생 대책 촉구와 농민 희생자 추모미사’ 등 여러 굵직굵직한 시국사건에 정의를 외치며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기도의 장소가 됐다.
함께 100년을 향하여
본당은 올해 사목지침을 교구장 사목교서에 따라 ‘지역선교와 복음화’로 정하고 예비신자와 잃은 양 찾기에 정성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삶속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기 위해 성서읽기를 강조한다.
김영필 주임신부는 “성서를 중심으로 신앙의 내실을 다지고, 말씀으로 자기성화를 이뤄 지역사회 복음화에 나서야한다”면서 “특히 올해부터 청년성서모임 ‘빠스카’와 성인 성서통독반 등 성서모임을 활성화 해 말씀의 생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노력은 내년 80주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100주년을 향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필 신부는 본지의 창간 79주년을 축하하며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도하고, 투명한 방향으로 언론 사도직을 수행하며, 진실을 왜곡 보도하는 언론들 안에서 모범이 되고, 교회 언론으로서 사회에 빛이 되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이관진 회장
“교회의 잘못 비판·선도를”
70년대 본지와 인연 맺고 형제적 우애 나눠
30억 규모 장학회 설립해 가톨릭대학교에 위탁
가톨릭신문이 한국교회에 첫 선을 보이던 1927년에 태어난 이관진(베드로.서울 방배4동본당) 회장은 첫인상만으로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그를 마주 대하고 있노라면 정열적인 모습에 곧 여든을 바라보는 그의 나이를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제9대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평신도의 진가를 드러낸 바 있는 이회장은 지금도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회장이라는 직함을 지닌 채 지칠 줄 모르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그를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평신도로 꼽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듯하다.
요즘도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아침기도로 하루를 여는 이회장은 저녁은 꼭 집에서 가족과 한다는 신념 아닌 신념을 지니고 있다. 하루의 시작만큼 마무리도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샤프전자(주) 등 적잖은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송사 한번 겪지 않은 삶의 역사가 그의 면면을 읽게 해준다.
“모두 늘 곁에서 지켜준 아내와 주위 분들 덕입니다.” 자신의 현재를 부인 표태옥(수산나.76)씨와 주위 사람들의 공으로 돌리는 이회장은 특히 아내의 공을 높이 든다. 힘이 들 때나 기가 죽어있을 때 아내의 따뜻한 격려 한마디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신자로서 사회인으로서 늘 새롭게 거듭나는데 큰 활력소가 되었던 것이다.
된장찌개를 제일 좋아한다는 이회장은 얼마 전 자신의 오랜 꿈 하나를 이뤄냈다.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남몰래 모아온 돈으로 30억 규모의 장학회를 만들어 가톨릭대학교에 위탁한 것. 자신 또한 어렵게 배움의 길을 이어올 수 있었기에 가난한 학생들을 대하는 그의 눈길과 각오가 남달랐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 속에서 피어보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리는 가난한 이들 가운데 깃든 하느님의 숨결을 나누고 싶어하는 그의 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20대 중반 언론계에 첫 발을 들여놓은 후 1970년 언론사의 꽃이라는 편집국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20년 넘게 기자로 활동하며 얻은 숱한 체험도 이런 마음을 갖게 한 바탕이다.
“하느님 안에서 우리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떠나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1970년대 본지와 첫 인연을 맺은 후 30년 넘게 가톨릭신문과 형제적 우애를 나눠온 이회장은 따끔한 충고도 마다치 않는다.
“교회를 참으로 사랑하는 것은 좋은 면만 보고 그런 모습만 그려내는데 있지 않습니다. 모자라고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비판하고 선도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바꿔 나가야지요.”
지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언론에 종사하는 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과거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 같아 회상에 젖을 때가 적지 않다는 그는 후배 기자들에게 하느님을 가까이 하는 삶을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전능하신 하느님을 가까이 할 때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아 겸손해질 수 있고 그로 인해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그분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회장은 요즘도 어디서 가톨릭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고 한다. 신문이나 방송에 ‘가톨릭’이란 말만 나와도 교회의 일인 양 관심이 가고 자신이 해야 할 몫을 돌아보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이렇듯 79살의 열혈 청년(?)인 이회장이 최근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가난한 이들에게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많은 분야 가운데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를 못 냈던 게 사실입니다. 다만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대로, 주어지는 대로 교회 일을 할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남모를 꿈을 가슴에 지닌 소년의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기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회장의 모습에서 하느님나라를 향한 ‘뜨거운 희망’이 읽혔다.
사진설명
안동 목성동본당은 79년동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안식처 역할을 담당해왔다. 사진은 미사에 참례한 재활원 공소 신자들의 표정과 안동 목성동성당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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