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복음화’는 현대 교회의 복음화에 있어서 핵심적인 주제이다. 그것은 복음의 본질적인 요소들을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환경과 문화에 적응함으로써 우리 삶 자체를 복음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화의 복음화’를 지향한 특별기획 ‘이시대 이문화’는 오늘날 우리 시대의 문화를 복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복음의 메시지에 근거해 성찰함으로써 우리의 모든 삶의 조건들을 복음화하려는 시도이다.
이미 지난해 1년 동안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과 공동기획으로 연재돼 호평을 받은 ‘이시대 이문화’가 잠시 숨을 고른 후 이번주부터 다시 연재된다. 이번 기획 연재는 지난해와 달리 교육, 생명, 종교, 예술 및 문화 등의 테마별로 가장 긴급하고 흥미로운 소주제들을 교대로 다룸으로써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각 테마는 4∼5회에 걸쳐 매회 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흥미로운 소주제를 선정해 교회적인 시각으로 성찰하게 된다.
‘생명을 위한 교육’ 필요한 때
좋은 부모가 되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부모의 역할과 책임의 의미를 모르고서도 부모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배움이 필요하다. “학생들에게는 좋은 선생님이지만 정작 집에서 내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또 다른 일인 것 같아요”라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하고 있지만 직접 부모교육에 참여한 것은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였다. 첫 영성체를 위해서는 부모가 반드시 참여해야만 하는 본당의 가정교리 시간이 처음으로 참여한 부모교육이었다. 그때 나는 아이의 유아 세례를 청하며 했던 대답을 기억하게 되었다.
“주님의 교훈대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도록 교육해야 할 자신들의 의무도 잘 알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나는 “예”라고 대답했었다.
가정은 가장 오래된 학교이고 아이들이 만나는 최초의 학교이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들이 만나는 최초의 교사이다. 학교는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사회적 기관이지만 학교는 우리 자녀들이 앞으로 살아가게 될 삶의 한 부분을 위해 준비하고 경험하는 제한된 공간일 뿐이다. 교육은 학교와 사회 그리고 가정에서 서로 연계되고 통합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훌륭한 교사가 한 인간의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해 가르치는 일의 의미와 목표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듯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과 의무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스도교 신자에게 있어 교육의 목적은 그리스도를 닮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삶을 살게 하는 것,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을 원래 형상대로 형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아이들이 ‘생명을 위한 교육’을 받았으면 하고 기대한다. 시험을 위한 지식이 아닌 지식의 의미도 함께 알게 되는 교육,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지식의 양에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교육, 성취감을 맛보며 자신과 경쟁하는 교육, 성실함과 정직이 성공에 이르는 가장 바른 길임을 체험하는 교육, 자연은 이용해야 할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좋은 친구라는 것을 배우고 체험하는 교육, 나와 내 친구는 한 사람 한 사람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귀한 존재로서 서로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임을 경험하는 교육을 기대한다. ‘생명을 위한 교육’이 학교와 사회에서만 이루어지기를 일방적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가정에서 부모인 내가 함께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우리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소망하고 사랑하며 따르고 있다. 신앙의 빛은 무기력한 지식을 살아있는 지식으로 곧 지혜로 살려낸다. 생명을 위한 교육의 좋은 협력자가 되기 위해 ‘주님의 사랑으로 자녀를 길러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하는 부모의 역할을 실천해 보자. 혼자 하는 것이 어렵다면 본당에서 만나는 좋은 친구들과 함께 기도하며 신앙의 도움을 청해보자.
김경이(글라라.가톨릭대 교수부장)
가톨릭신문-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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