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이어지는 것”
태어날 때부터 양쪽 귀가 없었다. 거의 집안에서만 살았다. 친구들의 놀림 때문이었다. 다와냠(15, Dawanyam)은 간절히 기도했다. “하느님. 저도 남들처럼 귀를 가질 수 있게 도와 주세요.” 하느님은 한 몽골 소년의 간절한 꿈을 들어 주셨다.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하고 있는 한성익(요셉.47.서울 대치동본당) 원장이 그 도구. 독일 함부르크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따고 턱 얼굴 성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한 한원장은 벌써 3년째 매년 3~4차례 몽골을 방문,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 성형수술을 해 주고 있다. 의료장비와 약품은 모두 한국에서 가지고 간다. 한번 갈 때 마다 10여명씩, 모두 100여명에게 새로운 삶을 찾아주었다. 다와냠 처럼 몽골 현지에서 수술이 불가능할 경우는 한국으로 초청해 시술한다. 지난해에도 귀가 없던 샤룻(18)과 자야(9) 자매를 무료 시술해 주기도 했다. 몽골 현지 의료진에게 의술을 가르치는 선배 의사의 소개로, 좋은 일 한번 해보자며 시작한 ‘봉사’. 이제는 ‘나도 모르는 힘’에 끌려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상’이 됐다.
이뿐 아니다. 6년 전 우연히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 시술 해준 이후 50여명의 소외된 이웃에게 새 인생을 찾아줬다.
월급 60만원을 받는 봉제공장 미싱사의 혹을 떼어 주었고, 안면마비로 삶의 의욕을 잃고 있던 금형공장 노동자의 고통을 덜어주었다. 턱이 없어 40년 넘게 가슴앓이 했던 달동네 연탄가게 아주머니에게는 턱을 만들어 주었고, 공장에서 일하다 화상을 당한 기초생활수급권자의 얼굴을 고쳐주었다. 물론 한 번에 수 천만원과 수 백만원이 드는 수술비와 재료비는 모두 한원장이 부담한다. 다와냠의 양쪽 귀를 만들어주는 수술비도 4천여만원에 이른다.
“내세울 만큼 한 일도 없는데…” 서울 행당동본당 주임 한성호 신부와 형제인 한원장은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선행은 알려 질수록, 강물처럼 확산된다’는 설득에 마지못해 인터뷰에 응했다.
한원장은 우선 아쉬운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은 왼손이 모르게 하는 선행’을 하다 보니, 정말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는 것. 인술(仁術)의 배경에 대해서는 “철저히 계산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했다.
“땅에서 살면서 잘 먹고 잘 살면 나중에 하느님께 가서 할 말이 없잖아요. 땅에서 살면서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살아야지 나중에 하늘에 가서도 할 말이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로 수술을 해 주는 것은 남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한원장은 무료 시술 받은 사람에게 반드시 “나중에 돈을 벌면 나와 같은 처지의 이웃에게 갚겠습니다”라는 각서를 받는다. 사랑은 바통에 바통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원장이 다와냠에게 수술 받은 후에는 남들처럼 정상적인 귀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와냠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한원장이 물었다.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선생님이요.” “그래.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면 꼭 남에게 도움을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 “예.”
사진설명
한성익 원장이 몽골 소년 다와냠의 귀를 치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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