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여정 제13과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다…믿나요?”
“글쎄요…안믿어지는데…그걸 어떻게 믿어”
함께하는 여정 제13과,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배우는 시간.
교리교사가 물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이 사실이 믿어지세요?” 즉시 돌아온 이순규(66) 할머니의 대답. “나는 안 믿어지는데…. 젊은 사람들은 믿을라나?” 이 할머니가 강성아(36)씨를 보면서 말했다. 믿었던 강성아씨와 이기화(52)씨도 “글쎄요~”라며 말끝을 흐린다. 김태식(73)할아버지는 한 술 더 떠서 “안 믿어지는게 당연하지. 그걸 어떻게 믿어”라며 맞장구를 친다.
교리교사가 미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그리고 신앙에 대해 깊은 체험을 하시면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진짜구나’라고 느끼실 때가 올 겁니다.”
이기화씨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사실 얼마 전에 신앙이라는 것을 조금은 느껴보았는데요…” 시선들이 일제히 이씨에게 모아졌다. “우리 성당에서는(고척동성당) 영성체 하지 못하는 예비신자들에게 신부님께서 안수를 해 주시잖아요. 그런데 지난 주 주일미사 때 신부님께서 안수를 해 주시는 동안 머리가 뜨거워지는 체험을 했어요. 그리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교리교사가 무릎을 쳤다. 그리고 회개에 따르는 용서와 은총의 신비에 대해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사순시기 교리로 이어졌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조차 우리를 용서해 주셨습니다.”(루카 23, 32∼43 참조) 이어 게쎄마니에서의 기도(마태 26, 36∼46 참조), 사랑의 의미(1요한 3, 16 참조) 교리가 계속됐다.
그리고 숙제를 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아내 혹은 남편에게 하루에 한번씩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하세요.” 예수님의 무한한 사랑, 상상할 수 없는 그 엄청난 사랑을 받은 우리들이 가까운 이들에게 조차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해서야 되겠냐는 취지다.
“이순규 할머니, 그리고 김태식 할아버지. 집에 돌아가시면 꼭 하루에 한 번씩 사랑한다는 말을 하셔야 해요.”
교리교사가 신신당부 했다.
그런데 강한 반발(?)이 돌아왔다. “하루에 한 번이고, 반 번이고, 난 못해.” 이순규 할머니는 “평생 웬수가 뭐가 좋다고 사랑한다고 말해. 난 그런 말 못해”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김태식 할아버지도 난감한 표정이다. “아마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할망구가 날보고 미쳤다고 할지도 몰라.”
교리실이 웃음바다로 변했다.
(취재 협조=서울 고척동본당)
사진설명
함께하는 여정 제13과에 실린 삽화.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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