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시는 하느님 믿고 투수진 운영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자웅을 겨룬 월드베이스볼클래식대회(WBC)는 내게 영원히 잊지못할 큰 기쁨을 안겨 주었다.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쳤다는 소식에 얼마나 가슴 뿌듯했는지 모른다. 해외동포들은 어땠는가. 야구장을 가득 메운 동포들의 뜨거운 응원 메아리는 대표팀에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국가 대항전이라 관심이 컸다고는 하지만 당초 약체로 평가받던 우리나라 대표팀이 연일 강대국들을 연파했으니 그 감격이 더했을 것이다. 아시아 최강이라 자부하던 일본을 두번이나 물리쳤고,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마저 우리에게 혼쭐이 났다.
이번 대회동안 우리 대표팀 분위기는 최상이었다. 김인식 감독님을 중심으로 코치진과 선수단은 “우리도 한번 해보자”며 똘똘 뭉쳤고, 이종범 등 고참 선수들은 알아서 후배들을 잘 다독거리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역시 단기전 시합은 투수력 싸움이었다. 대표팀 투수코치란 과분한 책임을 맡고 있던 나로서는 그래서 더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박찬호, 서재응, 구대성, 김병현, 오승환…. 이들 후배들은 자신의 역량을 110% 이상 발휘하며 대한민국 승리에 힘을 보탰다. 누구를 마운드에 올리던 완벽하게 제 몫을 해주었다. 후배들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모든 시합이 기억에 남지만, 일본과의 두번째 맞대결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대회의 백미였다. 현역시절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보다 더 큰 감동이 밀려왔다.
앞에서도 여러번 언급했듯이 나는 너무나 과분하게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 주님께서는 야구인생 30년동안 내가 흔들리거나 어려운 선택을 해야할 때면 늘 든든한 안식처가 되어 주셨다. 반대로 만약 내게 신앙이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회동안 우리 대표팀에게는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고비가 많았다. 첫 시합이었던 대만전도 그랬고, 일본전, 멕시코전 등 대부분이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이럴 때 투수교체 시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칫 교체 시기를 놓치거나 잘못 교체한다면 그동안의 땀과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시합 때면 마음속으로 하느님께 화살기도를 바쳤다. 기도의 힘 덕분에 나는 마음 편하게 시합에 임할 수 있었다. 잘못된 투수교체로 자칫 시합을 망친 코치로 내몰릴 수 있었던 긴박한 순간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믿음을 갖고 자신있게 투수진을 운영했던 것이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아내도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 대표팀의 4강진출은 모든 국민들이 함께 이룬 쾌거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힘’이라 생각한다. 이제 시작이다. 비록 4강에서 아쉽게 멈추고 말았지만, 다음 대회 때는 4강을 넘어 우승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모처럼 일기 시작한 ‘야구 열풍’이 국내 프로야구로 이어지길 기원해본다.
기사입력일 : 200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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