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존중 교육으로 운영 차별화
가톨릭계 대학이란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 운영되는 대학을 말한다.
외형적인 대학 이름이나 설립 주체가 어떻든지, 교육 이념에 가톨릭 정신을 직접 언급한 대학이면 일단 가톨릭계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가톨릭 정신은 적어도 건학 이념상 이들 가톨릭계 대학을 일반 대학들과 구분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말하자면, 가톨릭계 대학은 고등교육 기관이며 가톨릭 기관이기 때문에 인간의 지식을 연구, 전수하는 학문의 전당인 동시에 가톨릭 정신이 활발하게 실천되는 현장이어야 한다. 따라서 일반 대학들의 교육, 연구 및 사회봉사 기능 외에, 가톨릭계 대학들은 그리스도교 복음의 빛과 계시를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임무를 별도로 띠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가톨릭계 대학들이 추구하는 최종적 교육목표가 일반 대학들의 그것과 조금은 성격을 달리해야 한다는 점을 암시해 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가 있다. 즉, 가톨릭계 대학들은 다분히 경제적 동기에 바탕을 둔 국제 경쟁력 강화 교육 뿐 아니라, 인류가 서로 협조하고 진정한 사랑을 나눔으로써 평화로운 공유, 공존의 미래를 꾸며 갈 수 있도록 하는 인간존중 사상을 최고의 교육이념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가톨릭계 대학들은 부분적으로나마 이미 오래 전부터 이상적 가치론에 입각한 대학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대부분 우리나라 가톨릭계 대학들이 보편적 진리 탐구와 인간 및 사회에 대한 사랑과 봉사 정신의 구현을 교육이념과 구체적 교육 목표로 정하고, 이에 걸맞은 교육 과정들을 운용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 3개 가톨릭계 종합대학교의 교육과정을 보면, 대구가톨릭대학교의 경우, 환경 문제를 비롯한 사회 정의, 삶과 예술, 종교, 인간성장 발달 등 다양한 일반교양 내지 인간학 관련 강좌를 개설하여 인간과 사회에 대한 폭넓은 교양 교육을 강조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사회봉사를 직접 경험하도록 교육하고 있으며, 서강대학교도 종교, 윤리, 철학 관련 강좌를 비롯해서 특히 70개가 넘는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 성인교육에도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의 경우 역시 신학적 인간학, 현대사회와 교회, 여성과 종교, 인간관계론, 가정과 사회 등 여러 가지 교양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있으며, 특히 인간학 교육원을 별도로 설립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재학 중 일정학점의 인간학 강좌를 필수적으로 이수토록 할 뿐 아니라, 역시 일정 시간 사회봉사 활동을 의무화하는 등 가톨릭적 교육이념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교육과정이 갖는 경쟁력에 대한 구성원들의 확신과 이를 바탕으로 대학당국이 이런 교육과정의 질적 수준을 얼마나 더 크게 향상시키느냐에 있다.
지금 세계는 양적 경쟁시대를 넘어 질적 경쟁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약 20년 동안 설립된 대학들이 그 이전에 설립된 대학 수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을 뿐 아니라 개별 대학들 또한 끊임없이 양적 팽창에만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이미 해마다 대학에 진학하는 고등학교 졸업생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교육의 질적 경쟁력향상은 이제 대학의 필수적인 노력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가톨릭정신에 입각한 전인적 인간교육을 강조해 온 우리 가톨릭계 대학들은 그 만큼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 우리 가톨릭계 대학들이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전인적 인간교육이념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구체적 교육목표의 설정과 이를 구현하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해서 운영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우리 가톨릭계 대학들에서 배출되는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퍼져 모범적 삶을 살 때 비로소 우리 가톨릭계 대학들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맹광호 교수(이시도로.가톨릭대 의대 예방의학과)
가톨릭신문-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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