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제대로 알고 존중하자
본지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회 현상들을 복음적 시각에서 풀어보는 ‘시사 교리’를 연재한다. 사회교리를 근간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갖춰야할 올바른 가치를 함양하고 구체적인 행동 방향을 모색해본다.
최근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사건으로 사회가 온통 들썩거렸다. 군대, 학교, 교도소 내 성폭력 문제도 계속 불거지고 있다. 정치권과 각 부처에서는 성폭력 근절을 위한 각종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사실 성폭력 범죄는 어제, 오늘 도마에 오른 사안이 아니다. 성폭력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다. 이러한 영향으로 93년에는 성폭력특별법도 제정됐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한해 몇건의 성폭력이 일어나는지 구체적인 통계가 없다. 경찰청 신고 통계는 매년 1만5천여건 정도를 가리킨다. 신고율이 6%를 갓 넘는다고 추산할 때 이 수는 극히 일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제시되는 대책들은 다양하다. 어린이성폭력 가해자 가중처벌,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 확대, 야간통행금지 신설, 교정교육확대, 공소시효 소멸, 전자팔찌법 제정, 심지어 화학적 거세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새로운 법과 제도를 만들기 전에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차분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성폭력의 근본에는 무엇보다 성의식의 부재가 자리잡고 있다.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어릴 때부터 성의식 함양이 중요하다. 특히 남성과 여성에 대한 참된 이해가 절실하다. 바로 인간 존엄성이 우선돼야 한다.
“남녀는 서로 다르지만 그 품위에서 동등하며, 그 모습에서 하느님의 힘과 사랑을 드러낸다”(창세 4, 1∼ 2, 25∼ 26; 5, 1 참조)
성폭력의 그늘에서 말라가고 있는 이들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요, 누이요, 아내요, 딸이다.
상담전문가들의 말을 빌면 성폭력 피해자에게 남는 가장 심각한 후유증은 삶의 의욕과 희망의 상실이다. 교회는 상처입는 사람의 가장 큰 위로의 품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이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위안을 보태야할 것이다.
특히 교회 내 전문가들은 “최근 성폭력 상담교육 등이 늘어나고 있지만 피해자들을 위한 다양하고 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 “교회가 단순히 상담소와 쉼터 운영에 그치지 말고 올바른 성윤리를 가르치는 일에 더욱 힘써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쳐야한다. 더욱 발전된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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